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비염 환자에 족두리풀 뿌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비염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가을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연속으로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멈추지를 않아요.” 이렇게 유독 아침에 힘든 분들이 계셔서 아침형 비염이라는 별명도 있다.

세신(細辛)은 족두리풀의 뿌리를 건조시킨 약재로, 세신이라는 이름은 뿌리가 가늘고 몹시 매운맛을 띠고 있어서 명명된 것이다. 감기로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계속 흐를 때, 열과 두통, 가래가 심할 때 사용한다.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세신(細辛)은 족두리풀의 뿌리를 건조시킨 약재로, 세신이라는 이름은 뿌리가 가늘고 몹시 매운맛을 띠고 있어서 명명된 것이다. 감기로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계속 흐를 때, 열과 두통, 가래가 심할 때 사용한다.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의학에서는 두통이나 요통, 비염, 기침 등과 같은 증상이 특정 시간에 발현되는 형태에 주목한다. 하루종일 힘들다고 하지만 좀 더 세분화해 상담하면, “해질녘에만 두통이 와요, 자려고만 하면 허리가 아파요, 아침에 ‘아구구’ 하면서 힘들게 일어나요”와 같이 나뉜다. 이에 대해 <동의보감> ‘잡병편 심병문’에는 “모든 병은 주야의 경중이 있다”라 하여 상세히 분석해두었다.

정리하면 양기가 허한 이는 아침에, 어혈(瘀血)이 있는 이는 해가 저물었을 때 비교적 증상이 강해진다고 한다. 아침형 비염 환자분들이 양기가 허한 이들이 많다 보니 따뜻한 이불에서 나오는 순간 체온이 떨어지거나, 혹은 잠깐이라도 찬바람을 맞으면 바로 재채기와 콧물로 고생하게 된다.

이럴 때 쓰는 약재가 족두리풀의 뿌리, 세신(細辛)이다. 이름처럼 아주 가느다란 뿌리와 줄기이며 향과 맛이 매콤하고, 성품은 따뜻하다. 주된 효능은 풍한해수(風寒咳嗽)로, 한기로 인한 감기 증상에 다용한다. 편도염과 콧병도 고쳐준다. 특히 <동의보감>에는 “소음두통(少陰頭痛·한기가 몸속 깊이 서려 양기가 쇠약해지면서 오는 두통)에 탁월하다”고 나온다. 따뜻하고 매운 성질은 한랭 알레르기(cold allergy)에 활용도가 높다.

아주 마른 여자 중학생이 진료실을 찾았다. 앵두같이 빨갛게 올라와야 할 입술에 생기가 없고, 얼굴이 창백하다. 진맥하려 손을 잡는데 얼음장처럼 차갑다. 생리를 시작한 지 2년, 갈수록 생리통이 심해져 내원했다. 의기소침해 보이는 표정이 안쓰럽다. 진맥을 하니 가느다랗고 날카로운 세현맥(細弦脈)이 잡힌다. 이는 한기성 통증맥으로 해석된다. 손목 혈관이 이렇게 얇아져 있다면 오장육부를 도는 혈관이라고 넓으랴. 이렇게 만성 소화불량과 수족냉증이 유추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을이 시작되면 아침나절은 재채기에 콧물 막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심한 경우는 눈이 간지럽고, 어지러움까지도 온다고 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몸이 냉해지기 쉬운 여자라고 하지만, 이렇게 얼어붙은 데는 이유가 있을 거 같아 상담을 했다. 김연아를 좋아하는 어머니가 피겨스케이팅을 시켰다고 한다. 환자는 소질이 없는데도 어머니 만족을 위해 버티면서 해왔던 것. 어릴 때는 제법 순위권에도 들어갔는데, 나이가 들수록 체격이 커지면서 성적도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를 강행해 성장이 한창인 환자에게 샐러드를 주식으로 챙겨줬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피를 활발히 순환해 양기를 살려주는 처방에 세신을 첨가했다. 하지만 근본치료는 연습을 무리하게 하지 말고, 부모가 아이를 위한 진로를 고민하는 것이다. 세신은 5푼(分), 즉 첩당 2g을 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성질이 날쌔고 열기가 강하다. 보조약으로 사용해 뭉친 한기를 풀어주는 데 탁월하다. 따라서 몸에 열이 많거나 건조한 사람은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허브에세이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