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 생존기- 이탈리아, 6개월 만에 다시 연 학교 단축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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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이탈리아 초·중·고등학교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휴교령 이후 무려 6개월 만이다. 아이들은 “6개월을 ‘집콕’하다가 드디어 개학이다!”라며 좋아하는 눈치다.

이탈리아 크레모나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모습. 이탈리아 학교들은 6개월 만에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 오영덕 제공

이탈리아 크레모나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모습. 이탈리아 학교들은 6개월 만에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 오영덕 제공

개학을 지켜본 루치아 아졸리나 교육부 장관은 “교육 없이는 나라가 죽는다. 감동적이다”라며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개학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교육부 홈페이지는 물론 교육부 장관의 개인 SNS까지 개학을 반대하는 이들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극우 동맹당(Lega)은 의회에 장관에 대한 불신임결의안을 제출했다.

개학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부동했다. 3월의 휴교령과 비대면 수업을 거치며 등교 수업이 단순한 지식 전달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 수업과는 비교가 안 되는 커다란 교육 효과가 있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무조건 개학한다는 방침 하에 준비를 해왔던 이유다. 9월 20일 기준 코로나 입원환자는 2380명, 중증입원환자도 215명 정도여서 이탈리아 공공의료 시스템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우리 아이들도 등교를 시작했다. 한국과 달리 이곳은 9월부터 학년 시작이다. 고등학교 4학년(이탈리아 고등학교는 5년제다)인 둘째 아이의 글을 통해 학교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학교에 가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실기 작업을 위한 교실을 제외하곤 모두 1인용 책상으로 바뀌었다. 사실 이전에 쓰던 책상과 의자는 낡은 면이 있어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학교 안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건축 전공인 나는 그래픽 전공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들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분산 등교를 하고 있다. 우리가 교실에서 수업받을 때 그래픽 전공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가하는 방식이다. 서로 주 2회씩 집에서 수업받고 나머지 주 2회만 같이 등교해서 필수과목을 수강한다. 원래는 2시까지 수업을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이제는 12시까지만 수업을 한다.”

학교에서는 항상 마스크 착용해야

이 외에도 정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버스 증차와 기사 채용을 위한 예산을 책정했다. 분산수업으로 부족한 교실 공간 확충과 추가로 교사를 채용할 계획을 세웠다. 학교를 전담할 보건의료인력과 장비 마련까지 계획은 치밀하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느릿한 시스템이 발목을 잡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의견 절충이 늦어지면서 1인용 책상도 공급받지 못한 채 개학하는 학교가 속출했다. 실제 셋째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중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온라인 수업도 없다. 수업시간도 단축이 아닌 기존대로 오후 2시까지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취약한 50세 이상 교사들의 감염 우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다 안전한 학교가 우선’이라는 팻말을 든 학생들의 시위가 일어나는 등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개학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머지않아 판명 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교육환경 개선과 디지털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회로 바꿔보려는 이탈리아 교육부의 시도는 ‘학교발’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을 얼마나 잘 차단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크레모나/ 오영덕 교민·<벨라 차오> 유튜브 채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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