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씨(Sea), 나스닥에서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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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디지털 기업 ‘씨 리미티드(Sea Limited)’. 처음 듣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의 테크 기업들이 큰 성장을 한 가운데 올해 가장 주목받은 기업이 바로 ‘씨’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을 제치고 800% 이상 주가가 뛰었다. 2020년 12월 16일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982억달러(108조원)를 넘어선 씨는 유니콘에서 아세안 최대 기업으로 올라섰다. 씨는 어떤 기업이길래 단숨에 아세안 최대 기업으로 평가받는 것일까?

싱가포르 디지털 기업 ‘씨’는 쇼피, 가레나, 씨머니로 구성돼 있다. / 출처 씨 홈페이지

싱가포르 디지털 기업 ‘씨’는 쇼피, 가레나, 씨머니로 구성돼 있다. / 출처 씨 홈페이지

씨는 동남아 1등 이커머스인 쇼피(Shopee)와 게임회사인 가레나(Garena), 디지털지급결제 씨머니(SeaMoney)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몰려가면서 씨 역시 혜택을 받았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씨의 이야기는 2009년 설립된 온라인 게임포털 가레나(Garena)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레나 설립자인 포레스트 샤오동 리(Forrest Li)는 중국 출신으로, 스탠퍼드 석사과정 중에 스티브 잡스의 연설에 감명을 받아 창업을 결심한다. 스티브 잡스의 창업자정신과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시(stay hungry, stay foolish)’ 그리고 현재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음을 마음 깊이 새겼다. 상하이 학부 시절에 비디오 게임에 빠져 있었던 자신을 떠올린 그는 온라인 게임의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을 갖고, 싱가포르로 건너가 첫 스타트업 GG게임을 창업한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첫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포레스트 리는 두 번째로 가레나를 설립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히어로즈 오브 뉴어스 등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로 이름을 얻었던 가레나는 2017년 모바일 게임 프리 파이어(Free Fire)를 내놓는다. 프리 파이어는 배틀 로얄 스타일의 게임으로 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1일 최대 유저 1억명, 2019년 다운로드 5억회를 기록하며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등극했다.

아세안 최대 유니콘 기업으로

씨 설립자인 포레스트 샤오동 리(Forrest Li)는 중국 출신으로 <포레스트 검프> 영화를 보고 포레스트라는 영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포레스트 리는 이커머스에도 눈을 돌렸다. 동남아 6억5000만명의 인구가 점차 모바일 기반 디지털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분야였지만, 강력한 선발주자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시장이었다. 2015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쇼피를 싱가포르에서 런칭한 뒤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회사 이름도 가레나에서 영어로 동남아(Southeast Asia)의 약자인 씨(Sea)로 바꾸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뚜렷이 내세웠다. 설립 4년 만에 쇼피는 월 활성 사용자 2억명이 넘는 동남아 1등 이커머스로 성장했다. 특별세일의 날인 2020년 9·9 세일 첫 한시간 동안 1200만개의 상품을, 11·11 빅세일 24시간 동안 2억개 이상의 상품을 팔아 치우는 기록을 세웠다. 경쟁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1위에 올라선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쇼피 성장 스토리는 그 자체로 이야깃거리가 된다.

라자다(LAZADA)나 인도네시아의 토코피디아보다 한발 늦게 들어온 쇼피는 어떻게 아세안 최고의 이커머스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 쇼피는 기존의 거대 이커머스 업체들이 파고들지 못한 지점을 파악하며,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먼저 PC보다는 모바일 이용자가 많은 아세안 시장에서 모바일 앱 중심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두 번째, 아세안의 다양성을 고려한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전략이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쇼피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에 진출하면서 각각 새로운 앱을 내놓았다. 이들 국가는 소득수준, 언어,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싱가포르와는 다르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다를 수밖에 없다. 쇼피는 이를 반영해 현지에 최적화된 모델을 제시했다. 세 번째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을 통해 주효했던 락인(Lock-in) 전략이다. 동남아인들은 소셜미디어나 게임, 쇼핑 등 평균 모바일 이용시간이 1일 4시간 전후로 상당히 길기 때문에 쇼피는 이들을 자신들의 앱에 묶어두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론은 재미있게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판단, 이용자들이 퀴즈를 풀거나 게임을 하면 쇼핑코인을 주고, 라이브 챗과 쇼피 피드를 통해 판매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다.

[아세안 기업열전](2)씨(Sea), 나스닥에서 날아오르다

씨 사업의 또 다른 축은 핀테크다. 씨머니(SeaMoney)는 전자지갑과 디지털 결제 그리고 파이낸셜 서비스를 제공한다. 씨의 이커머스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부분, 즉 쇼피와 가레나 이용자들이 씨머니로 결제할 수 있고, 회원들에게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에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다. 여기에 2020년 12월 싱가포르 금융당국으로부터 디지털 은행 허가권을 획득해 파생금융 서비스가 다양화되면서 내년부터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은행 허가권도 획득

씨가 나스닥이 주목하는 기업으로 떠오른 것은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세가지 분야 모두 동남아에서 성장이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디지털 경제와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실제 매출이 두 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2020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매출은 6억1000만달러였으나 2020년 3분기 매출은 12억1200만달러로 치솟았다. 동남아 각국에서 봉쇄와 이동금지가 취해지면서 늘어난 이커머스 거래는 173%나 늘어나면서 씨의 성장을 견인했다. 2020년 3분기 주문량은 전년 대비 131%, 주문금액은 103%나 급증했다. 가레나 활성이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에 그쳤지만 구매이용자들은 무려 124%나 증가해 6500만명을 돌파했다. 씨머니의 모바일 전자지갑의 결제금액도 증가했고, 이용자 수도 1708만명으로 늘었다.

씨의 향후 성장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여러 테크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씨 역시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2019년 순손실이 2억600만달러에서 2020년 3분기에는 4억2500만달러로 더 늘었다. 가레나를 일으켜 세운 게임은 표절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으며, 쇼피가 진출한 7개 국가마다 다른 앱을 만들었기에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중소판매자들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따른다. 디지털 은행 허가는 씨만 단독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 이커머스와 디지털 파이낸스에서 치열한 경쟁은 예고돼 있다.

구글과 테마섹, 베인앤컴퍼니의 2020년 보고서는 동남아 인터넷 경제 규모가 2020년 1050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3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커머스이고,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역시 향후 5년 동안 그 규모가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이 기대되는 각 분야를 모두 보유한 Sea가 디지털 금융에서도 경쟁력을 갖춘다면 그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다. 씨가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글로벌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영경 선웨이대 비즈니스스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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