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코인사기에서 엄빠를 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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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선릉역에 가면 출입문에 ‘다단계 영업행위 금지’ 경고문을 붙여놓은 커피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전에는 이른바 ‘방판’ 다단계 영업이 활개를 쳤는데 언젠가부터 금융상품을 팔더니 이제는 코인(암호화폐)을 팝니다. 업체들의 타깃은 60·70대 어르신들입니다. 노인층은 코인을 잘 모릅니다. 다단계 코인 취재 중에 만난 한 어르신은 대신 코인 투자를 해달라며 지인에게 투자금을 맡겼는데 얼마 뒤에 한푼도 남지 않았다며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거래 방법이 어렵고 확인할 방법도 몰라 ‘폭락해서 0원이 됐다’는 지인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 젊은이 중에서도 코인의 실체를 꿰뚫어 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반기웅 기자

반기웅 기자

코인 사기는 2017년 비트코인 폭등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다단계 코인 사기도 이미 수차례 쓸고 지나갔지요. 그런데도 코인 다단계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집니다. 포장도 전보다 그럴듯하게 합니다. 코인업체들은 평범한 기술로 만든 브라우저나 허접한 동영상 콘텐츠와 게임을 내세워 마치 대단한 기술력을 갖춘 정보통신(IT)기업인 양 스스로를 홍보하고 목돈을 끌어냅니다. 물론 지인을 데려오면 추천 수당 약속하는 기본 틀은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코인 거래소 ‘상장’이라는 미끼를 내거는 것도 전형적인 사기 수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다단계 코인업체는 코인이 어려운 노인을 겨냥해 맞춤형 영업을 합니다. 사무실 하나를 빌려 휴대폰과 돈만 가져오면 그 자리에서 앱을 깔아주고 친절하게 거래 방법을 설명해줍니다. 코인이 궁금했던, 젊은이들이 다 한다는 코인에 투자해보고 싶었던 노인들은 직원들의 친절함에 지갑을 엽니다. 다단계 코인업체들은 한탕하고 사라졌다가 다시 이름을 바꿔 나타납니다.

다단계 코인사기는 피해를 입더라도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투자금을 되찾기는 더욱 어렵지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섣불리 나서지 못합니다. 이미 빠져들고 난 뒤에는 늦습니다. 가족이 말려도 듣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 기사 댓글에 이렇게 적었더군요. “사기꾼들은 우리의 엄마·아빠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친화력이 그들의 수법이지요. 부모님께 하루에 한 번 전화해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다단계 사기에 빠질 위험이 줄어들 겁니다.” 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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