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 머큐리의 우표 수집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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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록그룹 ‘퀸’ 결성 5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영국의 왕립 우체국은 ‘퀸 기념우표’ 13종을 발행했다. 우표에는 앨범 커버 이미지, 단체 사진, 라이브 공연에서 찍힌 멤버들의 독사진 등이 담겼다.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우표에는 그의 마지막 라이브 공연인 1986년 ‘매직 투어’ 당시 모습이 들어갔다. 왕립 우체국이 음악 밴드를 기념하기 위해 우표를 제작한 건 비틀스(2007년), 핑크 플로이드(2016년)에 이어 퀸이 세 번째이다. 프레디 머큐리는 어릴 적부터 우표 를 모아온 수집가이기도 했는데, 우표에 얼굴이 담기는 것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2020 대한민국 온라인 우표 전시회에서 수상한 황채정 어린이의 ‘막강한 고구려의 힘’ / 우정사업본부

2020 대한민국 온라인 우표 전시회에서 수상한 황채정 어린이의 ‘막강한 고구려의 힘’ / 우정사업본부

조로아스터교도인 프레디의 집안은 1991년 그가 사망하자 교리에 따라 화장했다. 그의 물건도 불태워졌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어린 시절 모았던 우표 수집책은 남겨뒀다. 우표 대부분이 프레디가 태어났던 잔지바르와 모나코, 아덴 그리고 영국에서 발행한 우표들이었다. 프레디가 수집책에 우표를 배열하는 방식은 독특했는데 주로 우표의 색과 크기, 모양에 따라 분류했다. 영국 우표들만 모아 ‘프레디’를 뜻하는 알파벳 ‘F’ 모양으로 배열해놓기도 했다.

영국 출신 가수 존 레넌도 어린 시절 우표를 모았다. 사촌으로부터 우표 수집 앨범을 선물 받은 뒤, 앨범에 적힌 사촌 이름을 박박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주로 뉴질랜드와 미국에서 온 편지에서 우표를 수집했다. 앨범 겉표지에는 영국의 옛 왕과 여왕인 조지 4세와 빅토리아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많은 아이가 그러하듯, 존도 여왕과 왕의 얼굴에 코믹하게 수염을 그려넣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우표를 수집할까. 우정사업본부가 11월 18일부터 12월 24일까지 여는 ‘대한민국 온라인 우표 전시회’(www.stampex.kr)에는 4명의 어린이가 주제별로 모은 우표들이 전시돼 있다. 황채정 어린이는 ‘고구려’ 관련 우표와 우편도장, 우편엽서 등을 모아 전시했다. ‘막강한 고구려의 힘’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수집한 광개토대왕 우표와 장군총·무용총 우표, 고구려 성곽 우표 등을 선보였다. 1997년 발행된 ‘여수장우중문시’ 우표도 볼 수 있다. 우표 아래엔 연필로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대군을 맞아 살수에서 싸울 때 적장인 우중문에게 보낸 시’라는 글이 삐뚤빼뚤 적혀 있다. ‘우리의 전통놀이를 찾아서(정유빈 어린이)’라는 작품은 농악놀이, 차전놀이, 고싸움놀이 등 전통놀이가 그려진 우표와 엽서 등을 모아 만들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고 말한 건 바로 이런 걸 두고 한 말이었으리라.

이번 우표 전시회에는 수상작 30여점이 전시된다. 매년 오프라인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에서만 진행된다. 관람객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관람하고 설명까지 들을 수 있도록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전시관으로 만들어졌다. 이번 전시회를 관람하면 ‘나도 우표를 모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수집한 우표가 적어도 낙심할 필요 없다. 각자의 방식으로 우표를 모으고 이야기를 입히면 된다. 프레디와 존 그리고 아이들이 한 것처럼.

<이재덕 뉴콘텐츠팀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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