대북전단금지법, 북한은 응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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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통과 이후에도 미국 반응까지 가세해 논란 여전… 북한 반응 주목

대북전단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의 후폭풍이다. 2021년 3월 30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을 살포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북한인권단체 등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맞선 상황이다.

2020년 6월 22일 경기 파주에서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강원도 홍천군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6월 22일 경기 파주에서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강원도 홍천군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표면은 전단을 둘러싼 갈등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헌법적 가치, 정치적 이해, 미국과의 관계 등이 얽혀 있다. 대북전단을 계기로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프레임 대결로 확전되는 양상도 보인다. 법은 일사천리로 만들었지만,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생명권’ vs ‘표현의 자유’

대북전단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20년 12월 14일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법안 통과를 막으려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 3(180표)을 확보해 이를 무산시키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로 넘어간 법은 2020년 12월 29일 공포됐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법안의 정당성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권’이다. 경기도 김포, 파주 등의 주민들이 전단 살포로 인한 북한의 보복공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오히려 법 개정이 늦은 감이 있다”며 “112만명에 달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권을 법률로 지켜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종환 파주시장도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 진영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한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회장은 “국민이 의견을 표현할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권리 양쪽 모두를 침해하고 있다”며 “생명권과 대북전단 살포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가 아닌 ‘방법론’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단지 문제는 남한에서 북한으로 물건이 건너가는 문제”라며 “표현의 자유와 관계없이 규제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 등을 통해 북한이나 김정은을 향해서 하는 말은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20년 12월 14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찬성토론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2020년 12월 14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찬성토론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김여정 하명법’ vs ‘국민 하명법’

좁혀지지 않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인식 차이는 사안을 정쟁 수단으로 변질시켰다. 이른바 ‘김여정 하명법’과 ‘국민 하명법’의 대결이다.

남북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0년 5월 31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의 단체가 경기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6월 4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은 “또 무슨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이대로 그냥 간다면 그 대가를 남조선 당국이 혹독하게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남북 간 모든 합의를 계속 준수할 것”이라며 응답했다. 이로부터 6개월여 만에 대북전단금지법이 만들어졌다.

입법 근거는 남북합의지만 야당은 “김여정 한마디에 법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이를 두고 이승욱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이 전면화된 것”이라며 “대북전단 문제를 이용해 친북 정권 비판으로 프레임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문제가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관된다는 것은 정권마다 강조하는 가치를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파주지역에서 발생한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연구한 이 교수는 “안보위협을 강조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보수 정권은 유독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했다”며 “반대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온 진보정권은 대북전단금지로 침해되는 권리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보수, 진보가 강조해온 가치도 무시된 것이다.

2020년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무효 기자회견 / 연합뉴스

2020년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무효 기자회견 / 연합뉴스

미국의 반응은 대북전단을 놓고 벌이는 정쟁의 또 다른 변수다. 미 국무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두고 “북한으로 정보의 자유로운 유입이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의회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 개최를 예고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인식의 부족이나 오해”, “남북관계에 대한 몰이해”, “주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외국의 인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주권 침해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나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양 교수는 “동맹은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한 가치동맹이어야 한다”며 “한반도문제에서도 미국을 따르라는 것은 동맹이 아닌 종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9·11 사건 이후 표현의 자유나 인권을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반응은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대북전단금지법은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은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을 지원해 북한으로 정보를 유입시키고 있다. 카이스트 이 교수는 “자유, 인권, 알권리라는 가치 이면에는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는 누군가의 이익 수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북전단금지법을 두고 극단적 대립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완하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교수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방법만 규제해야 하는데 내용을 규제하는 듯한 측면이 있다”며 “확성기나 풍선을 활용한 살포 금지를 넘어 메시지 자체를 막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미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문대 이 교수는 “북한은 우리 헌법에 입각해 봤을 때 불법단체의 성격을 부정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북전단을 보낼 가능성까지 차단하면 사전검열 등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전단 살포를 통일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승인하게 해야 한다”며 “신고자가 불복할 경우 법원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법 시행 전까지 ‘전단 등 살포 규정 해석지침’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인사들도 주한 외교단, 해외 언론 등에 법안 취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법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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