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클래식은 원래 콩글리시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오늘도 분주한 아침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문득 출근길 로비에서, 혹은 잠시 머문 카페에서 은은하게 흐르는 클래식 선율은 상쾌하고 우아하기까지 하다. 클래식, 나도 알고 즐기고 싶어진다.

pixabay

pixabay

학창시절 꽤나 들어본 비발디(이탈리아의 작곡가·바이올리니스트)의 ‘사계’가 떠올라 ‘비발디 사계’를 검색한다. 순간 다양한 외국어와 이름 모를 해외 아티스트 이름이 연이어 나타나 당황스럽다. 그나마 알고 있는 음악 상식을 끌어모아 마음에 드는 영상을 하나 골라 감상해본다.

익숙한 멜로디로 시작하는 첫 마디의 선율이 흐른다. 오랜만에 귀가 호강한다. 화면 속 명연주자의 현란한 스킬 덕분에 눈 호강은 덤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멜로디와 박자의 연속으로 지루해지고 난해하게 다가온다.

대체 클래식음악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클래식음악이 우리에게 유익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전문가와 애호가들의 블로그와 영상은 넘쳐나지만, 그조차 낯설고 쉽지 않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나 들어본 음악이어서 그런 걸까? 고급 호텔이나 연회장에서 들을 법한 음악이라 그런 걸까? 클래식은 나와는 다른 세상 이들을 위한 음악인 것 같다. 이런 심리적 장벽만이라도 낮출 수 있다면 클래식에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요즘 클래식’을 감상하다

통상적으로 클래식은 예술작품으로서의 그 가치를 오랜 시간 동안 인정받을 만한 유럽의 고전음악을 지칭한다. 클래식음악을 정의할 때 우리에게 익숙한 비발디, 독일의 작곡가·오르가니스트 바흐, 독일 출신의 영국 작곡가 헨델이 주로 활동한 바로크 시대의 작품부터 논하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클래식음악의 시초와 정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

클래식음악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처럼 ‘고전’음악이지만 현재에도 현대음악(또는 Contemporary Classical Music·현대 클래식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곡이 발표되고 있다. 이는 클래식음악은 고전 예술작품이라는 일반적인 정의에서 시대적 요소를 벗어난 개념이다. 현대 클래식음악 장르가 내포하는 세부장르 및 특성이 있지만, 큰 틀에서의 현대 클래식음악은 클래식음악 요소를 갖추면서 기법이나 악기 활용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저 멋스럽고 아름다운 클래식음악을 편하게 감상하고 알아가고 싶은 당신에게 이런 고리타분한 용어에 대한 정의는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클래식을 즐기고 싶다면 무엇이 클래식음악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정통 클래식음악이나 현대 클래식음악이 아닌 또 다른 클래식음악 세계가 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또 다른 클래식음악의 영역을 개인적으로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클래식 장르라는 뜻을 담아 ‘요즘 클래식’이라 부르고자 한다. 클래식음악이 유독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요즘 클래식’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해보기를 권한다.

대중과 다양한 미디어 매체는 클래식음악 장르를 구분할 때 어떠한 악기를 위해 쓰인 곡인가, 그리고 악기 연주자 혹은 보컬(성악가)이 클래식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아티스트인가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듯하다.

고전파를 대표하는 독일의 베토벤, 그리고 베토벤 함께 고전파 3대 음악가인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와 하이든, 독일 브람스, 러시아 차이콥스키 같은 작곡가의 고전적인 작품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클래식음악이지만, ‘요즘 클래식’은 이보다 훨씬 더 넓은 범주를 커버하고 있다. 조금 더 세분화해 정통 클래식음악, 영화 OST, 크로스오버(서로 다른 장르를 조합한 음악장르로 정통클래식과 팝 음악·국악 등의 조합 등을 뜻함) 등의 장르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주요 클래식 전문 방송 프로그램이나 대형 음반사와 음원 유통사가 이 모든 장르를 묶어 ‘클래식’ 장르로 구분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통 클래식과는 대비되는 넓은 의미에서의 ‘요즘 클래식’ 장르의 음악은 우리 삶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훨씬 더 많다. 출퇴근 길이나 휴일 아침 클래식 전문 방송을 찾아 듣다 보면 고전 클래식 작품 외에도 바이올린, 트럼펫 등 서양 악기로 연주하는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 유럽 영화 OST와 올드 팝이 흘러나온다. 클래식음악이 생소한 대다수에게는 가사 없는 대부분의 연주음악은 모두 클래식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전지식이 없어도 괜찮다

클래식(Classic)의 정확한 영문 표현은 클래시컬 뮤직(Classical Music)이다. 앞서 전한 바와 같이 원래 클래식음악은 약 17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작품 중에서도 시대가 변해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음악 작품을 일컫는다. 예컨대 우리에게 익숙한 베토벤, 모차르트와 같은 정통 클래식 작곡가의 작품이다. 하지만 폭넓게는 ‘연대 구분 없이 재즈 파퓰러 등 서양 대중음악을 고전적 느낌을 부여해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연주한 작품’을 칭하기도 한다.

즉 넓은 의미에서의 클래식은 시대적인 개념을 넘어 서양 악기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의 형식 혹은 클래식 음악적 감성을 담아 표현한 예술 작품이며, 이것이 오늘날의 ‘요즘 클래식’ 음악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가까운 누군가의 고상한 취향이 나의 취향이 되기를 바라는 당신이라면, 소위 폭넓은 ‘요즘 클래식’을 즐기고 알아가면 된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다양한 ‘콩글리시’를 사용한다. 잘못된 우리만의 영어표현인 줄은 알지만, 콩글리시를 사용하는 것이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클래식음악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지닌 자타공인 클래식음악 애호가라 하더라도 전문적인 클래식 음악 용어에 큰 의미를 두고 음악을 해석하고 감상하지는 않는다.

물론 고전적인 정통 클래식음악을 감상할 때 해당 작품에 대한 역사적·음악적 사전지식이 있다면 더욱 깊은 이해를 가져다줄 것이다. 하지만 크로스오버 음악, 영화 OST, 피아노 소품의 형식 등 여러가지 모습으로 등장하는 ‘요즘 클래식’을 감상하는 데 어떠한 사전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클래식음악은 나만 모르는 음악도 아니고 다른 세상 음악도 아니다.

정통 클래식이 낯설고 어렵다면 ‘요즘 클래식’을 알아가면 된다. 어느새 당신도 클래식 마니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나 김은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예술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에서 어메이징오케스트라 시리즈 등을 기획했다. MBA를 거쳐 전략컨설턴트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클래식음악을 소재로 한 예술 마케팅 모델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나 김 /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일상 속 심포니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