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지난주 미세먼지 ‘중국발’ 아니었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올해 초부터 뿌연 하늘은 잠시 잊고 지냈습니다. 며칠 전부터 미세먼지가 다시 한반도 상공을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엔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많다는 의미의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을 차용해 만든 말입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기상청에 따르면 11월 12일부터 수도권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가 7일째 지속됐습니다. 11월 18일에는 비가 내리며 미세먼지가 해소되긴 했지만 머지않아 또 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작은 먼지를 말합니다. 대기 중 오랜 기간 떠다니는 입자 가운데 지름이 10㎛ 이하의 미세한 먼지를 PM10으로 분류합니다. 입자의 지름이 2.5㎛ 이하인 입자는 PM2.5이며 초미세먼지라 부릅니다.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매연, 조리 과정 등에서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는 아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의 대기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구성 성분을 보면 질산염과 황산염 등이 58.3%, 탄소류와 검댕 16.8%, 광물 6.3%, 기타 18.6%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환경오염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보니 체내로 흡입됐을 때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숨을 쉴 때 코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인체 내부까지 침투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수년간 지속적으로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질병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65세 이상의 노인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다수 나왔습니다.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서는 서울시 미세먼지(PM10) 농도가 1㎥당 10㎍ 증가할 때마다 65세 이상 노인의 사망률이 0.4%씩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린이들의 건강도 위협합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1㎥당 10㎛ 증가할 때마다 어린이의 입원 확률이 높아지고, 저체중아 출산 위험과 사산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오염물질 대거 함유한 미세먼지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2월 발발한 이후 한반도에는 맑은 하늘이 보였습니다. 매년 봄마다 찾아오던 황사도 별로 없었고,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미세먼지 발생 일수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코로나19로 중국 공장이 가동을 멈춰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최근 미세먼지가 다시 한반도 상공을 뒤덮자,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한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넘어오고 있다는 언론기사가 나오기 시작했고, 시민도 비슷한 생각을 주로 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한반도 상공의 미세먼지가 심해졌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전문가들과 정부의 말을 종합하면,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만을 지목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기상조건에 따라 국내 오염물질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서해에서 발견되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약 70%가 중국발이라는 조사결과가 2018년 나오기도 했습니다. 보통 국내외 요소와 기상조건이 복합적으로 작동합니다. 때에 따라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미세먼지의 출처를 두고 마냥 중국만 탓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 11월 13일부터 발생한 미세먼지는 전반적으로 국내 대기 오염물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에 따르면 중국 등 국외로부터 오염물질이 일부 유입되긴 했지만, 국내 오염물질이 그간 축적돼온데다 한반도 상공 대기가 정체하면서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지속됐다는 것입니다.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에 축적돼 있다가, 대기가 정체되면서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악화됐고, 여기에 중국 등 국외로부터 유입된 미세먼지가 가세했다는 설명입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프레임이 놓치는 것

중국발 미세먼지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3월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3월 이후에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다시 미세먼지 양이 늘어나는 것이 관측됐습니다. 그런데도 한반도에는 올해 봄과 여름 맑은 하늘이 보였던 이유로 기상 상황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올해 봄에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자주 불었습니다. 지난해보다 올해 봄에 강풍이 잦았던 탓에 초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정체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비도 자주 내려 미세먼지를 씻어낸 것도 한몫했습니다.

미세먼지를 모두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기상·대기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미세먼지를 중국 탓으로 돌리면서 한국이 해야 할 미세먼지 저감 노력이 게을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오염물질의 원인이 되는 석탄 발전소 저감 노력이나 배출가스 저감 노력 부재에 면죄부를 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한·중·일 3국의 과학자들이 공동조사를 통해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보다 한국 자체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2019년 11월 발표된 이 연구를 보면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32%였고, 한국 자체 요인은 51%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2%도 적은 양은 아닙니다. 그런데 국내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서울시 연구를 보면 2016년과 비교해 2019년 서울시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기여도에서 국외 기여도는 감소한 반면 국내 기여도는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중국 등 주변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유입량을 줄이려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제거하려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미세먼지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면 바로 관심이 사그라지는 대표적인 이슈로 보입니다. 미세먼지는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현재도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은 늘고 있으며, 대기 중 축적된 오염물질의 양도 늘고 있습니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행동에 나서는 주체로서 서야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참고자료 과학잡지 에피 7호, <미세먼지> 신방실, ‘미세먼지 없는 하늘, 모두 ‘코로나19’ 효과?’, KBS뉴스, 2020년 6월 6일. 최우리, ‘[기후뉴스 읽기] 이번 미세먼지도 메이드 인 차이나?’, 한겨레, 2020년 11월 17일

※이번 호를 끝으로 시리즈 연재를 마칩니다.

<글 목정민 과학 잡지 ‘에피’ 편집장>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