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세 일상 공개에 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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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들은 일반적으로 자신 혹은 가족의 사생활에 세간의 조명이 비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을 보인다. 그에 비하면 식품회사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장녀이자 뮤지컬 배우 함연지의 행보는 남다르다.

<해피투게더 4> KBS 2TV

<해피투게더 4> KBS 2TV

함연지는 2014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후 다수의 무대에 서왔다. 최근에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TV 예능 출연이 늘면서 아버지, 남편, 집안까지 거리낌 없이 사생활을 공개했다. 예능에서 함연지는 재벌 3세라는 이미지를 벗고 ‘발랄하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부 경제지는 함연지의 다소 엉뚱한 4차원 캐릭터가 해당 기업의 밝은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는 호평 섞인 기사도 보도했다.

반면 시청자가 느끼는 온도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함연지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일상을 좇는 관찰 예능이었기에 그의 생활이 자연스레 공개될 수밖에 없었고 시청자는 이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먼저 함연지가 등장하면 마치 실과 타래처럼 이어져 나오는 자사 제품 홍보에 대한 거부감이다. 예능에서 그의 역할은 뮤지컬 배우보다는 ‘라면집 딸’이다. KBS2 예능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는 본인의 주방을 공개하며 자연스레 자사 라면 제품을 쌓아놓은 장면을 노출했다. 때로는 타사 라면을 먹으며 ‘일생일대 일탈’이라며 공감하기는 힘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MBC 파일럿 예능 <볼빨간 라면연구소>는 함연지에게는 안성맞춤 프로그램이었다. 그가 직접 자사 제품으로 새로운 라면 레시피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등장하면 간접광고 같은 장면이 이어지다 보니 홍보에 대한 거부감과 피로도만 쌓인다. 애초에 떡볶이를 담아낸 생활 그릇마저 H사 명품 자기를 쓰는 그의 일상 공개에 박탈감은 이미 예견된 일이 아니었을까?

방송 자체도 늘 함연지의 배경에 주목한다. 그가 등장하면 주변 패널들은 그를 향해 ‘재벌’ 이미지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볼빨간 라면연구소>에서는 함연지의 집을 따라가며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소박하다”, “싹수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며 그의 ‘반전 인성’을 강조했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도도할 것 같았다”라는 진행자의 말에 함연지는 “드라마 속 재벌 3세 이미지와 달라. 난 소심하고 지질하다”라고 항변했다. 지난 방송 KBS2 <해피투게더 4>에서는 연예인 주식 부자 순위에 든 것을 두고 “기사가 나올 때까지 (주식 관련 내용을) 몰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가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의도였다면 아쉬운 해명이다. 대기업 지분을 2% 가까이 들고 있는 대주주임에도 자신의 주식 보유를 몰랐다니… 자산 관리조차 스스로 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 자체만으로 ‘그사세’다. ‘라면집 딸’ 함연지의 일상은 노출되면 될수록 대중은 그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뿐이다. 대기업 3세라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충족시키는 선에서 멈췄다면 어땠을까? 혹은 그가 방송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이었던 본업, 뮤지컬 배우로의 역량을 좀 더 앞세웠다면 어땠을까?

<이유진 스포츠경향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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