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모노리스’ 네버엔딩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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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주 사막 한복판에 서 있던 설치자 미상의 철제 구조물이 11월 27일(현지시간) 밤사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11월 18일 처음 발견된 이후로 누구도 자신이 설치했다고 나서지 않자 외계인 설치설까지 제기되며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던 때였다.

결국 환경보호론자들이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구조물은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대가의 예술작품 못지않은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헤비 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네티즌이 유타주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삼각기둥 구조물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헤비 디 페이스북

소셜미디어에서 ‘헤비 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네티즌이 유타주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삼각기둥 구조물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헤비 디 페이스북

이 구조물엔 ‘유타 모노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약 3m 높이의 삼각기둥 모양이 1968년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돌기둥(모노리스·Monolith)을 닮았다는 것이다. 영화 속 모노리스는 인류의 중요발전 단계마다 등장해 외계의 인류문명 개입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유타 모노리스는 11월 18일 유타주 야생동물 관리부서가 일대에 서식 중인 큰뿔양 개체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헬리콥터 조종사가 헬기를 조종하며 이 작업을 돕다가 발견한 것이다. 네티즌들이 지도 앱 구글어스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6년쯤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누가 이 거대한 철제 구조물을 사막 한가운데 세웠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 예술가의 작업물로 추정될 뿐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보이는 거대 철판 세 조각이 고정돼 있고, 내부는 텅 비어 있다. 누가 세웠든 간에 암반을 뚫는 등 중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초 전문가들은 비슷한 모양의 작품으로 유명한 공상과학 애호가 고 존 맥크라켄의 미공개 작품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맥크라켄의 갤러리 운영자는 다른 예술가가 맥크라켄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인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유타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페테샤 르폰호크의 작품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르폰호크는 사막의 은밀한 지역에 토템 조각을 설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르폰호크는 한 미술 매거진에 “비밀리에 사막에 기념비 같은 걸 설치할 생각을 해봤지만 이건 내 작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비성이 더해지면서 유타 모노리스를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유타주 당국이 23일 발견 사실을 알린 지 채 48시간도 안 돼 첫 방문객이 나왔다. 미 육군 보병 장교인 데이비드 서버는 이 소식을 알게 된 날 밤 6시간을 운전해 유타 모노리스에 닿았고, 정확한 위치를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알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물체가 5년 동안 자연 속에 숨겨진 채 있었다는 사실에 매료돼 1등으로 그곳에 간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만일 언젠가 유타 모노리스 설치 작가가 밝혀진다면 가장 성공적인 야외설치 미술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이는 그 작품이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하는 행위 자체도 작품의 일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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