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드러기 가라앉히는 승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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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에 두드러기가 심해요”, “자려고 누우면 자꾸 속열이 오르면서 온몸이 가렵고, 아침에는 두드러기가 올라와요.”

환절기에 피부 두드러기로 내원하는 분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팔뚝, 손등, 배, 등과 같은 곳에 있다가 점차 다른 곳으로 번지거나,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도 한다.

승마(升麻)는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뿌리에 시미린·시미시후진·지방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약재로 이용된다.승마(升麻)는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뿌리에 시미린·시미시후진·지방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약재로 이용된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승마(升麻)는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뿌리에 시미린·시미시후진·지방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약재로 이용된다.승마(升麻)는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뿌리에 시미린·시미시후진·지방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약재로 이용된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열 두드러기는 콜린성 두드러기로 체온이 급격히 변해 모공에 갇힌 열기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땀띠처럼 군집해서 솟아올라오는 피부질환이다. 가렵기도 하고, 부풀어 오르고 따갑기도 하다. 붉게 올라오는 경우 화끈거리기까지 하고 심한 경우는 부종도 일으킨다.

이러한 열 두드러기는 환절기와 같이 밤낮의 온도차가 심할 때 나타난다. 낮에는 땀구멍이 열리고 체표에 열감이 있다. 갑자기 밤에 바람이 불며 싸늘해지면 체표 열이 식기도 전에 모공 문이 닫히면서 열이 안에 꽉 닫히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막힐 울(鬱)을 써서 ‘울열(鬱熱)’이라고 한다. 그런데 비단 날씨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온도차가 극심할 때도 나타난다. 쉽게 접하는 것이 음식이다. 갑자기 매운 것이나 뜨거운 것을 먹고 얼음물이나 아이스크림처럼 급속도로 냉각시키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난다.

갱년기장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부 증상도 두드러기다. 추웠다가 더웠다,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열이 확 올랐다가 손발이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상열감과 주체할 수 없는 땀에 불편하고 피곤한데 피부에도 열 증상이 나타난 분들은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위에 나열된 증상을 떠올리면 조금만 심기가 불편해도 짜증과 화를 버럭 내는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늘 몸에 불이 붙어 있으니 마음에 여유가 없고 답답하면서 원망과 좌절, 억울함 같은 감정 상태가 지속된다.

갱년기 한약 처방에 감초처럼 자주 등장하는 약재가 있으니, 바로 승마(升麻)다.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다년성 초본인 승마의 뿌리줄기를 쓰는데, 약재가 특이하게 생겨서 한번 보면 기억에 남는다. 검은색 뿌리 사이 사이에 큰 구멍이 숭숭 나 있어 가볍고, 모양이 뾰쪽해 움켜쥐면 아프다. 약재 분류는 해표, 발산 풍열약으로 체표의 울체된 열을 흩어준다는 뜻이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승마는 기운이 소진되어 무기력해지고 처지는 증상에 활용된다. 대표적으로는 위장의 탄력성이 떨어져 액체가 위장에 쌓여 있는 위내정수, 위하수, 허약성 소화불량, 설사, 항문이 아래로 빠지는 치질인 탈항증, 여성의 자궁출혈, 냉대하, 정액이 새나오는 유정증 등이 있다. 선천적으로 체질이 약하거나 과로와 스트레스로 기운이 빠져 소화력이 떨어지고, 은은한 열감에 지쳐갈 때 승마를 사용한다. 체표면에 열기가 뭉쳐서 종기, 여드름, 두드러기 같은 열성 피부질환이나 은은한 발열감에도 다용한다. 기력이 약한 나머지 울체된 열을 밖으로 내빼는 발산력도 약하고, 스스로 해열할 수도 없을 때 승마를 써서 흩어준다. 그래서 안면홍조, 상열감, 가슴답답증, 불면증, 피부 두드러기 등을 호소하는 갱년기장애 처방에 승마가 대부분 들어간다. 다만 승마는 위로 오르는 기운이 강하다 보니 천식이나 만성기침, 상역증이 있는 분들은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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