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

지역화폐 실험 외국의 사례는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널리 알려진 영국 브리스톨 파운드 중단 위기에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한 시골마을의 실험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인구 1900여명의 테니노라는 작은 마을이다. 코로나19 창궐로 생활이 어려워진 주민들에게 월 300달러씩의 기본소득을 줬다. 단 지불수단은 테니노에서 자체 발행한 나무화폐이며, 테니노 지역 내 가게 어디든 사용할 수 있다.(단 이 돈으로 담배, 술, 복권은 살 수 없다)

[표지 이야기]지역화폐 실험 외국의 사례는

테니노의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0년 전 대공황 시기에도 나무화폐를 발행했다. 아마존 경매에 올라와 있는 1933년 테니노가 발행한 25센트짜리 나무화폐엔 링컨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이번에 테니노가 발행한 25센트 화폐엔 미국 초대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얼굴을 내세웠다. “covid-19 relief(코로나19 구호)”라는 말 옆에는 다음과 같은 라틴어 문장이 적혀 있다. “Habemus autem sub potestate(우리는 극복해낼 것이다).” 테니노 나무화폐는 기본소득형 바우처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실험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위키피디아의 ‘local currency(지역화폐)’ 항목을 보면 아프리카 케냐의 방글라-페사(Bangla-Pesa)부터 러시아의 콜리온(Kolion)까지 약 120개 지역화폐 리스트가 나열되어 있다. 한국은 경기지역화폐 하나만 등록이 되어 있다. 리스트를 보면 특히 지역화폐가 활성화된 나라들은 북미지역의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영국이다. 영국 남서부 잉글랜드 지역의 브리스톨시에서 지난 2012년부터 발행되어온 브리스톨 파운드(BP)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BP사례가 널리 알려진 것은 보통 다른 지역화폐가 커뮤니티의 대면관계에서 사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면, BP는 시 단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 공과금 등 세금도 BP로 납부할 수 있다. 단위는 £B를 사용하며 영국 파운드스털링(£)과 1 대 1로 교환할 수 있다. 2015년부터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 사용료를 100% 재생에너지 기업인 ‘굿에너지’를 통해 BP로 낼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작은 시골마을 90년 전 발행

그런데 지난 3월, 지역신문 ‘브리스톨 포스트’는 BP 프로그램이 잠재적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다. 애초 BP의 출범에 가장 의욕을 보였던 사람은 2012년부터 16년까지 시장을 역임한 조지 퍼거슨이었다. 그는 자신의 월급 전액을 브리스톨파운드로 받을 정도로 이 지역화폐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영국의 제3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에서 2012년 출범한 브리스톨 제1당으로 옮긴 그는 동시에 지역유지로 담배회사나 맥주가게 등도 가지고 있다. 지역의 ‘퍼거슨 왕국’을 넘어서 유통되거나 대안을 만드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브리스톨 포스트가 인용한 학계 인사들의 평가였다.

<돈의 반란> 저서를 통해 BP 사례를 국내에 소개한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는 “BP의 경우 비영리 사회적기업인 브리스톨 파운드 CIC라는 회사에 의해 시작되었고, 당시 시장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공공에 적용되어 주목받은 사례”라며 “외국의 지역화폐 경우 작은 규모로 진행되는 풀뿌리 실험이라는 점에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전폭적으로 결합해 있는 한국과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교훈을 찾는다면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적 변화로 지원사업이 일몰되었을 때 아래로부터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