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와 바르셀로나의 ‘동행’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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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시 인근의 후안 감페르 훈련장에 한 남성이 파란색 자동차를 타고 나타나자 함성이 쏟아졌다. 온 세상을 들썩였던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의 ‘이혼 전쟁’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불과 2주일 전 바르셀로나에 이적 의사를 전달했던 그는 자신을 기다린 어린 팬들과 잠시 기념사진을 찍은 뒤 훈련을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는 9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시가 돌아왔다”는 문구와 함께 그가 바르셀로나 동료들과 함께 땀을 흘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미워도 1년 더… “친정팀과 소송은 싫어”

FC 바르셀로나 잔류를 택한 리오넬 메시 / EPA연합뉴스

FC 바르셀로나 잔류를 택한 리오넬 메시 / EPA연합뉴스

메시는 바르셀로나의 상징이자 전설이다. 2000년 13세의 어린 나이에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했던 그는 20년간 줄곧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선수가 됐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들어올린 우승컵만 33개.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만 6번이나 품에 안은 그는 바르셀로나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당연히 바르셀로나에서 은퇴할 것으로 여겨졌던 메시는 구단 고위층과의 갈등 속에 성적까지 부진하자 8월 25일 “바르셀로나에서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적을 선언했다.

충격적인 메시의 이적 선언은 세상을 흔들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이 차기 행선지로 떠오르면서 도박사들의 베팅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그러나 메시의 천문학적인 몸값이 그를 주저앉혔다. 내년 6월 바르셀로나와 계약이 만료되는 메시는 “시즌 종료 시점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서의 권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그 조항은 이미 날짜(6월 10일)가 지났다”며 7억유로(9850억원)의 이적료를 고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연장돼 이 부분의 해석에 의견이 분분했던 가운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바르셀로나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법정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메시가 친정팀 잔류로 마음을 바꿨다.

메시는 골닷컴과 인터뷰에서 “주제프 바르토메우 바르셀로나 회장은 내가 이적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7억유로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소송을 걸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내가 모든 것을 바쳐온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법정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의 눈물도 메시의 이적 의사를 흔들었다. 메시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떠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정말 잔인한 드라마 같았다. 가족 모두가 울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싫어했다. 큰아들 티아고(8)는 울면서 ‘떠나지 말아요’라고 했다.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메시가 잔류를 선택하자 전·현직 팀 동료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원래 메시의 이적을 지지했던 카를레스 푸욜(은퇴)은 트위터에 “메시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계속 입고 있어 기쁘다. 메시의 합류로 선수들은 신뢰로 똘똘 뭉쳐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프랭키 더용은 네덜란드방송 NOS와의 인터뷰에서 “메시가 남아 정말 기쁘다. 다음 주에 (A매치를 마치고) 바르셀로나에 돌아가는 것이 정말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앙투안 그리즈만도 “모두에게 복잡했던 시간이 끝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메시가 있으면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C 바르셀로나 구단 SNS에 올라온 새 시즌 유니폼 홍보 사진에 리오넬 메시가 중심에 서 있다. / FC 바르셀로나 SNS 갈무리

FC 바르셀로나 구단 SNS에 올라온 새 시즌 유니폼 홍보 사진에 리오넬 메시가 중심에 서 있다. / FC 바르셀로나 SNS 갈무리

메시, 내년도 남을까?

로날드 쿠만 바르셀로나 감독은 메시와 불편한 동행을 감수하게 됐다. 다소 강압적인 지도 방식으로 ‘중사’라는 별명을 얻은 쿠만 감독은 메시에게도 “특권 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 쿠만 감독은 메시의 주장직을 회수할지 고민하면서도 선수단의 반발을 고려해 주저하고 있다.

메시가 과연 내년에도 계속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그와 바르셀로나의 계약 기간은 10개월 뒤인 2021년 6월 30일 만료된다. ‘자유의 몸’이 되는 메시는 계속 바르셀로나에 남아 은퇴하는 ‘원클럽맨’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새로운 팀으로 이적할 것인지 갈림길에 선다.

스위스 잡지 ‘엘 일뤼스트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사제 관계를 맺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는 실제로 메시 영입을 위해 이적료 1억9900만파운드(약 3089억원)를 바르셀로나에 제시했다. 만약 메시의 맨시티 이적이 성사됐다면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2억2200만유로 약 3127억원)에 이어 역대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메시가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내년에도 현재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사라진 이적료만큼이나 높아진 연봉을 맨시티에서 손에 넣을 수 있다. 메시는 현재 바르셀로나에서 9300만달러(약 1103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스페인 일간 마르카는 메시의 행선지가 내년 4월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메시와 갈등 관계인 바르토메우 회장이 재신임을 받는 선거에 나서는 터. 바르토메우 회장이 선거에서 떨어진다면 메시가 새로운 회장과 재계약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메시는 바르토메우 회장에 대해 “오랜 기간 어떤 일도 하지 않았고, 우왕좌왕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바르토메우 회장의 라이벌 격인 후보들은 부지런히 메시를 붙잡겠다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집권했던 후안 라포르타 전 회장도 과르디올라 감독을 재영입해 메시와 재계약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 빅터 폰트는 또 다른 바르셀로나의 전설이자 메시의 절친인 사비 에르난데스(현 알 사드 감독)를 바르셀로나 사령탑으로 데려올 계획이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메시는 구단의 불투명한 미래에 불만을 품고 있다”면서 “폰트는 메시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폰트의 계획대로 사비가 바르셀로나로 돌아온다면 메시도 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메시는 9월 27일 열리는 비야레알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라운드에서 첫 공식전을 치른다. 바르셀로나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휴식 시간이 부족해 정규리그 1~2라운드를 연기했다.

<황민국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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