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공룡은 살아 있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은 현재도 시리즈물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쥬라기 월드: 백악기 어드벤처>라는 시리즈를 만들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의 원작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데 10대 청소년들이 공룡이 복원된 공원에 놀러갔다가 탈출한 공룡에 쫓기며 모험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에 조성된 공룡 모형 / 김형규 기자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에 조성된 공룡 모형 / 김형규 기자

공룡은 참 신기한 소재입니다. 5세 어린아이가 어려운 라틴어 이름을 줄줄 외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머리에 툭 튀어나온 뿔이 달리거나 꼬리에 큰 돌이 매달린 공룡, 아파트 10층 높이만큼 키 큰 공룡 등 형태적 특징이 다양하지만, 현재에는 전혀 볼 수 없는 역사 속의 생명체라는 점이 흥미의 요소인 것 같습니다.

흔히 공룡은 ‘멸종’했다고 언급되지만, 사실 과학자들은 공룡은 아직 ‘살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많은 연구 끝에 학계에서는 이제 공룡은 ‘새’로 살아남았다는 학설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육식공룡의 일부가 조류로 살아남았다

공룡학자들은 오랜 기간 공룡을 파충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공룡이 조류와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공룡의 ‘족보’가 바뀌었습니다. 바로 조류인 새가 멸종되지 않은 공룡의 한 종류라는 주장이 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흔히 공룡은 중생대 백악기 말 운석 충돌로 인해 멸종해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공룡은 백악기 말 멸종한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때 모든 공룡이 멸종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멸종기에도 ‘괄목할 만한 생존자’들이 살아남아 현재의 조류로 진화했습니다.

1970년 미국 예일대 존 오스트롬 교수는 데이노니쿠스라는 공룡의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이 화석은 시조새와 비슷한 형태였습니다. 오스트롬 교수는 새와 육식공룡의 연관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면서 새가 두발로 걷는 육식공룡처럼 걷는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육식공룡 가운데 몸집이 작은 편인 오비랍토르의 화석에서 조류에서 발견되는 쇄골이 발견됐습니다. 공룡과 새의 뼈구조에서 공통점을 찾은 것입니다. 이후 랩터 공룡의 화석에서 조류의 중요 특징인 ‘깃털’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조류가 공룡의 후손일지 모른다는 가설이 정설로 자리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새는 백악기 어떤 종류의 공룡이었을까요? 얼핏 프테라노돈 같은 하늘을 나는 공룡이 조류의 조상이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아닙니다. 조류와 익룡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익룡은 백악기 말 멸종했기 때문입니다.

조류의 뿌리는 육식공룡 가운데 수각류 공룡에 있습니다. 새와 수각류는 다양한 특징을 공유합니다. 먼저 새와 공룡은 깃털뿐 아니라 차골, 손가락이 3개인 손, 뼈구조 등 형태적으로 많은 점이 비슷합니다. 또한 새와 공룡은 두발 보행이 가능했습니다. 공룡이 두발로 보행한 덕분에 자유로웠던 앞발은 새의 날개로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공룡의 목뼈와 척추의 기공이 새의 공기주머니인 기낭으로 진화했습니다.

공룡과 조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깃털공룡’입니다. 공룡은 파충류로 생각됐기 때문에 비늘로 뒤덮여 있을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1996년 중국의 한 농부가 칠면조처럼 생긴 공룡 화석 ‘시노사우롭테릭스’를 발견하면서 오래된 상식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 화석은 크기는 작았지만 육식동물의 특징인 이빨과 긴 꼬리를 갖고 있었는데 가는 실처럼 생긴 원시깃털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솜털이 난 새끼 공룡 화석, 화려한 깃털이 달린 공룡 화석 등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학계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당시 생각하던 공룡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화석이었기 때문입니다.

운석이 1분만 늦게 떨어졌더라도

대표적인 것이 티라노사우루스의 깃털입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는 포악하고 악명 높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화장실에 앉아 있던 사람을 한입에 먹어치우는 포악한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요, 이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엔 냉정한 킬러라는 별명이 붙곤 합니다. 그런데 티라노사우루스가 사실은 깃털로 뒤덮인 공룡이라고 합니다. 포악한 킬러라는 고정관념이 워낙 강했던 탓에 깃털로 뒤덮인 티라노사우루스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외부온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연약한 새끼의 경우 원시깃털로 덮여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새끼가 점점 거대한 크기로 자라면서 털이 빠져버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티라노사우루스는 알을 돌보는 다정한 ‘아빠 공룡’이라고 합니다. 여러모로 육식공룡이 현재의 조류의 습성을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룡이 만약 멸종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조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과학자들은 공룡이 백악기 말 갑자기 자취를 감춘 이유로 다양한 가설을 제기하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은 1980년 물리학자 루이스 알바레스가 주장한 ‘소행성 충돌설’입니다. 6600만년 전 멕시코의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지름 10㎞에 달하는 소행성이 시속 6만4000㎞의 속도로 날아와 떨어졌습니다. 충돌 시 지구가 받은 충격은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원자폭탄의 100억개에 달하는 위력이었다고 합니다. 만약 소행성이 멕시코 외 다른 지역에 떨어졌거나 조금만 빨리 또는 늦게 떨어졌더라도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습니다. 멕시코 유카탄반도 부근의 얕은 바다가 아닌 심해에 떨어졌다면 지구가 받은 충격이 작았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때 공룡이 대부분 멸종하지 않았다면 현재 인간의 모습도, 그리고 조류의 모습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공룡이 멸종하고 난 빈자리에 포유류가 등장해 폭발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인데,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인간이 등장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울러 조류도 현재의 모습처럼 다양한 종으로 번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류는 공룡의 현재 모습입니다. 현재 조류는 포유류보다 더 많은 종으로 분화해 진화했는데요. 그렇다면 과거 중생대 공룡이 육지를 지배했듯, 오늘날의 지구에서는 공룡이 다양한 조류로 분화해 지구의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이융남, <공룡대탐험>, 창비, 2000.

<목정민 과학잡지 ‘에피’ 편집장>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