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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40대의 세대 특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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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는 냉소·개인주의·기업가 정신 기질… 일본은 ‘취업 빙하기 세대’로 불려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 끼어 있는 우린 관심 밖의 둘째 아이. Z세대가 ‘OK 부머(됐거든, 꼰대)’를 외치는 동안 팝콘을 들고 누웠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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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캐나다의 X세대 작가 샤론 발라가 시사지 ‘매클린스’에 이같이 썼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국가에서 ‘X세대’는 ‘낀 세대’ 또는 ‘잊힌 중년’으로 표현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3월 초, SNS에서는 ‘GenX(X세대)’라는 해시태그가 반짝 유행했다. X세대는 어린 시절 방안에서 책, 보드게임, 영화, 음악, 조이스틱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렸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렇게 썼다. “나는 #GenX. 내겐 (성경 속 인물인) 욥의 인내심이 있어. 카세트에 녹음하려고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기를 몇시간 동안 기다렸지. 하지만 DJ 멘트가 노래에 섞이면 난 또 기다려야 했어.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X세대의 ‘보기 드문 승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샌드위치 세대

세대라는 개념은 모호하다. 동시대의 사람들을 하나로 뭉뚱그리기에는 면면이 다양하다. 세대론이 백인 중산층 중심인 반면 계급·인종에 따른 사회 분열상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세대 구분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관통하는 경향성을 나타내는 잣대로 작동하고 있다.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마케팅의 소재가 되며 때론 추억을 소환한다.

국내에서 X세대는 대체로 1994년 처음 실시된 수능을 경험한 세대를 일컫는다. 영어권의 X세대는 1960년대 중반~197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이후 세대로 보다 넓다.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코플랜드가 1991년 출간한 소설 <X세대>에서 처음 X세대 용어를 썼다. 과거 세대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마땅히 정의할 용어가 없어 X세대라 불렀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X세대(1965~1980년생)는 6520만명,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는 7160만, 밀레니얼 세대는(1981년~1996년생) 7210만명이다.

X세대는 부모가 모두 맞벌이를 하거나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많은 여성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이혼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학교를 마치면 아무도 없는 빈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열쇠 아동(latchkey kids)’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단계에서 자랐다. 컴퓨터 없이 학창시절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컴퓨터로 학업을 마쳤다. 1980년대 ATM의 첫 등장을 목격했고 ‘닷컴 붐’ 속에서 경력을 쌓았다. 성장기에 현대사회 주요 사건을 거쳤다. 냉전 시대와 그 종식을 경험했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 철폐됐다. 한창 일할 시기인 2008년에는 경제위기를 감당해야 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레이건 시대, 코카인 파동, 에이즈 확산, 마약과의 전쟁, 대량 투옥, 저축대부조합(S&L) 파산 사태에서 살아남았다.” X세대에는 냉소, 개인주의, 기업가 정신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세대 구분은 자의적이다. 예를 들어 1980년에 태어난 가장 어린 X세대는 1965년에 태어난 X세대보다 1981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더 많은 접점을 가진다. 이것이 ‘제니얼(Xennials)’을 만들어냈다. 제니얼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기술 발전에 쉽게 적응했지만 후배 세대만큼 덕을 보진 않았다. 어드벤처 게임 ‘오리건 트레일’을 하면서 자라 ‘오리건 트레일 세대’라는 별명이 있다.

2017년 가디언은 ‘당신은 제니얼입니까’라는 주제로 21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집 유선전화로 친구에게 전화하고 먼저 친구의 부모에게 인사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믹스 테이프를 만들었다. 테이프에 녹음했다”, “부자 이웃이나 친구가 ‘카폰’(자동차 내부에서 직접 전화할 수 있었던 전자기기로 1980~1990년대 부의 상징)을 갖게 됐을 때 매우 들떴다.”

이웃나라의 40대

한국에서 X세대가 주목받던 때 일본의 또래들은 ‘취업 빙하기 세대’로 불렸다. 고도성장을 이어가던 일본은 1990년대 초 경제의 거품이 꺼지는 시기를 맞는다.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다. 혹독한 취업 한파가 불어닥쳤다.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든 탓에 젊은이들은 비정규직을 전전했다. 잡지 ‘취직저널’이 1992년 11월호에서 ‘취업 빙하기’라고 표현한 뒤 이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지금의 30대 후반~40대 후반이 취업 빙하기 세대다. ‘잃어버린 세대’라고도 한다.

‘단카이 주니어’도 여기에 속한다. 통상 1970년에서 1974년 2차 베이비붐 때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생인 베이비붐 ‘단카이(덩어리라는 뜻) 세대’의 자녀들이다. 부모 세대와 달리 경제호황의 과실을 맛보지 못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은 20년이 됐다. 취업에서 밀려나 설 곳을 잃은 ‘은둔형 외톨이’가 양산되는 등 각종 사회문제가 떠올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취업 빙하기 세대의 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3년간 취업 빙하기 세대 30만명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안기는 것이 목표다. 한국의 청년실업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잃어버린 세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서는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한다. 1970년대에 태어난 40대는 ‘치링허우’(70后)라 불린다. 치링허우는 1978년 개혁개방 이전에 태어난 세대로 성장 과정이 물질적인 풍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경향이 있다. 개혁개방과 함께 성장한 1세대이지만, 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만큼 특성이 뚜렷하진 않다. 최근 중국 지방정치에서 치링허우 간부들이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른 세대는 치링허우 직후인 바링허우(80년대생)다. 1978년 1가구 1자녀 정책이 확고하게 만들어진 뒤 태어났다. 부모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으며 ‘소황제’로 자랐다. 소비 수준이 높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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