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복부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소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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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대하 분비물이 좀 나오는 게 그렇게 힘들까 싶지만, 만성 질염을 앓는 분들은 “지긋지긋하다”라고 표현한다. 소량이라도 일반 생리대보다 작은 라이너를 항상 착용한다. 덕분에 아래가 습해지고, 가려움증, 진물, 2차 염증까지 유발한다. 산부인과 검사, 혈액 검사, 세포진 검사, 조직 검사까지 받는다. 한두 달 항생제를 써봐도 그때뿐,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고 생리 주기가 어그러지면 다시금 냉대하가 심하게 나온다. 평상시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세정제, 유산균, 좌약까지 해본다. 물론 할 때는 괜찮은데 과연 치료일까. 관리와 치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관리를 안 하면 다시 무너진다는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붙여놓은 반창고가 아니라 진짜 상처 치료를 해줘야 한다.

소회향은 미나릿과에 속하는 다년생 회향의 성숙한 과실로 식재료로 오래전부터 쓰였다. 시럽으로 만들어 먹는 음료는 만성 기침에 효과가 있으며 조미료로도 쓸 수 있다. / 위키피디아

소회향은 미나릿과에 속하는 다년생 회향의 성숙한 과실로 식재료로 오래전부터 쓰였다. 시럽으로 만들어 먹는 음료는 만성 기침에 효과가 있으며 조미료로도 쓸 수 있다. / 위키피디아

아랫배가 묵직하면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사람 중에 냉대하증을 앓는 사람이 많다. 방광염과 변비 혹은 설사도 덤으로 앓고 있다. 냉대하에 쓰는 약재로 미나릿과에 속하는 다년생 회향의 성숙한 과실, 소회향이 있다. 향이 특이해서 한번 맛보면 잊히지 않는다. <동의보감>에서는 “약성이 평온하고 맛이 매우면서 독이 없다”고 되어 있다. 개위하식이라 하여 위장이 막힌 기운을 열어주고 소화가 안 된 음식을 내려준다고 한다. 설사 구토와 같은 곽란증과 울렁울렁 오심, 구역감으로 뱃속이 불안한 것을 치료한다고 나온다. 하복부를 따뜻하게 데워주면서 냉기를 흩어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한기로 뭉친 아랫배 통증과 여성들의 냉대한, 남성들의 고환통증, 양기가 떨어지면서 오는 허리통증에 효과적이다.

생리 전 일주일 동안 아랫배가 꽉 뭉치면서 손발이 싸늘해지고, 냉대하가 심해진다는 30대 여교사. 그가 진료실에 들어오자 진한 향수 냄새가 퍼진다. 하얗게 질린 듯한 얼굴 사이사이 붉은 기가 얼룩덜룩하다. 이마에는 좁쌀 여드름이 보이고, 입술이 말라 있고 트러블도 올라와 있다. 명치 부위가 불룩 부어 있고, 호흡이 짧으면서 사이사이 한숨을 내쉰다. 이 정도만 되어도 혈액순환 장애로 고생하는 것이 보인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생리전증후군으로 폭식증·우울감·무기력증은 어떻게 견뎌보겠는데, 냉대하증이 심해지면서 아래가 가렵고 따갑다고 한다. 그리고 망설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냄새도 너무 심해서”라고 말한다. 쏟은 듯한 진한 향수 냄새가 이해가 된다. 유산균, 항생제, 소염제, 세정제 등 안 해본 방법이 없다고 한다. 무엇이 질염을 이렇게 만성화시켰을까.

긴 임용고사 준비 기간에 마음앓이를 심하게 했다고 한다.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되었는데, 수업하는 것은 즐거워도 행정업무와 학부모 사이에서 또 다른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다. 더군다나 성향이 맞지 않은 교장선생이 부임하고부터 하루종일 한숨과 가슴답답증이 이어졌다. 조금만 기분이 나쁠 때 밥을 먹으면 바로 체하고, 구토를 하는 바람에 식도염까지 생겼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폭식을 하고 누워 있기를 반복한다. 자궁한약보다 소회향을 필두로 한 위장 긴장을 낮추는 처방이 절실했다. 아랫배의 냉기와 위장의 긴장도가 풀리지 않는다면 냉대하증, 만성 질염 치료는 묘연해진다. 이렇듯 증상이 한 위치에 국한적으로 나타난다 해도 치료법은 몸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하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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