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우체국엔 어떤 ‘도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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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를 보내려 회사 인근의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간 김에 관광우편날짜도장(관광인)을 찍기로 했다. 우체국은 우편물을 접수하면 우표 위에 숫자와 날짜가 적힌 원 모양의 우편날짜도장을 찍는다. 하지만 어떤 우체국들은 요청하면 특별한 문양이 있는 도장을 찍어준다. 바로 지역의 관광명소나 특산물이 그려진 관광인이다. 지난 9월 17일 방문한 광화문우체국에는 세 종류의 관광인을 가지고 있다. 우체국 바로 뒤에 있는 ‘청계광장’, 인근의 ‘광화문’ 그리고 도보 15분 거리 ‘우정총국’이다. 우정총국은 1884년 조선 후기 우정 업무를 담당한 곳으로, 개화파 정치인들이 갑신정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정총국 도장에는 근대 우편제도를 도입한 개화파 정치인이자 갑신정변의 주역 홍영식의 얼굴도 그려져 있다. 그는 ‘삼일천하’ 이후 김옥균과 박영효 등 정변의 주역들이 해외로 도망쳤을 때 망명을 거부하고 죽음을 맞았다.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찍은 ‘우정총국’ 관광인 / 경향DB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찍은 ‘우정총국’ 관광인 / 경향DB

전국 424개 우체국에서 총 489개 관광인을 사용한다. 특색을 잘 살린 도장들이 많다. 전북 진안 정천우체국에는 ‘천황사 전나무’ 도장이 있다. 구봉산 천황사 부속 암자인 남암 바로 앞에 우뚝 솟아 있는 전나무인데, 400년 전 남암의 주지승이 절의 번성을 기원하며 심었다고 전해진다. 높이 30m, 폭 16m로 국내 전나무 중 가장 크고 수세가 좋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정천우체국의 관광인에는 암자의 모습도 같이 담겼다.

경북 청송우체국은 ‘주산지’ 도장을 갖고 있다. 주왕산 기슭에 있는 이 호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능수버들과 왕버들이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생하는 호수로도 유명한데 주산지 도장에도 능수버들이 그려져 있다. 관광인 문양과 취급 우체국은 우표포털서비스(www.stamp.epos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여행이 힘든 상황에서 관광인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전남 보성 벌교우체국은 ‘꼬막’ 관광인이 있다. 강원 강릉 주문진과 경북 영덕의 우체국은 각각 ‘오징어’와 ‘대게’ 도장을 갖고 있다. 내 고향인 경기 수원의 화서우체국은 ‘수원 화서문’ 도장을 취급하고, 아내의 고향인 강원 철원의 구철원우체국은 ‘철원 노동당사’ 도장을 찍어준다. 우표포털에서 관광인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제주까지 가 있다. 성산포우체국은 ‘성산일출봉’, 김녕우체국은 ‘만장굴’ 도장을 갖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여행을 다니며 저 많은 관광인을 다 찍어보리라.

당장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체국은 집이나 회사 근처 어디든 있다. 기념우편날짜도장(기념인)을 갖고 있는 우체국도 있다. 예컨대 충남 논산우체국은 충청우표전시회를 맞아 9월 말까지 ‘논산 돈암서원’이 그려진 기념도장을 취급한다. 우체국에 들렀다면, 창구에서 엽서 한장을 구매한 뒤 관광인이나 기념인을 찍어보자. 직접 도장을 찍고 가져가도 되고 우편물로 보내도 된다. 다만 사라지는 관광인도 있다. 강원 춘천 남산우체국의 ‘남이섬’ 도장, 충북 충주 중앙탑우체국의 ‘탑평리 칠층석탑’과 ‘충주 고구려비’ 도장은 이제 볼 수 없다. 수원 교동우체국의 ‘팔달문’ 도장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우체국의 ‘해운대해수욕장’ 도장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우체국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재덕 뉴콘텐츠팀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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