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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이슈가 대선 승패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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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수에서 비수도권 앞서… 전통적 지역구도 선거는 약화

지난 4월 총선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선거인수는 비수도권 선거인수를 추월했다. 전체 약 4399만명 선거인수 중 수도권 선거인수는 2204만명으로 전체 50.1%를 차지했다. 수도권 선거인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는 격차는 더 많이 벌어지게 된다.

지난 8월 9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대표 후보)가 전라남도청 재난상황실을 찾아 수해 피해 현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9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대표 후보)가 전라남도청 재난상황실을 찾아 수해 피해 현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게다가 지역구나 시·도 단위로 뽑는 총선이나 지방선거와는 달리 대선은 전국 단위의 선거이다. 때문에 2022년 대선에서는 지방 이슈보다 수도권 이슈가 승패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때 각 정당에서는 비중이 작아진 특정 지역보다 수도권이나 특정 세대의 표심을 더 잡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A씨는 “특히 전국 단위의 선거인 2022년 대선에서는 지역의 의미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예전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 이후 전통적 지역구도가 약화되고 있지만 2022년 대선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선 수도권 표심도 지역 대결

우리나라에서 지역구도 선거는 1971년 4월 대선(제7대 대선) 때 박정희 후보(영남) 대(對) 김대중 후보(호남) 간의 대결 이후 1992년 12월 대선(제14대 대선) 때까지 큰 위력을 떨쳤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는 수도권에서 김대중 민주당 후보와 거의 비슷한 표를 얻었다. 하지만 비수도권의 경우 김영삼 후보가 자신의 지역적 기반이었던 영남에서만 400만표를 앞섰다. 호남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270만표 차이로 김영삼 후보를 앞섰지만, 영남의 표 차이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92년 대선 당시 선거인수는 2942만명이었는데, 수도권 선거인수는 1309만명(44.5%)에 불과했다. 반면 영남권 선거인수는 849만명으로 28.8%를 차지했다. 호남권 선거인수는 359만명으로 12.2%를 차지했다. 게다가 당시 수도권에는 영남·호남에서 상경한 1세대 이주민들이 많았다. 수도권 표심도 영·호남 지역 대결로 갈라졌다. 때문에 영남 대(對) 호남이라는 지역 구도가 대선 때마다 펼쳐졌고, 지역 이슈가 대선에서 늘 크게 부각됐다.

영남-호남 간 지역 대결 구도는 영남 보수(현재 국민의힘 계열) 대 호남 진보(현재 더불어민주당 계열)라는 양상으로 펼쳐졌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부산 출신인 노무현 후보(2002년 16대 대선)와 문재인 후보(2012년 18대 대선, 2017년 19대 대선)가 출마하면서 영남 대 호남 지역 구도는 일시적으로 허물어지곤 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에서는 전통적으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을 30%대 중반으로 묶어야 승리할 수 있다”면서 “수도권에서 보수 정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에 5%포인트 정도 밀리더라도 영남지역의 표를 기반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공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구도 선거가 위력을 떨치던 시기에는 당 후보의 출신지역이 중요한 승패 요인이 됐다. 민주당 내부에서 간간이 흘러나온 영남후보 승리론은 이런 지역구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심해지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다. 1992년 12월 14대 대선 당시 44.5%(전체 선거인수는 2942만명, 수도권 선거인수 1309만명)에 불과했던 수도권 비중이 지난 2017년 5월 대선 때에는 49.56%(전체 선거인수 4247만9710명, 수도권 선거인수 2105만4339명)로 상승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50%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표지 이야기]수도권 이슈가 대선 승패 좌우한다

민주당에 유리한 세대구도 선거

수도권에서도 영남·호남에서 상경한 이주민 1세대의 표심을 좌우하던 시대가 지나갔다. 부모가 영·호남지역 출신인 이주민 2세대가 표심의 향방을 결정하면서 지역구도가 차지하던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오히려 젊은층과 노년층의 세대 대결이 주요 구도로 나타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촛불 이후 참여민주주의 의식이 높아지고, 코로나19 사태 발 공동체 의식이 발전되었고 진보 성향 유권자가 2050세대로 확장됐다”면서 “2022년 대선에서는 과거의 정치 유산인 지역주의를 빠르게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대선 캠프 출신 A씨는 “수도권 선거인이 크게 늘어나는데다, 세종·대전·충남의 표심도 수도권 민심을 따라가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제 호남-영남 대결이라는 지역 전선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역구도 선거가 아닌 세대구도 선거는 전반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환경을 만들고 있다. 수도권과 호남 지지를 기반으로 했던 민주당은 영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 정당에 맞서 과거 선거에서는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수도권 선거인수가 증가하고 세대구도 선거 특성이 강해지면서 민주당이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민주당의 유력후보 중 한 명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호남 출신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호남 출신 후보가 전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안을 가능성은 낮아졌다. 동시에 국민의힘에서 영남후보가 출마하더라도 영남 우위의 구도가 전개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엄경영 소장은 “민주당의 유력한 두 후보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도권의 민주당 지지를 바탕으로 하고, 젊은층의 지지에서 출발해 지역으로 세를 확산하고 있다”면서 “과거에 지역 거점에서 시작해 수도권으로 확산하던 구도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2022년 대선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큰 흐름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철 소장은 “만약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일전을 벌일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 패배한다면 국민의힘은 대선 때 여전히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도권 민심이 중요해지면서 지방발전 공약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방에서는 지방정부 권한 확대, 지방분권 개헌, 지방세제 개편, 철도·도로·공항 등 SOC(사회간접자본) 확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해소 등의 공약을 선거 때마다 내걸고 있다. 민주당 대선 캠프 출신 A씨는 “각 정당에서 서로 다투어 공약을 내기 때문에 이런 지방정책들이 단골메뉴에서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GTX 건설 등 수도권 지역 공약에 후순위로 밀리거나 다른 경제성장 공약에 묻힐 가능성은 높다. 안일원 대표는 “2022년 대선에서는 지역 이슈보다 포스트 코로나, 한국판 뉴딜 같은 시대적 담론이 더 큰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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