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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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우울한 단면들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오찬호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신간]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外

‘읽으면 우울해지는 글’이라는 표현으로 운을 떼는 책이다. 예전보다 더 많이 소비할 여유가 있고 여러 면에서 한국사회 구석구석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혜택이 누구에게나 돌아가지 못하고 심지어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마저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여전한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세상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만큼 더 위기 상황에 놓인 현실을 외면하게 되는 사회의 단면을 지적한다. 비록 우울해지더라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좋은 세상이 주는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 모습은 과거와는 다른 ‘공정함’의 기준을 통용시킨다. 효율성과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정규직이나 질 좋은 일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학력이나 능력에 따른 차별도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의 결과에서 오는 단순한 차이로 가볍게 여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지도를 받은데다 자신의 노력까지 쏟아부어 이만큼 올라왔으니 그렇게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실패하는 것’이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당연하게 된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아파트를 산 사람이 주변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결사반대하는 모습도 나름의 노력과 공정성을 관철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자들의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 결과 차별과 혐오, 무례함은 바로 옆의 사람에게까지 향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까발린 한국사회의 우울한 단면들은 노력한 만큼 부유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으로 문제를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개선의 실마리를 보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간]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外

▲부다페스트 이야기 | 김솔 지음·민음사·1만4000원

순례자 개개인의 이야기를 모아 중세 영국의 생활상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 고전소설 <캔터베리 이야기>의 형식을 오마주한 장편소설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한 국제학교의 연례행사에 초청된 일일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육과 욕망의 이면을 그려낸다.

[신간]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外

▲호모 이밸루쿠스 | 김민주 지음·지식의날개·1만6500원

평가를 하고 또 평가받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어 평가에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분석했다. 평가지배사회에 얽매인 인간이 평가에 걸맞게 적응한 ‘호모 이밸루쿠스’가 되고 계속 진화하는 현실을 성찰한다.

[신간]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外

▲인간섬 | 장 지글러 지음·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1만3000원

유엔 인권위윈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그리스의 레스보스섬 난민캠프에 방문한 저자가 난민과 관리자, 시민단체 등이 만들어내는 섬의 풍경을 담았다. 난민캠프 안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이를 방관하는 행태가 이익을 얻기 위해 이용되는 모습을 직접 보고 기록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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