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제조사 구글 독점에 협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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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본격적 ‘통행세’ 걷기 제동 걸릴지 주목

“법원의 명령이 없다면 구글은 계속 경쟁에 반하는 전략을 써 경쟁 과정을 무력화하고 소비자 선택을 축소해가며 혁신을 억압할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0월 20일(현지시간) 구글에 반독점 소송을 걸면서 이같이 밝혔다.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법무부는 “미국 소비자와 광고주들 그리고 인터넷 경제에 의존하는 모든 기업을 위해 구글의 반독점 행위를 멈추고 경쟁을 복구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와 플로리다, 텍사스 등 11개 주는 지난 10월 20일(현지시간) 구글이 불법적으로 온라인 검색과 검색 광고 시장을 독점하는 전략을 실행했다는 이유로 연방법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 AFP연합뉴스

미국 법무부와 플로리다, 텍사스 등 11개 주는 지난 10월 20일(현지시간) 구글이 불법적으로 온라인 검색과 검색 광고 시장을 독점하는 전략을 실행했다는 이유로 연방법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 AFP연합뉴스

유럽연합 경쟁당국은 검색 결과에서 경쟁사를 누락하고, 안드로이드 폰에 구글 앱 선탑재를 강요했다는 이유 등으로 구글에 수십억달러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 법무부 소송으로 미국도 구글의 독점적 지위 남용에 본격적으로 칼을 댔다.

지난 9월 구글은 내년 1월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에 인앱결제 등 구글 결제방식을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30%에 해당하는 돈을 수수료로 받겠다고 밝혀 국내에서도 큰 반발을 불러왔다. 구글이 본격적인 ‘통행세’ 걷기에 나섰지만 국내외 경쟁당국이 반독점 조사에 나서면서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높다.

구글 독점에 통신사·제조사 협력 드러나

지난 10월 23일 국정감사에서 구글이 국내 통신사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글은 이통사·제조사와 소위 ‘파편 방지 협약’ 또는 ‘대포크 협약(Anti fork agreement)’을 맺고 야후나 빙 같은 경쟁사 검색 앱이나 검색 엔진 대신 구글 검색만을 깔도록 한 후 여기서 확보한 검색 광고 수입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쇠스랑’을 뜻하는 포크(fork)는 개발자들이 하나의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통째로 복사해 독립적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타 운영체제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것을 막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구글은 운영체제(OS) 독점을 위해 대포크 협약으로 제조사들을 기술적으로 조처하고, 제조사·통신사가 경쟁 앱을 탑재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며 “나아가 삼성·LG 등 제조사 및 통신사들과 검색 광고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영 의원도 국감에서 구글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게임사들은 구글에 인앱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내는데 그중 최대 15%가 이동통신사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의 소장을 보면 이런 수익공유를 알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구글이 (AT&T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통신사들에 10억달러 이상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앱 선탑재와 검색 광고 독점에서 얻는 이익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구글이 작성한 ‘전략 자료 초안’을 보면 구글은 2014년 2억1700만달러에 이르는 돈을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에 수익공유 협약에 따라 지급했다. 소장에는 삼성전자·LG전자 같은 휴대폰 제조사들도 이런 수익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온다. 같은 해 통신사에 지급한 수익공유 규모는 4억6000만달러이다. 2014년과 2019년 수치만 보면 미국 통신사에 지급하는 수익공유 액수만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국내 통신사도 미국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검색 앱 선탑재 등에 따른 수익공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의혹에 대해 통신사 단체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및 구글의 앱마켓 선탑재는 구글과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사안으로 통신사는 이에 개입할 수 없고 관여할 방법도 없다”고 반박했다. KTOA는 인앱결제액 가운데 15%를 통신사가 가져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휴대폰 결제를 했을 때의 수수료를 받을 뿐이고, 그 비중도 (구글이 받아가는 전체 수수료의) 3~4%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통신사·휴대전화 제조사가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협조했다면서 유감을 표시하고 정부 조사와 재발 방지 입법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업자나 결제대행(PG)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2.5% 수준인데 무슨 근거로 휴대폰 결제일 때만 15%의 수수료를 가져가는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폰 소액 결제 수수료 명목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수익공유 협약에 따른 인센티브일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 조사, 구글도 무시 못 해

공정위는 구글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를 했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월 22일 국회 공정위 종합감사에서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 사업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구글이 30%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이 시장의 경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구글 조사 계획을 묻는 질의에 “공정위는 운영체제(OS) 관련 사건과 앱 마켓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의 ‘통행세’가 독점적 지위 확보에 따른 착취 남용에 해당하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구글이 그간 개방적인 OS 정책으로 앱 개발자들을 끌어모아서 안드로이드 OS 시장 확장에 도움을 받고 앱마켓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했는데 독점적 지위를 얻은 후에 일종의 통행세 부과를 확대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에서 말하는 착취 남용으로서 위법한지, 혹은 끼워팔기 또는 배타적 조건부 거래 행위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수익공유는 대부분 불로소득에 가깝다는 점에서 통신사나 제조사가 구글에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구글이 전체적인 끼워팔기의 큰 계획의 일부로 이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위법 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이 부분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인위적 기업 인수합병으로 독점력을 높이면 반독점 판정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통신사의 시장 지배력을 구글의 독점적 지배력 확대에 활용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기협은 지난 8월 24일 구글의 정책변경이 금지행위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위반이라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황 교수는 “30%의 통행세 부과는 과도하다는 것이 학계의 다수 의견이지만 단순히 비싸다고 위법 여부를 따지긴 쉽지 않다”면서 “결국 문제는 앱 개발자들에게 구글 앱마켓을 이용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느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구글이 독점적 사업자인지, 그리고 그 지위를 남용해서 불법할 정도로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키는 경쟁제한 효과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포트나이트 개발사가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 외엔 미국과 유럽연합 등 정부 당국에서 문제삼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인앱결제 강제를 조사하면 경쟁당국 조사로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퀄컴이 LG와 화웨이 등 휴대폰 제조업체에 부당한 계약을 강제한 데 대해 공정위가 1조300억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 등 각국 경쟁당국도 공정위 판단을 따랐다는 점에서 구글도 공정위 조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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