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건강하고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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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제가 e메일을 끝맺는 단골 멘트입니다. 2020년 초에도 똑같은 문장을 적다 멈칫했습니다. 이 시국에 ‘즐겁게’ 지내라는 말이 어울리나? 그때부턴 건강한 하루라든지 편안한 하루, 안전한 하루를 보내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집어삼킨 한 해였습니다. 웃을 일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취재 후]오늘도 건강하고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 20일 이후 46권의 주간경향이 나왔습니다. 매년 송년호를 장식한 아이템인 ‘올해의 인물’을 고민하면서 지난 잡지들을 다시 들춰봤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 우한 교민들을 포용한 지역 주민들, 몸을 아끼지 않고 최전선을 지키는 의료진을 비롯한 필수노동자들, 비대면 시대 각종 기술에 뒤처지는 사람들, 일터에서 밀려난 사람들, 돌봄의 무게에 짓눌린 발달장애인 부모,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확진자들, 얼어붙은 공연예술계에 숨을 불어넣는 예술인들, 국내 수어 환경 변화에 물꼬를 튼 수어통역사들, 거리 두기 속에서도 교육의 의미를 찾는 교사와 학생들,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한 ‘집콕’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 코로나19를 견디는 세계 곳곳의 교민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

46권의 잡지가 이미 답을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스크를 쓴 우리’들이 송년호 주인공이었습니다. 지긋지긋했던 한 해를 정리하고 자신을 토닥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지난 1년간 지면에 소중한 이야기를 내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거실로 출근하고 안방으로 퇴근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친구들과 ‘랜선 송년회’를 열어볼까 했더니, 대학병원 간호사인 친구가 코로나 병동으로 가게 돼 기약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함께 장례식장에 갔던 친구의 일터에서 확진자가 나와 짧은 시간 마음 졸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친구는 음성이었습니다. 가족의 사업장은 지난 9월에 이어 또 한 번 ‘셧다운’ 중입니다. 코로나19가 턱밑까지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2021년 전망도 그리 밝진 않습니다. 백신 도입 소식이 그나마 희망적이지만 접종 이후에도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를 이어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새해이니까요. 지난해보다 덜 답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복’이 모두에게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오늘도 건강하고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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