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로 총리공관을 방문할 이낙연의 소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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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주최한 만찬 같은 자리에 빠지지 않는 반주가 있습니다. 막걸리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지평막걸리 같은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전국 팔도에서 올라온 막걸리를 두루두루 마십니다. 막걸리뿐 아니라 소주나 전통술에 대한 지식도 해박합니다. 기자도 총리 시절 총리공관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그와 대작한 적이 있는데, 구수한 언변과 함께 좌중을 휘어잡는 화술은 상당합니다. 그러면서도 민감한 이슈, 이를테면 기자 같은 사람들이 당시 관심을 가졌던 “총리 이후 대선에 도전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실없는 농담조로 받아칩니다. 한마디로 ‘선수’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기자가 만난 한 학계 인사의 회고도 그랬습니다. 그도 정치인 출신 장관들과 함께 총리공관에서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재작년의 일입니다. “그래도 수십 년 정치 바닥에서 구른 사람들인데, 그 장관들도 함부로 대적하기 힘든 이 대표의 만만치 않은 내공에 놀랐다”는 것이 그의 평입니다.

술자리가 끝나고 돌아갈 즈음엔 총리공관의 구석구석을 직접 안내합니다. 현판이나 나무에 얽힌 사연 같은 것 말이지요. 이 학계 인사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저는 저 건너편 2층에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건너편’이란 삼청동 총리공관 맞은편의 한옥 기와집을 말합니다. 지금은 카페로 사용되고 있는데, 당시는 여관이었던 모양입니다. 1979년 신입기자 시절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총리공관 출입인사를 체크해 보고하는 일이었습니다. 그해 12월 어느 날, 특이사항이 발생합니다. 군인들이 지프를 타고 나타나 우르르 총리공관에 들어간 것이지요. 이 대표가 인근 가게의 전화를 빌려 신문사에 보고하니, 이미 신문사에도 군인들이 난입했다는 것입니다. 이 학계 인사가 들은 이낙연 당시 총리의 배웅사입니다. “12·12사태인 거지요. 여기 횡단보도를 건너 여기까지 오는 데 39년이 걸렸습니다. 안녕히들 가십시오.”

그 후 공관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된 41년 전의 ‘신입기자’는 여당 대표의 자격으로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당·정·청 회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어떤 소회를 밝힐까요. 기자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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