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지정, 박근혜 정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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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53만㎡에 불과 역대 정권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쳐

역대 정권 중 박근혜 정부 때 공공택지 지정실적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박근혜 정부 때(2013∼2016년) 4년간 전국에서 공공택지로 지정한 면적은 553만㎡(약 167만평)였다. 역대 정권 중 가장 실적이 저조했다. 특히 수도권은 347만㎡(약 105만평)에 불과했다.

2015년 9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인천 남구 도화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열린 첫 뉴스테이 ‘e편한세상 도화’ 착공식에서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함께 축하행사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5년 9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인천 남구 도화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열린 첫 뉴스테이 ‘e편한세상 도화’ 착공식에서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함께 축하행사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 때 공공택지 지정실적은 역대 정권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는 7203만㎡,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때는 2억5905㎡의 공공택지가 신규로 지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지정한 신규택지 면적은 3668만㎡(약 1110만평)였다. 박근혜 정부가 4년간 지정한 신규택지 면적이 문재인 정부가 3년간 지정한 면적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 때 공공택지 지정실적이 낮아진 것은 1년 평균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박근혜 정부 때 연평균 택지지정은 전국에서 138만㎡였다. 이명박 정부 때 연평균 택지지정은 1440만㎡로 10배가 넘었다. 노무현 정부 때 연평균 택지지정은 전국에서 5181만㎡였다. 박근혜 정부가 물러난 뒤 문 정부에서는 연평균 1222만㎡의 택지지정이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신규 택지지정이 저조했던 것은 2014년 발표된 ‘9·1 주택시장 활력 회복 대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 대책에서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2017년까지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9·1 대책에서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청년·무주택자들을 위한 공공주택 택지의 공급이 줄어들었다”며 “그 결과 문재인 정부로 들어서면서, 특히 수도권에서 공공택지가 부족해졌고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후 문재인 정부가 낸 8·4 부동산 대책에서는 태릉의 육사 인근 골프장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서울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땅이 거의 없어지면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었다.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추진

2014년 9·1 대책에서 박근혜 정부는 “과거에는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이 주도하여 도시 외곽에 대규모 택지를 공급해 왔으나, 지역실정에 맞는 중소 규모의 다양한 택지개발을 유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책 발표 이후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대규모 택지 공급시스템인 택지개발촉진법의 폐지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강석호 의원은 이해 10월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이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공공택지 지정, 박근혜 정부 ‘최저’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의 근거로 박근혜 정부는 충분한 택지가 확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12월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한 김경환 당시 국토부 제1차관은 “택지개발촉진법이 폐지된다고 해도 앞으로 8∼9년 동안 쓸 수 있는 충분한 택지가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택지 여유물량은 2억4620만㎡(약 7448만평, 137만호)로, 신규 택지개발 지구 지정이 없어도 향후 10년간 공공택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예측은 빗나갔다. 공공택지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9·1 대책에는 2017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LH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다는 방침이 들어가 있다. 택지개발촉진법이 폐지되지는 않았지만 실제적인 기능은 발휘된 것이다. 다른 정부에 비해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택지 지정실적이 크게 못 미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11월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김경환 국토부 제1차관은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따라 앞으로는 LH공사가 이런 택지개발이나 주택분양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기능이 새로 정립이 되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택지개발촉진법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박근혜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추진에 나서고,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 중단을 선언하자, 공공택지 조성과 공급에 큰 영향을 줬다. LH 역시 보유하고 있던 공공택지를 빠르게 팔아치우면서 공공택지가 사실상 남아 있지 않게 됐다. LH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의 공공택지 1996만㎡(약 604만평)를 매각해 33조146억원을 벌어들였다. 2018년 기준으로 LH가 보유한 미매각 토지는 1958만㎡(약 592만평)였다. 이마저도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택지는 285만㎡(약 86만평)로 줄어들었다. 4년 만에 공공택지가 거의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4년 만에 공공택지 거의 바닥

20대 국회에서 이우현 의원이 2016년 9월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안을 내놓았을 때 국토교통위의 입법 검토 보고서(올해 4월)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반대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국토부는 택지개발촉진법 제정 이후 2016년 12월까지 택지개발사업으로 전국에 총 576.7㎢(분당신도시 면적의 약 30배), 388만호를 공급했고, 전체 공공택지 공급실적 1006㎢ 중 택지개발사업이 71.1%를 차지하고 있는 바, 현행법 폐지 시 주택공급 위축 우려 등이 제기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개정안(폐지안)에 반대하는 입장임.” 검토보고서에서는 또 “당장 현행법을 폐지할 경우 전체 공공택지 공급실적 중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택지개발사업의 중단에 따라 주택공급의 위축이 우려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때 공공택지가 줄어들면서 주택공급량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5년 약 26만호에 달했던 주택공급량은 2018년 약 16만호로, 3년 만에 10만호가 감소했다. 서울의 주택공급량 역시 2015년 약 4만호에서 2018년 약 2만호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경기도의 주택공급량도 마찬가지로 대폭 줄어들었다.

공공택지와 주택공급량이 감소하면서 분양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급격히 치솟았다. 한국감정원이 소병훈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의 분양아파트 청약경쟁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일반공급 분양아파트 청약경쟁률은 2017년 14.6 대 1에서 2018년 31.0 대 1, 2019년 32.6 대 1로 매년 상승해 올해에는 63.3 대 1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갖기 위해 15가구가 경쟁했다면, 지금은 4배가 넘는 63가구가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소병훈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를 추진하고, LH가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하고 공공택지를 매각하면서 오늘날 주택 공급 부족 사태의 원인을 초래했다”면서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을 위한 공공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공택지도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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