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소년법,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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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 인천에서 18세 소녀가 8세 초등학교 학생을 죽였다. 같은 해 부산에서 여자 중학생 2명이 또래 여학생을 폭행해서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사건이 널리 알려지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는 소년법을 폐지하고 소년사범을 엄하게 처벌하라는 주장이 빗발쳤다. ‘소년법 이번에 없애라. 초등학생 이하로 가든지’, ‘미성년자라 봐주는 제도를 없애라. 요즘 애들이 어른보다 더 무섭다’는 등. 올 4월까지 소년법과 관련된 청원만 1900여건이고,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중복해서 390만명인데 소년법은 바뀌지 않았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소년법 목적은 건전한 성장 돕는 것

사람들은 소년범죄가 늘어나고 잔혹해졌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보면 그 말이 맞다. 통계상으로는 성급한 결론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매년 소년범죄가 7만여건 발생하는데 그중에서 강력범죄(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는 3000건 안팎이다. 절도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이나 이성과 신체접촉(추행)도 포함한 수치다. 최근 10여년간 소년범죄와 강력범죄 사건은 성폭력을 제외하고는 약간 줄어드는 추세다.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한 소년 중 가장 많은 범죄가 절도(35%)이고, 폭행과 상해 등 폭력 행위(22%)가 그다음이다. 강력범죄 중에서 사안이 무거워 형사처벌을 받는 소년은 한 해 몇백명이다.

소년형사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소년범죄가 유독 잔인해지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심각한 2차 피해를 동반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자체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폭행 장면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놓고 조롱해서 피해자가 견디기 힘든 트라우마에 빠졌다. 죄질이 나쁜 소년범죄가 없다거나 중대한 경우 처벌이나 적절한 보호처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소년범죄 실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다.

소년법은 소년이 다양한 비행환경에 빠지는 것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문제이므로 처벌 대신에 교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법이다.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의 환경을 조정하고 품행을 교정하는 조치를 해서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오랫동안 소년은 작은 어른으로 취급되었으며 범죄를 저지르면 어른과 비슷하게 처벌받았다. 서양에서도 20세기에 들어서야 이런 처우가 소년의 인격 형성에 나쁘고 어른 범죄자를 양성하는 것임을 깨닫고, 소년법과 소년법원을 설립해서 소년에 대한 교육적 처우, 소년보호처분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는 1958년 소년법을 만들고 운용했지만,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선진국의 법을 답습했으므로 시민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소년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왜 부당할까? ‘길모퉁이’ 소년은 부모가 이혼 상태이거나 불우한 환경에서 생활고를 겪고 자라서 자존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가정이나 학교, 또래 그룹에서 차별받거나 폭력을 당했다. 입시 위주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충동과 감정은 수시로 바뀌는데 어떻게 살 것인지 찬찬히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은 미래를 꿈꾸고 바뀔 수 있으므로 어른과 다르게 처우해야 한다.

소년법과 소년보호재판에서 몇가지 중요한 지점이 있다. 우선 소년법은 14세 이상 19세 미만 범죄소년에 대해 규정한다. 모두 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는 게 아니라 10명 중 1명은 형사법원에서 형벌을 받는다. 18세 미만 소년은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다. 특정강력범죄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선진국 법률과 다르고 국제 규약에도 어긋난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한 것은 아직 성숙하지 못했고, 사물을 변별하고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부족해서 잘못을 탓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2세로 낮추자는 주장이 있는데, 몸만 큰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어른과 같은 판단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10세 이상 14세 미만(촉법소년)에게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결과가 무거우면 소년보호재판으로 재비행을 방지하는 처분을 할 수 있다.

가정법원이 명하는 소년보호처분은 열가지가 있는데, 보호자에게 위탁하면서 감독하는 사회내처분(1호부터 5호까지)과 소년원이나 아동복지시설에 위탁하는 주거제한처분(6호부터 10호까지)으로 나뉜다. 처분이라는 용어 때문에 봐준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또래에게 소중한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형벌에 비해 가볍다고만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소년법은 폐지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정되고 충실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범죄소년에 대한 조사는 조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소년에 대한 비행을 신고하더라도 경찰은 사안을 가볍게 보고 늦장 수사하기 일쑤다. 2019년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도 부모가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리고 공론화된 후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소년보호사건 처리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경찰에서 법원으로 넘어오는 기간이 3~5개월이 걸린다. 경찰이 소년범죄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 검사가 형사재판에 넘길지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낼지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도 미국과 일본처럼 경찰이 바로 소년부 판사에게 송치하고, 판사가 소년보호절차와 형사절차를 선택하는 방향(법원선의주의)으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소년보호사건을 맡는 판사와 집행·감독기관은 더욱 늘어나고 전문화되어야 한다. 시민은 소년범죄에 많은 관심을 갖고 걱정하는데, 행정부와 법원의 정성과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소년부 판사와 보호관찰관, 소년원과 아동복지시설이 적절하게 개입하고 교화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이 늘어나고 역량을 계발해야 한다. 또 소년범죄 피해소년에게는 보호 대책이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소년범죄 가정은 열악해서 피해소년에게 손해를 배상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피해소년의 가족이 실질적으로 회복되고 치유될 수 있도록 국가가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년보호처분으로 태도나 의지가 바뀐 소년도 집으로 돌아가 예전의 환경에 노출되면 다시 종래의 문화와 비행에 빠지게 된다. 가정과 사회가 보살피지 못해 발생한 문제를 엄한 형벌만으로 해결하려는 방법은 범죄도 예방하지 못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들어간다. ‘길모퉁이’ 소년은 비뚤어진 것이 아니라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박형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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