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제임스는 ‘황제’ 조던을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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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NBA)가 자랑하는 ‘킹’ 르브론 제임스(36)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은퇴하더라도 NB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것이 분명한 그가 올해 LA 레이커스에 통산 17번째 우승컵을 선물했다.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 / AP연합뉴스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 / AP연합뉴스

제임스는 10월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2019~2020 NBA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상대로 ‘트리플 더블’(28득점·14리바운드·10어시스트)을 작성하며 레이커스의 106-93 승리와 함께 우승을 이끌었다. 과거 마이애미(2012·2013년)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2016년)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올라 모두 챔프전 MVP에 뽑힌 제임스는 이번 우승으로 다시 MVP의 영광을 누렸다. NBA 역사상 세 팀에서 우승과 챔프전 MVP에 뽑힌 것은 그가 최초다. 제임스는 시상식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존경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제임스의 발언은 불과 1년 전 바닥으로 추락했던 그의 위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제임스는 2018년 친정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떠나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제임스는 지니 버스 구단주에게 “내가 왔으니 팀(레이커스)은 전처럼 NBA 정상에 올라설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코비 영전에 선물한 우승

제임스는 자신의 약속과 달리 그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제임스가 플레이오프에 뛰지 못한 것은 2004~2005시즌 이후 14년 만의 일이었다. 제임스의 개인 기록은 평균 27.4점과 8.5리바운드, 8.3어시스트로 여전히 준수했다. 그러나 그가 사타구니 부상으로 82경기 중 55경기만 뛰면서 철인의 이미지가 깨졌다. 제임스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터. 경이로운 운동 능력을 무기로 코트를 호령했던 제임스의 전성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었다.

그러나 제임스는 1년 만에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우승컵으로 증명했다. 최고의 센터로 불리는 앤서니 데이비스가 합류하면서 정상을 다툴 전력을 갖췄고, 라존 론도와 대니 그린 등 베테랑들의 경험이 더해졌다. 그 결과 레이커스는 2019~2020시즌 승률 73.2%(52승 19패)로 호령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와 격리된 디즈니월드 리조트에서 치른 플레이오프에선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휴스턴 로키츠, 덴버 너기츠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모두 5경기 안에 꺾고 챔프전에 올랐다.

우승의 마지막 고비였던 챔프전에선 올해 1월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레이커스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의 영전에 우승을 바치겠다는 약속이 힘을 실었다. 지난 5차전에서 코비를 기리는 ‘블랙 맘바(독사라는 뜻으로 코비의 별명) 유니폼’을 입고 히트에 패해 아쉬움을 삼켰던 레이커스는 이날 6차전에선 한때 30점 이상 앞서는 등 히트를 압도하며 손쉽게 승부를 끝냈다.

‘킹’ 제임스는 ‘황제’ 조던을 넘어설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투지와 열정을 앞세워 전력을 다하는 코비의 ‘맘바 멘털리티’가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데이비스는 “코비가 하늘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며 “우리가 큰 형(Big Brother)을 위해 해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트의 사고 직후 “부디 천국에서 나에게 힘을 주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던 제임스는 “앞으로 코비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의 이번 우승은 현역 최고의 선수라는 위상 회복과 함께 역대 최고의 선수(GOAT·Greatest of All Time)가 누구냐는 논쟁을 일으켰다. 지금껏 역대 최고의 농구선수는 당연히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이었다. 조던은 시카고 불스에서 NBA 챔프전에 6번 올라 6번 우승하며 챔프전 MVP를 6회 차지한 무결점 경력을 자랑한다. 제임스가 조던의 현역 시절 백넘버 23번을 달고 뛰는 것도 “위대한 조던을 닮고 싶다”는 의지다.

NBA GOAT 논쟁

그러나 농구 전문가들은 제임스가 총 10번의 챔프전 무대에서 우승 4회, 준우승 6회로 결정적인 순간 무릎을 꿇었기에 조던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라 말한다. 조던과 함께 불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스카티 피펜은 제임스에게 인색한 평가를 내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피펜은 “제임스를 조던 이후 최고의 선수에 비유하지만 제임스는 조던이 비유한 클러치 능력, 해결사 능력은 떨어진다. 브라이언트가 제임스보다 한 수 위”라고 말했다. 조던의 라이벌이었던 매직 존슨도 아직 조던이 앞선다는 전제 아래 “제임스가 한 번 더 우승하면 조던과 동등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4번의 우승으로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임스가 갖고 있는 누적 기록의 힘은 언젠가 평가가 바뀔 여지를 만들어놨다는 평가다. 미국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기록으로 살펴본 제임스가 역대 최고 선수인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기록에선 제임스가 오히려 낫다고 손을 들어줬다. 실제로 제임스는 NBA 플레이오프 통산 득점에서 7491점을 넣어 5987점인 조던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어시스트 부문에선 1871개로 2346개인 존슨에 이어 2위, 스틸은 445개로 1위다. 승부처에서 강한 제임스는 플레이오프에서 5번이나 결승 버저비터를 기록했는데, 조던은 3회가 전부다. 제임스가 열여섯 살 장남 브로니와 함께 NBA 무대를 누비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기록들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제임스의 다재다능한 면모도 최고의 선수에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다. 과거 불스에서 조던을 지도했던 필 잭슨 감독은 “조던은 1~3번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제임스는 1~4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미국의 ‘CBS스포츠’는 “스카우팅 리포트에 조던과 제임스를 나란히 놓는다면 제임스가 더 많은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황민국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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