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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긍정적, 낙관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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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 예상… 그린뉴딜 산업 기회, 굴뚝 산업은 악재

“미국이 돌아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유럽 동맹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밝힌 일성이다. 트럼프가 허물어뜨린 동맹관계를 복원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도 약속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 당선인이 11월 1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 극장에서 경제자문단으로부터 화상 브리핑을 받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 당선인이 11월 1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 극장에서 경제자문단으로부터 화상 브리핑을 받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도 사실은 전통적 보수정당의 행태를 보이지 않고 돈을 많이 풀었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재정보수주의보다 개입하는 쪽에 가까워 더 적극적인 재정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글로벌 경제 회복 자극할까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법인세 인상(21→28%)과 연소득 40만달러 이상인 개인의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부자 증세를 핵심으로 한 세제개편을 내걸었다. 의료와 교육 등 사회 복지 분야에 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다만 재정정책은 아직 과반이 결정되지 않은 상원의 구도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재량이 큰 통상정책에 비해 재정정책은 사실 의회, 특히 상원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면서 “반대로 말해 재정정책보다 통상정책을 더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통상정책을 지지하고, 관세정책에 부정적이라 글로벌 교역량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트럼프 임기 동안 훼손됐던 세계무역기구(WTO)와의 관계를 개선해 WTO 규범과 충돌하는 무역구제 조치를 남용하거나 슈퍼 제301조 및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확대 해석해 신규 수입을 규제하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측면에선 보호무역주의적인 전략을 병행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를 강령으로 내세워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5G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의 미국 중심 공급망 강화를 추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본국으로 회귀하는 자국 기업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에 대해서는 징벌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으로는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대화폐이론(MMT)의 추종자인 스토니브룩대학의 스테파니 켈튼 교수를 대선 캠프에 영입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MMT는 발권력을 가진 정부는 파산하지 않으므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확대를 걱정하지 않고 정부지출을 확대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김진일 교수는 “켈튼 교수가 단순히 여러 조언자 중의 하나로 머물지, 아니면 현재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인 피터 나바로와 같은 핵심 역할을 할지가 지켜볼 지점”이라고 말했다.

[포커스]한국 경제에 긍정적, 낙관은 금물

미국 주도 새 경제동맹 가능성

바이든 정부의 등장으로 극단적인 미·중 갈등이 다소 완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되면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자국 우선주의 노선을 고수했지만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와 국제공조 체제 복원 기조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는 형태의 CPTPP 확대 또는 제2의 TPP 추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동맹에 어떤 형태로든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한국은 트럼프 시기처럼 미·중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무역에서의 불공정성을 시정해야 한다는 점에선 모든 미국 정치인이 동의하고 있어서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도 미·중 갈등의 기본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면서 “다만 트럼프가 자국 중심으로 갔다면 바이든은 동맹국과의 결속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 당선인이 강조한 ‘신뢰할 수 있는 공급 사슬 구축’을 주목했다. 바이든은 정치·사업적인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지, 공급 사슬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 공급하는 제품의 품질은 높은 수준인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공급 사슬 구축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구축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연구위원은 “미국이 공급 사슬의 국내화를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에 참여의 기회가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직접 참여하거나 동남아 등을 통해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기조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공언하면서 2025년까지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들에 ‘탄소조정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을 겨냥했지만, 탄소배출량이 세계 9위인 한국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나 건설, 화학, 철강 등 환경 규제에 취약한 산업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환경·노동규제는 바이든 당선인의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벨트 지역의 자동차·철강 노조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 연구위원은 “자동차·철강 산업이 트럼프 임기 동안 어려움을 겪었는데 바이든 역시 환경과 노동문제를 강조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또 다른 형태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문종철 연구위원은 “철강은 대표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이고, 자동차 산업의 경우에도 바이든 당선인은 공약에서 2035년까지 미국의 모든 차를 친환경차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만큼 업계가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수준의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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