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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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지만 올해 유독 잘 보이지 않는 이름이 있습니다. ‘조선의 4번타자’라고 불리는 롯데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입니다. 이대호는 올해 올스타에도 뽑히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못했나 싶어 그의 성적을 찾아봤습니다. 2경기를 남겨둔 10월 29일 현재 타율 0.291(팀내 3위), 108타점(팀내 1위), 156안타(팀내 2위), 20홈런(팀내 2위)입니다. 무엇보다 이대호는 전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전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올해 KBO에서 5명뿐입니다. 당연히 이들 중 최고참입니다.

[편집실에서]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

이대호의 올해 성적은 이름값에 비하면 다소 아쉽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그 전체를 본다면 못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팬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이대호 걱정.’

정부가 내년부터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길 때 양도세를 물리는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겠다고 하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3억원을 보유한 것이 무슨 대주주냐는 겁니다. 세상에, 종목당 3억원이 적다니요. 한 종목에 3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직계존비속을 감안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할아버지-아버지-손자가 각각 1억원씩 똑같은 종목을 보유할 수 있는 서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3억원 이하로 삼성전자, LG화학, 카카오, 네이버 등 각기 다른 종목에 넣는다면 과세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주식투자액의 합이 30억, 300억원이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제기된 삼성의 상속세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최대 11조원으로 예상되는 상속세가 너무 많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남긴 상속재산은 모두 18조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상속받는 재산은 상속세를 제하고도 7,000,000,000,000원에 이릅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과연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할까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쓰러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수일가가 상장사로부터 받은 배당금만 2조7000억원이 넘습니다. 삼성가가 지난 6년간 상속문제에 손 놓고 있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삼성그룹은 대한민국 최고의 법무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걱정을 일부 언론이 공공연히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마치 세금폭탄이 떨어지는 양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기사에 별 상관도 없는 장삼이사들이 불안해합니다. 주머니에 3만원도 없는 일용직 노동자가 3억원 주식 큰손을 걱정하고, 자식에게 한푼 물려줄 것 없는 동네식당 주인이 슈퍼리치의 상속세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고소득 개인과 법인이 낸 세금은 정작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동네식당 주인을 위한 복지 재원으로 쓰이는데 말이죠. 언론은 약자편에 서야 합니다. 혹세무민해서는 안 됩니다. 주간경향은 그러겠습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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