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에 또 빠진 삼성의 희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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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가을은 올해도 춥다.

삼성은 10월 19일 현재 138경기에서 61승 4무 73패로 10개 구단 중 8위에 자리하고 있다. 남은 경기를 모두 전승하더라도 삼성은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다.

삼성 라이온스 오승환 / 이석우 기자

삼성 라이온스 오승환 / 이석우 기자

지난 2016시즌부터 올시즌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우연히도 삼성이 새 홈구장인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로 옮겨간 이후부터는 가을잔치를 열지 못했다. 올해도 ‘라팍’은 가을 팬을 기다렸지만 썰렁한 바람만 불게 됐다.

한때 ‘왕조’를 건설했던 삼성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시즌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그러나 2016년 정규시즌 9위로 굴러떨어진 이후 과거의 추억을 더듬는 데에만 머물러 있다. 그동안 ‘돈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던 삼성이지만 2016년부터 모회사가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구단의 지갑도 굳게 닫혔다. 투자받지 못한 만큼 삼성의 성적도 떨어졌다.

새 역사 쓴 뷰캐넌, 돌아온 오승환

삼성의 야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팀인 삼성은 역사를 이어가는 팀 중 하나다. 이번 시즌 삼성이 마냥 좌절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올해 나름대로의 소득이 있었고, 다음 시즌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기도 했다.

올시즌 삼성이 웃을 수 있는 부분은 마운드다. 삼성은 팀 평균자책 4.81로 10개 구단 중 7위를 기록 중이지만 선발과 불펜 모두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외국인 투수에서 드디어 ‘잔혹사’를 깼다. 데이비드 뷰캐넌이 27경기에서 15승 7패 평균자책 3.45를 기록하며 삼성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6일 한화전에서 15승째를 올리면서 1998년 스캇 베이커 이후 22년 만에 15승을 올린 삼성 외국인 투수가 됐다. 또한 174.2이닝을 소화하며 베이커가 소화한 172이닝을 넘어섰다.

최근 몇 년 동안 외인 투수 잔혹사를 겪었던 삼성이기에 이번 기록이 더 반가웠다. 2016시즌에는 대체 외인까지 포함한 3명의 외인 투수가 거둔 승수는 6승에 불과했고, 다음 해에도 외인 투수 2명이 5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18년에는 팀 아델만(8승 12패), 리살베르토 보니야(7승 10패)가 조금 나은 성적을 냈으나 역부족이었다. 지난해에도 덱 맥과이어(4승 8패), 저스틴 헤일리(5승 8패) 등이 합작 9승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뷰캐넌이 걸출한 1선발로 활약하면서 그동안의 아픈 기억을 지웠다.

불펜에서는 삼성이 그동안 고대하던 오승환이 돌아왔다. 오승환은 KBO리그 징계를 끝낸 뒤 지난 6월 9일 키움전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복귀했다. 그리고 6월 16일 두산전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오승환의 올해 성적은 44경기 3승 2패 18세이브 평균자책 2.54다. 지난 10월 16~18일에는 더블헤더를 포함해 4경기 연속 연투를 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왕조를 이끌던 당시의 구위보다는 떨어졌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그간의 공백을 메우고 삼성 마무리 투수의 고민을 덜었다.

이밖에 마무리에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좌완 최채흥이 풀타임 선발로 뛰면서 한차례 완봉승을 포함해 25경기에서 10승 6패 평균자책 3.69를 기록하며 미래를 기대케 했다. 최채흥은 20일 문학 SK전에서 7.1이닝 2실점으로 팀의 12-2 승리를 거두면서 프로 데뷔 3시즌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올 시즌 좌완 투수 중에서는 KIA 양현종 이후 두 번째로 10승을 달성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의 경험으로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

삼성 라이온스 이원석, 데이비드 뷰캐넌, 김지찬(왼쪽부터) / 이석우 기자

삼성 라이온스 이원석, 데이비드 뷰캐넌, 김지찬(왼쪽부터) / 이석우 기자

2년차 원태인도 경험을 쌓았다. 25경기에서 6승(10패)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승을 추가한 원태인은 기복 있는 피칭을 보이기는 했지만, 지난해 26경기에 등판한 데 이어 이번에도 1군의 한 자리를 줄곧 지켰다.

불펜에서는 김윤수가 61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았다. 이밖에 최지광·노성호 등이 삼성 불펜에 힘이 됐고, 군대에서 제대한 심창민도 복귀해 20경기 넘게 등판하면서 1군에서의 기억을 되찾았다.

해결사 부재의 고민은 내년까지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삼성은 몇 차례 실전 경기에서 4번 타자로 이원석을 내세웠다. 삼성의 4번 타자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삼성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중심타자로 활약한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와 몸값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작별했다. 새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를 영입했으나 그는 러프와 다른 유형의 타자였다. 내외야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서 수비수의 역할에 더 기대를 걸었다. 중심타자 고민은 토종 선수들이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삼성은 시즌을 마칠 때까지 ‘해결사 부재’의 고민을 풀어내지 못했다.

삼성의 팀 타율은 0.267로 10개 구단 중 8위다. 득점권 타율도 0.270으로 한화(0.242), SK(0.252)에 이어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삼성은 올 시즌 132개의 라인업을 내놓았다. 한화(135개)에 이어 가장 많이 라인업을 바꿨다. 4번 타자도 그만큼 많이 바뀌었다. 캠프 때 4번 타자로 지목됐던 이원석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여러 선수가 4번 타순을 거쳐갔다.

살라디노가 6월 19경기 타율 0.327, 3홈런, 14타점으로 활약하면서 팀 성적도 반짝 오르기도 했다. 삼성은 6월 15승 10패를 거두며 10개 구단 중 4번째로 30승(25패)을 선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살라디노는 7월부터 다시 내리막을 걸었고, 급기야 허리 부상으로 지난 7월 15일 KIA전 이후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삼성은 결국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기로 했고, 다니엘 팔카를 영입했다.

팔카는 8월 23일 롯데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뒤 다음 경기인 8월 25일 LG전에서 첫 홈런을 때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45경기에서 그가 거둔 성적은 타율 0.199, 6홈런 17타점에 그치고 있다.

내년 외국인 타자를 새로 영입한다고 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단단한 중심 타선을 구축하려면 토종 타자들이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삼성은 다음 시즌에도 4번 타자를 계속 찾아 헤매야 한다.

그나마 김동엽이 희망을 키운다. 김동엽은 삼성에서 3명밖에 안 되는 3할 타율 타자 중 한 명이다. 타율 0.314로 팀 내에서 가장 높은 기록을 자랑한다. 8월 한 달 동안 19경기 타율 0.356, 4홈런을 기록하더니 9월 이후 42경기에서 타율 0.364, 9홈런, 36타점 등으로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김동엽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의 부진을 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시즌 초반까지는 기록으로 이어지지 못했으나 중후반부에 노력의 열매를 맛봤다.

감독이 추구하는 데이터 야구 성공할까

새 얼굴의 등장도 있었다. 2020년 신인 김지찬이 129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으면서 내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삼성으로서는 다음 시즌 고정된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시즌 중 부상자들이 속출한 것도 삼성의 문제 중 하나였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일주일 정도라도 라인업을 고정해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하기도 했다. 당초 삼성이 상위권을 차지할 전력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온전한 전력으로 경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번 시즌의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허삼영 감독은 삼성의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데이터 야구를 주장했다. 그가 원하는 데이터 야구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일단 전력 강화부터 해야 한다. 이번 비시즌 삼성이 전력 보강에 얼마나 뛰어들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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