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은 황금알을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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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개발 제약사들 주가 급등… 미국 화이자·모더나 수십억달러 수익 예상

당초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던 코로나19 백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의 주가 또한 높아졌다. 일부 투자 분석가들은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내년에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택배회사 UPS 노동자가 12월 13일(현지시간) 켄터키주 루이빌의 무하마드 알리 국제공항에서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담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 루이빌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택배회사 UPS 노동자가 12월 13일(현지시간) 켄터키주 루이빌의 무하마드 알리 국제공항에서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담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 루이빌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선두주자로 꼽히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다수 백신 개발사들도 돈방석에 앉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많다. 대부분의 개발사는 외부 자금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워낙 많은 기업이 백신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보니 큰돈을 벌 기회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임상 2상에도 도달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백신 연구자금은 누가 댔나

백신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와 자선단체 등은 백신 연구 프로젝트에 거액을 투자했다. 빌 게이츠 재단을 비롯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 미국의 컨트리 장르 뮤지션 돌리 파튼까지 백신 개발에 자금을 댔다.

과학데이터 분석회사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는 약 9조4472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비영리 단체들도 2조1801억원을 지원했다. 이외 3조7789억원 정도만 기업 자체 투자다. 일례로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도 100% 정부와 비영리 단체 자금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제약 대기업들이 투자를 서두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유사한 보건 비상사태 때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하고도 큰 이득을 보지 못했던 학습효과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 사태에서는 개발에 성공해도 저소득 국가에 높은 가격을 요구하기는 힘들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중저소득 국가들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특허를 한시적으로 유예해달리는 서한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하기도 했다.

인도, 남아프리카 현지 업체들은 자국에 필요한 만큼 백신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글로벌 제약 대기업들에 백신 제조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비영리 단체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은 글로벌 제약사들에 공공기금을 받는 조건을 명시했어야 한다며, 이들 회사에 조건 없이 자금을 건네준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달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모든 사람에게 적정가격에 공평하게 보급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며 광범위한 접종에 따른 면역이 전 세계적 공공재”라는 정상선언문이 채택되기도 했다.

물론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돈벌이 기회를 찾는 기업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는 기업들도 있다. 외부 자금을 많이 지원받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연구개발에 들어간 비용만 받고 백신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현재 가격은 1도스(1회 접종분)당 4달러로 가장 저렴하다.

반면 비영리 단체 지원을 적게 받은 모더나는 약 10배 가격인 37달러에 접종 가격을 책정했다. 초저온에서 백신을 운반하는 비용도 산정됐지만, 회사 주주들을 위해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개발 더딘 국내 업체는 수익 어려워

보통 백신이 한두 번만 투약하면 돼 지속적인 수익원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제약사들의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꾸준한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 약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실제로 지카 바이러스 등 유행 전염병 백신을 연구했던 회사들은 손실을 봤다.

코로나19 백신이 독감백신처럼 매년 접종해야 하는 백신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매해 맞는 독감백신은 연간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가 워낙 심각해 제약사들이 눈치를 보며 높은 가격을 못 부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계절성 질병이 되고 확산세가 다소 완화된다면 가격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보통 각국 정부가 비용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국가별로 다른 금액을 부과한다. 비교적 저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전염병이 지속하는 상황에서만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발병 상황에 따라 더 높은 가격이 달릴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비싼 가격이라도 백신을 사겠다는 나라가 있다면 선주문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선주문 물량은 32억9000만도스나 된다. 화이자가 12억8000만도스, 모더나는 7억8000만도스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 좋은 백신이 더 많이 나올 확률도 높은 만큼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선두주자들의 백신 가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선두주자들이 지적 재산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전 세계적으로 50여종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2년 내로 20개 백신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높은 가격을 매기기는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들이 당장 백신에 높은 가격을 매기지 못하더라도 시장에서 높아진 평판을 발판삼아 전체 제품군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손해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선두주자들의 몸값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화이자의 공동 개발 파트너인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는 이번 백신 개발로 유전물질의 일종인 RNA(리보핵산) 기술의 유용성을 증명해 보이면서 시장 가치가 급상승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바이오엔테크는 피부암 백신을 개발 중이었고, 모더나는 RNA 기반 난소암 치료 백신을 연구 중이었다. 당장 코로나19 백신으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다른 수익상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비교적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백신 개발의 의의가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백신 개발 상황이 너무 더뎌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위탁생산으로 수익을 올려왔을 뿐 백신 관련 신기술 개발 역량을 키워오지 않은 탓이다. 그나마 가장 앞서고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넥신마저 최근 임상 후보물질을 바꿔서 임상 1상을 다시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후보물질이 앞선 1상에서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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