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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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12개월 동안 유사 이래 최고의 번영을 구가했다. 과거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한다면 새해는 축복과 희망의 한 해가 될 것이다.”

[편집실에서]경제, 정말 모르겠습니다

1929일 1월 1일자 뉴욕타임스의 신년사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이른바 ‘광란의 20년대’를 누립니다. 생산과 소비가 급증했고, 재즈가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풍요로운 생활은 영원할 것 같았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열 달 뒤 검은 목요일 주가 대폭락이 있을 것이라고는. 그리고 이날이 긴 대공황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2021년 새해가 자산버블과 함께 시작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계속 오르고, 아파트 매매가격도 꺾일 줄을 모릅니다. 터지기 전까지 모르는 것이 ‘버블’이라고는 하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보자면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코스피 대형주도 자그마한 호재만 있으면 곧바로 상한가를 치고, 10년 동안 팔리지 않던 미분양 아파트도 몇억 웃돈이 붙고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닙니다. 일본도 1990년 버블 당시의 주가를 30년 만에 회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부동산도 들썩입니다. 전 세계 17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도 자산버블 앞에는 무력합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유동성이 만든 진풍경입니다. 통상적인 고점 신호가 먹혀들지 않은 시대, 그래서 보기에 따라서는 자산시장도 ‘뉴노멀(새로운 정상)’이 도래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늙고, 늙으면 언젠가 죽는다는 겁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도 불변의 진리입니다. 영원한 삶이 없듯, 영원히 상승하는 장도 없다는 뜻입니다. 1960년대 10년간 계속됐던 호황은 1970년 오일쇼크로 끝났고, 2000년대 중반 주택 버블은 2008년 금융위기로 막을 내렸습니다. 또 하나, 경제가 변덕꾸러기라는 것도 변치 않는 진리입니다. 1달러에 1500원까지도 갈 수 있다던 원달러 환율이 1년도 안 돼 1000원대로 내려서는 것을 보면서, 1400선까지 후퇴했던 코스피가 2800까지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두려움마저 느꼈습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에, 퇴끌(퇴직연금까지 깬다는 뜻)까지 동원한 자산투자가 무서운 것은 그 때문입니다. 황소(상승장)가 곰(하락장)으로 돌변할 때 자신을 지켜줄 사람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돈을 빌려줬던 은행은 좀비보다 더 무서운 얼굴로 돌변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마스크를 조만간 벗게 된다는 뜻이어서 정말 반가운 소식이지만, 자산시장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성에 또다시 마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금리를 언제, 어떻게 올릴지 신경이 쓰입니다. 벌써 유가와 구리가격이 조금씩 오른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1년 뒤 부동산과 주식은 어디쯤 가 있을까요. 경제, 정말 모르겠습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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