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인기 외인 타자’ 계보 잇는 마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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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는 ‘지상 최대의 노래방’이라는 사직구장을 홈구장으로 쓴다. 동시에 롯데는 KBO리그에서 가장 인기 많은 팀 중 하나다.

롯데 자이언츠 딕슨 마차도 /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딕슨 마차도 / 이석우 기자

롯데에는 쇼맨십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또한 전통적으로 외국인 타자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를 시작으로 카림 가르시아, 그리고 올 시즌 뛰고 있는 딕슨 마차도까지 롯데의 ‘인기 외인 타자’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모두 팀 적응력과 실력까지 갖췄다. 덕분에 열광적인 롯데팬들을 더욱 흥분케 했다.

호세는 프로야구 역대 최고 용병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화끈한 성격으로 리그에서 보기 드문 행동을 해 입방아에 오르긴 했지만, 그가 무엇보다 사랑을 받은 이유는 좋은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롯데 역대 최고 외인 타자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호세는 1999년 롯데에 입단했다. 그해 5월 29일 쌍방울을 상대로 스위치 홈런을 뽑아내며 역대 최초 한 경기 좌우 타석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다. 36홈런(5위), 122타점(2위), 타율 0.327(9위)을 기록하며 마해영·박정태와 함께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같은 해 10월 17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극적인 역전 홈런을 쳐냈다. 3-5로 뒤진 9회말 1사 1·2루에서 타석에 나선 호세는 삼성 마무리 임창용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남기는 역전 3점 홈런을 쳐냈다. 이 홈런으로 승리를 한 롯데는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꿈을 이루기 위해 2000년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호세는 2001년 다시 롯데로 돌아왔다. 그해 호세의 기량은 절정에 올랐다. 타율 0.335, 36홈런, 102타점 등을 기록했고, 출루율은 역대 한 시즌 최고 출루율인 0.503이나 됐다. 볼넷을 127개나 얻어냈는데 상대 투수들이 호세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6년 롯데와 호세는 다시 인연을 맺었다. 그해 타율 0.277, 22홈런, 78타점 등을 기록했고, 다음해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23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성적은 좋았지만 워낙 불같은 성격 때문에 사건·사고를 많이 일으켰다.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 때에는 대구팬들이 던진 오물을 참지 못하고 방망이를 관중석으로 던졌다. 2001년 9월 마산 삼성전 때는 삼성 배영수의 빈볼성 공에 격분해 투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2006년에는 5월에 스트라이크 판정에 주심에게 욕을 해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그해 8월에는 인천 SK전에서 신승현이 던진 공에 몸을 맞자 마운드로 뛰어나가 몸싸움을 벌여 징계를 받았다.

그럼에도 호세는 롯데팬들이 가장 손꼽는 외인 타자다. 그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부산 갈매기’의 가사는 모른다. 하지만 노랫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 외인 타자의 역사에서 이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카림 가르시아다. 롯데는 2008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양키스 출신 가르시아를 영입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멕시코 대표로 뛰기도 했던 가르시아는 KBO리그 무대에서도 불방망이를 자랑했다. 그해 125경기 타율 0.285, 30홈런, 111타점 등을 올리며 롯데의 정규리그 3위를 이끄는 데 기여했다.

가르시아 ‘신드롬’은 굉장했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을 보이며 롯데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삼겹살과 생선회에 상추쌈과 소주를 즐기면서 한국 입맛에 완전히 적응했다. 경기 중 펜스를 뛰어내린 취객팬에게 악수로 위로해줬다. 반면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돌아서면 분을 못 이겨 방망이를 두 동강 내는 승부욕도 보였다. 2009년과 2010년에도 롯데에서 뛴 가르시아는 2010년에는 홍성흔·이대호와 함께 ‘홍대갈 트리오’로 활약했다. 그해 롯데는 팀 홈런 185개로 창단 처음으로 홈런 1위를 달성했다.

수비·공격 다 되는 딕슨 마차도

가르시아는 2010년을 마친 뒤 롯데와 작별했다. 2011년 한화와 연을 맺으면서 다시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이어갔지만 72경기에서 타율 0.246, 18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고국으로 돌아간 가르시아는 가끔 롯데 팬들의 함성을 그리워하고 아직도 ‘최애’ 음식 중 하나로 삼겹살을 꼽곤 한다.

호세와 가르시아가 떠난 뒤 롯데에는 수많은 외인 타자들이 거쳐갔다. 2015~2016시즌 두 시즌을 뛴 짐 아두치가 있었고, 2017~2018시즌을 뛴 앤디 번즈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데뷔 첫해에는 좋은 활약을 보였으나 다음해에는 그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에는 드디어 롯데팬들이 원하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외인 타자가 나타났다. 바로 내야수 딕슨 마차도다. 마차도는 롯데가 영입할 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가 없던 선수였다. 오로지 기대하는 것은 수비였다.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을 뛴 마차도는 통산 타율은 0.227에 그쳤지만, 수비만큼은 빅리그의 인정을 받았다. 롯데는 영입 당시 “센터라인 강화의 핵심으로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 정확한 송구 능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마차도는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도 되는 선수였다. 지난해 롯데는 팀 실책 114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많은 실책은 팀 최하위를 기록하는 빌미를 줬다. 올해 롯데의 실책은 9월 14일 현재 62개로 LG(55개), NC(56개)에 이어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마차도가 수비 중심을 잡은 덕분이다. 매일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펼치는 마차도는 팬들의 환성을 자아낸다.

공격에서도 의외의 타격을 자랑한다. 103경기 타율 0.297, 10홈런, 58타점 등을 기록 중이다. 덕분에 마차도는 지난 7일 KBO가 발표한 2020 KBO 올스타 베스트 12 팬투표에서 최다 득표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08년 가르시아가 기록한 67만8557표를 넘어 12년 만에 84만9441표로 외국인 최다 득표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로나19로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못하지만, 표심을 통해 마차도를 향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차도는 “남은 시즌 한 경기 한 경기 팀이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 결과는 마지막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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