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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 국민의힘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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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북 정책 한국 보수당과 맞지만 2022년 대선 유불리 속단 못해

11월 4일 국회 의원회관의 게시판에는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토론회 포스터가 여러 장 붙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 등 의원 개인이 주최하는 토론회도 있었고, 민주연구원과 국회미래연구원 같은 싱크탱크에서 주최하는 토론회도 있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아직 토론회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인 A씨는 “민주당은 여당인 만큼 곧바로 입장을 갖고 토론회를 할 수 있으나, 야당인 국민의힘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후에야 입장을 정하게 되는 만큼 대선 전에 미리 일정을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11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오른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논의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11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오른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논의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회는 미 대선이 실시되기 40일 전인 9월 23일 긴급간담회를 국회에서 열었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을 때,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을 때 등 각각의 상황을 대입해 한미관계를 전망하는 자리였다. 매우 민감한 이야기는 발제와 토론이 끝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터져나왔다. 외교안보특위 부위원장인 김우상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2022년 국민의힘이 여당이 되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불리하면 왜 불리한지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보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가장 중요한 점을, 요점을 말해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트럼프 재선이 국민의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명쾌하게 답변하는 내용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였지만 가장 예민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간담회는 국민의힘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를 통해 생중계됐다. 가장 예민한 문제가 언급된 것은 유튜브 창에 계속 달린 댓글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대부분 댓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기를 바라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이런 댓글에 명쾌한 답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김 교수의 이야기였다.

대선 결과에 여야 조심스러운 입장

미국 대선 결과가 드러날 때까지 국민의힘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당 관계자인 A씨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언론에서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로 따로 나눠서 의원들에게 전망을 묻고 있지만,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이 돼야 향후 전망에 대해 인터뷰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만큼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국회 외통위 위원이자, 문재인 정부 초기에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0월 30일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 시 북미관계가 지지부진해질 것이란 전망에 대해 “정책 리뷰에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상황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떤 후보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10월 31일자 뉴욕타임스는 각국의 속내를 보도하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 방식을 공개 지지해 왔다’면서 반면 ‘한국의 여론조사에서 일반 국민은 바이든을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11월 5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대합실 TV를 통해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상황 뉴스를 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11월 5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대합실 TV를 통해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상황 뉴스를 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미 대선 결과를 놓고 여야의 속내가 서로 달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민주당은 미국의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기대하고, 한국의 보수정당은 미국의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올해 미국 대선에서 서로 이념과 반대되는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길 내심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더불어민주당은 트럼프 후보의 재선을 내심 바랐을 것이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세력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정책, 한미동맹 불확실성 없어져”

강경 보수 세력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2019년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적으로 만났다. 이 만남은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에는 다소 충격을 안겨줬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국민의힘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가 버거웠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내심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기대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대북 유화책보다 대북 압박을 내세우는 미국 민주당의 대북 정책이 지금 보수 세력의 코드와 맞다”면서 “또한 한미동맹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바이든 후보는 한국의 보수 쪽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한반도 정세를 예측 불가능에서 예측 가능한 상태로 바꿨다고 보았다. 민주당의 한 인사인 B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이 대북 정책이나 한미동맹에 있어서 불예측성을 없애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돈 전 의원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공통적으로 가졌던 미국의 전통적 노선을 벗어났다”면서 “이런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함께 힘을 실었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일단 대외적으로 체면이 깎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대북 문제는 한동안 교착상태를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가 우선 대중국 문제에 집중하고, 대북 정책의 방향을 정할 때까지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가 되면 문재인 정부는 대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대선 정국과 맞닥뜨려야 한다. 김종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인수위와 빨리 접촉해 대북 문제를 우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한국의 대선은 아직 1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미국 대선이 한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형식 소장은 “대북 문제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 때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던 여당으로서는 바이든 정부 아래에서 드라마틱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면서 “때문에 2022년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성과가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 역시 “문재인 정부로서는 기존 트럼프 라인과는 다른 새로운 미국 외교 라인과 북한 비핵화 문제를 협의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이 미국의 민주당 정권과 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2022년 대선에서 대북 변수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이 국민의힘에 유리한 대선 환경을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홍 소장은 “대북 카드의 극적 타결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국민의힘이 상대적 반사이익을 가질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상대적 반사이익이 고스란히 국민의힘으로 가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국민의힘의 보수적 성향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적인 성향과 비슷하기 때문에 트럼프 보수가 실패한 미국의 흐름이 오히려 한국 보수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국민의힘이 미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조치에 발맞출 수는 있겠으나 미 대선 결과가 2022년 대선에 끼칠 유불리를 아직은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돈 전 의원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향후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요인은 거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때 정상적인 통로를 벗어난 대북 외교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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