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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핵심이슈 부동산 ‘장밋빛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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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대선 주자들 경쟁적으로 내놓는 정책들 과연 실현가능할까

“검찰개혁 전쟁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전쟁도 있다.”

전세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전세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11월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매물 정보가 내걸려 있다. / 연합

전세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전세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11월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매물 정보가 내걸려 있다. / 연합

12월 9일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인사의 말이다. 21대 원구성 후 당 부동산정책 핵심 인사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다 좋은데 당신들이 말하는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묻고 싶다. 서울거주 주민 중 무주택자가 40%에 달하는 것은 팩트 아니냐. 영끌해도 집을 살 수 없는 20~30대 청년세대의 열악한 주거복지 상황이라는 것 역시 사실 아니냐. 재건축 재개발로 공급해서 20~30대 청년들 대신 60~70대 임대사업자들 부자되게 만들어주자는 건가.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강남 사람들 부자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 아닌가. 싼값에 청년들 입주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지만 대안은 말하지 않지 않나. 저쪽의 이야기는 아파트 가진 중산층들이 돈 벌게 해달라는 아우성을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여든 야든 공약은 서울에 한정짓는다면 도심 고밀도 개발로 나올 것이다. 본질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계급전쟁이다.”

부동산은 또 다른 ‘계급전쟁터’

그가 말하는 ‘당신들’이란 최근 잇따라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야권 서울시장 후보 및 언론인터뷰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밝힌 야권 유력 대권주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정책으로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착각이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시장 대실패를 불러왔다. 부동산을 공급정책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으로 쫓겨나는 사람들이 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정치적 논리를 들이댔다. 그러다 보니 신규 주택공급이 사라졌다.”

12월 7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국경제신문 인터뷰다. ‘이 정부가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을 잡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문 대통령의 머릿속엔 주택공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내놓는 대안은?

“재개발·재건축을 민간이 신바람 나게 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얻을 이익을 공공이 회수하면 민간이 투자할 유인이 사라진다. 인간은 이기심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는데 이 정권은 그 인간의 욕구를 애써 무시한다.”

지난 대선 당시 야권 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총선에서 당선된 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3법’을 발의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부담금 유예, 재건축 시 국민주택 건설 의무비율 폐지 등을 담은 주택법, 주거환경정비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 등 3법 개정안이다. “경제시장이 되겠다”고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이혜훈 전 의원은 한강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복개해 아파트 공공용지와 맞바꾸는 형태로 재건축 아파트를 만들어 부부특화 주택단지를 만들고, 서울 4개 권역에 80층 규모의 직장·주거 복합단지 건설을 공급 복안으로 내놓았다. 당장 떠오르는 의문은 경쟁적 재개발을 의도한 게 아니라면 재개발단지 주변의 ‘한강 조망권’ 반발을 해소할 솔루션이 없다는 것이다.

역시 출마 선언을 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전체 시민 재산세 50%를 감면하는 한편,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처럼 서울 서남권에 양질의 주택 20만호를 공급하는 ‘G밸리 미니뉴타운 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당장 의문이 든다. 그는 SNS에 올린 글에서 “양질의 주택 20만호를 공급하면서 제일 먼저 서민세입자를 위한 주택공급부터 하려 한다”며 “구체적인 대안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 대안이 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국회포럼에서 서울은 25개 다양한 다핵도시가 따로, 또 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적인 메가시티라고 밝혔고, 다핵도시를 직장과 주거가 통합되는 5개 혁신 경제플랫폼으로 서울을 지속가능한 글로벌 플랫폼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며 “그 첫 번째 혁신경제플랫폼 구상이 서남권 주택 20만호 공급”이라고 덧붙였다. ‘A가 A인 것은 A´가 아니기 때문에 A’라는 토톨로지적 논리구성이다. 서울시장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윤희숙 의원은 “국회가 세종시로 옮기면 현재 국회의사당 자리 10만평에 아파트단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12월 10일 라디오에 출연해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10만평 부지는 서울 주변 수도권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며 “아파트가 아무리 급해도 대한민국의 상징을 부수고 거기다 아파트를 짓자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냐”고 반박했다.

이재명 말고 여권 공약 보이지 않아

재·보궐선거는 전임시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해 치러지는 선거다. 당연 심판 내지는 회고적 성격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1년 뒤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이다. 결국 향후 국가운영 비전을 둘러싼 정치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부동산은 교육과 함께 핵심적인 선거 정책이다. 내년 재·보궐선거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야권에 비해 여권 인사들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여권 공약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내놓은 기본주택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지난 7월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이 발표한 기본주택은 네이밍에 있어서 이재명 지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기본소득을 따르고 있다. 방법은 역세권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는 한편, 주택도시기금 융자이율을 1%로 인하하고 중앙 및 지방정부 등이 출자하는 장기임대 비축리츠 신설을 통해 “경기도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30년 이상 평생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받으면서 사업자 측면에서도 최소한의 원가를 보전받는 주택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협의가 순조로워 보이진 않는다. 경기도 측에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가 경기도에 있다는 점에서 3기 신도시 물량의 50%를 기본주택방식으로 공급할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11월 28일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인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의 80%(24만호)가 경기도 내에서 추진된다. 경기도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그린벨트 해제 등 아낌없는 행정지원에 나섰는데 ‘지방참여형 신도시 추진’이라는 당초 협약과 달리 경기도(GH)의 사업참여비율은 단 8%로 2기 신도시(16%)보다 오히려 절반 수준으로 후퇴했다”며 “게다가 고양·남양주 등 경기 북부권은 참여가 불가해 지원의 편중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개발의 상이 서로 다른 것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왼쪽 두 번째)가 12월 7일 오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왼쪽 두 번째)가 12월 7일 오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

12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불러 “부동산 정책과 관련 변 후보자의 말을 듣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김수현 수석 이래 그동안 청와대에 쏠려 있던 부동산 정책 결정 권한의 중심추가 남은 문 대통령 임기에서는 변 후보자에게 실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대표적인 시민사회 인사인 변 후보자는 이번 정권들어서 SH(서울주택도시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그가 국토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에는 이론뿐 아니라 실무경험에 대한 평가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 변창흠 교수의 임명도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이다. 공급하더라도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정책을 써서 결국 집값 정책의 핵심을 주거권으로 보는 시각이 안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송 소장은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빚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했던 것은 투기를 부추긴 것은 맞다. 2014년 2월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는 걸 내면서였고, 실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바로 다음인 3월부터 본격 상승하기 시작해 2016년 10월까지 실거래가 지수는 상당히 오른 상태였다. 많은 사람들은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부를 대신해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이걸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내놓은 정책이 뭔가. 금리도 낮추고 임대차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때 집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은 간파한 것이다. 아, ‘문재인 정부는 집값 잡을 의지가 없구나’하고.”

그는 부동산 대책이 24차례 발표되었지만, 가장 핵심인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는 여전히 폐지가 안 됐다고 주장했다. ‘쓸 수 있는 집값 안정대책’을 모두 쓴 것이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를 폐지 안 하면 다른 정책은 아무리 써도 효과가 없다. 6월 말을 기준으로 서울만 51만6000채이고 전국 160만채가 등록되어 있다. 이중 95% 이상이 종부세를 안 낸다. 문제는 국토부가 전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요청해도 자료를 안 준다. 엄청난 세금 특혜를 주는데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차기 정권을 창출해야 할 민주당에 넘어갈 것이라는 게 송 소장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더라도 안 믿을 것이다. 30~40대도 문재인 정부가 투기를 잡을 것을 믿고 2~3년을 버티다가 ‘패닉영끌’에 뛰어든 것이 아닌가. 집값 폭등으로 살기 팍팍해진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현 정권을 응징해야 한다는 사람이 반은 넘을 것이다. 몇 달 전부터 전·월세 오르는 것은 피부에 와닿는 문제이니 그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부동산카페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상당수가 ‘이 정부와 권력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구나’는 반응이 많다.” 그럴까.

변창흠은 집값정책 구원투수 될까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부동산 문제에서 핵심은 불로소득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국세청 데이터로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의 경우 양도차익이 142조7000억원이었다. 그중에 부동산 관련 자산이 118조원이었다. 양도소득세로 환수된 것이 같은 해 17.2%였다. 그 나머지는 누군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주택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이 약 31조원이다. 그중 서울과 수도권이 82.8%였다. “약 83%라는 것인데 전 세계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울과 주변지역에서 83%가 주택 불로소득으로 다 가져가면, 우리나라 모든 유휴자본이 여기에 있는 주택을 노리고 공략해 들어온다는 뜻이 된다. 최근에는 외국계 자본까지 가세했다. 아무리 주택을 공급한다 한들 불로소득을 억제하는 장치가 없으면 불난 집에 부채질이 될 수밖에 없다.” 주택을 새로 지어봤자 실소유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투자든 투기든 불로소득을 통제할 방법이 없는 한 시장안정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치권이든 보수 언론이든 결국 강남의 재건축을 허물어서 당대에 용적률을 다 써먹겠다는 주장이다. 내가 집을 이미 사놨으니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것 아닌가. 미래세대가 입을 피해는 눈에 안 들어오는 것이다. 불로소득 문제는 정말 심각한 것이, 한국자본주의 지속가능성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가처분소득이 다 집에 묶여 있고 서울의 거주·활동비용이 올라가니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거·생활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자본에도 불리한 방식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보수주의가 자본주의를 살리려면 이런 불로소득을 이렇게 두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면 보수주의가 아닌 부동산주의가 아닐까 싶다.”

부동산주의가 자본주의 망친다

문제는 다시 현실정치다. 11월 5일 민주당은 각 상임위 민주당 의원들과 주거 분야 전문 시민사회 인사들을 망라한 ‘미래주거추진단’을 발족시켰다. 이 TF팀은 100일 한정으로 구성된다. 벌써 40일 넘은 시간이 흘렀다. 100일 동안 의미 있는 정책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부동산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낀다. 70~80년대부터 개발을 통해 부동산 거품으로 온 나라 경제 사회체제를 쌓아왔다. 반면 그것을 고치려는 시도는 이제 시작이다. 단적인 예로 임대차 3법이 바뀐 지 아직 1년이 안 됐다. 쌓여온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없고, 소정의 과도기를 거치는 것이 아닐까.” ‘미래주거추진단’에 참여하고 있는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의 말이다. “적어도 나나 내 친구들 같은 젊은 세대는 ‘빚을 내서라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세대다. 정부를 옹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이 오랫동안 쌓여온 것이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고치는 것이 단기간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실 지난 총선 직전만 하더라도 이번 총선에서 부동산이슈가 핵심이 될 것이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급정책을 공격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이슈가 되지 못한 면이 있다”면서도 “도시개발 중심의 주택공급이 실제 서민주거안정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급된 주택이 다주택자들이 더 많이 소유하는 구조로 연결되었고, 실제로 개발지역 주변 주택가 집값이 올라가면서 오히려 서민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특히 1인 가구 증가로 주택수요의 100%에는 미달하는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면 어떤 주택공급이냐를 물을 수밖에 없다. 집을 소유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분양주택방식으로는 기존의 주택을 소유하지 못했던 서울의 취약가구를 이끌어낼 수 없다. 모든 자원과 영혼을 끌어모아도 그런 식으로 주택소유는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분양이나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공공자가주택 형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불가피할 걸로 보인다.” 국토부 장관 인사나 집권당이 앞으로 내올 부동산정책의 큰그림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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