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넷플릭스에 항의 긁어부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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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영국왕실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더 크라운>의 제작사이자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에 드라마 내용이 허구임을 고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12월 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정부로선 왕실의 존엄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지만 오히려 왕실이 껄끄러워하는 사건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만 높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4에서 다이애나 빈을 연기하는 엠마 코린 / 「더 크라운」 화면캡처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4에서 다이애나 빈을 연기하는 엠마 코린 / 「더 크라운」 화면캡처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장관은 지난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더 크라운>을 두고 “당시를 살지 않은 젊은 세대가 사실과 허구를 혼동할 수 있다”면서 “앞부분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 정식으로 항의하는 서한을 보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우리는 <더 크라운>을 항상 드라마로 소개해왔고, 시청자들은 역사적 사건에 기초한 허구의 작품으로 이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 크라운>은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생애를 중심으로 굵직한 역사적 사건까지 아우르고 있다. 2016년부터 제작·방영됐고, 올해 4번째 시즌까지 나왔다. 여왕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클레어 포이는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작품을 시청했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을 두고 영국 정부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이유는 시즌4에서 영국왕실이 특히 민감하게 여길 만한 내용이 많이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4는 찰스 왕세자와 이혼 후 연인과 차 안에서 데이트를 즐기다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던 도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과거 결혼생활이 위태롭게 되는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이애나 빈이 섭식장애를 앓아 구토하는 장면, 결혼생활 초기부터 찰스 왕세자가 내연관계였던 카밀라와 매일 통화를 했다는 내용 등이다. 이에 여왕의 언론담당 비서를 지낸 디키 아르비터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빈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왕실 측근도 일간 데일리메일에 “윌리엄 왕자는 부모의 과거가 상업적인 용도로 왜곡되는 것에 불쾌해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로 다이애나 빈에 대한 향수만 더 되살아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이애나 빈은 에이즈 환자와 손잡고 노숙인을 찾아 돌보는 등 자선과 봉사 활동으로 국민의 귀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왕자를 축구경기장으로 데려가고, 놀이공원을 찾아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게 하는 등 영국 왕실을 대중과 소통하는 왕실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패션 감각도 뛰어났는데 그가 즐겨 입었던 일명 ‘검은 양’ 스웨터는 지난달 26년 만에 재출시됐다. 영국 의류업체 웜 앤드 원더풀은 미국 의류업체 로윙 블레이저와 협력해 이 스웨터를 다시 제조·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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