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손님 ‘개 진상’ 규제할 방법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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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인터넷을 할 줄 몰라서요.” 부산 진구 서면의 한 식당을 운영하는 할머니의 반응이다. 자신의 가게에서 벌어진 사건이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는 걸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사실 할머니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다.

유튜브캡처

유튜브캡처

9월 22일, ‘식당 리뷰어가 밥을 먹다 나온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인터넷에 화제가 되었다. 게시글은 식당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김치찌개, 순두부, 된장찌개 등을 파는 평범한 한식집이다. 가격은 4000원. 저렴하면서 음식솜씨가 좋아 맛집 소리를 듣는 가게다. 그런데 이 유튜버가 찾은 날, 다른 테이블의 손님이 문제였다. 개를 데리고 와 밥을 먹으면서 나중에는 친구까지 불러 술판을 벌였다. 다음은 이 유튜버의 코멘트다.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건 그렇다고 칩시다. 강아지 몸을 털고 사람이 먹는 물컵으로 물 먹이고 여기가 애견카페도 아니고….” 싫은 소리 못 하는 주인도 이해가 된다고 그는 덧붙인다. “여기 단골인 것 같은데 음식 2가지 시키고, 생탁 2통인가 먹더라고요. 제 생각은 술 팔아주러 오니깐 별말 안 하는 거 같네요.” 그는 결국 식사를 중단하고 나왔다. 한마디로 ‘개 진상’ 손님 때문에 밥맛이 떨어졌다는 것.

이날 저녁 음식점에 전화를 걸었다. 그 사건을 처음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막걸리요? 저희는 막걸리 안 파는데…” 유튜버의 짐작이 틀렸다. 막걸리도 앞서 개를 대동하고 온 손님이 사서 들고 온 것이었다. 그제야 음식점 측은 ‘막걸리를 사서 개를 데리고 온’ 손님을 기억해냈다. 단골손님인 건 맞다. “논란이 되었으니 이후에 오시면 ‘개는 데리고 오지 마시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그래도 사람이 먹는 음식을 파는 곳이니 위생 관련 규정이 있을 텐데…” 한 누리꾼이 내놓은 의문이다. “조리하는 곳에 개를 키운다든가 하면 안 됩니다. 그건 처분대상이죠.” 조봉수 부산진구청 환경위생과 식품안전 계장의 말이다. 그러나 객장 내 반려동물 반입금지와 같은 규정은 없다고 한다. “업장 내 반려동물 반입금지는 업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 권고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 식당에서 앞으로는 단골손님에게 개를 데려오지 말도록 말하겠다고 하니 그 손님이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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