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 모티브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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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첫 회를 시작한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클래식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마치 실존 인물처럼 생동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주인공인 천재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 분)이 ‘실존 인물 누구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클래식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김태형, 김선욱 등이 거론되고 있다.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드라마는 인물뿐 아니라 클래식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일들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모든 음대생이 연주자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몇몇 연주자를 제외하고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주의 길을 이어가면 그나마 다행이다. 드라마는 졸업을 앞둔 채송아(박은빈 분)의 고민처럼 음대생 대부분이 음반사, 공연기획사 등 음악 관련 직업을 갖는 현실을 그려냈다.

드라마를 더욱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면, “잘하는 애만 받는 선생”이란 대사는 클래식 전공자라면 손뼉을 치며 공감할 에피소드다. 또 물심양면 클래식 영재 후원을 하는 대기업 일가는 누가 봐도 금호문화재단 이야기다.

실제 바이올리니스트 고소현의 캐스팅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는 극 중 영재 바이올리니스트 양지원 역을 맡았다. 실제 연주자가 대역이나 특별출연 형식이 아닌 정식 캐릭터를 맡아 등장하는 것은 국내 드라마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은주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고소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는 SBS <영재 발굴단>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8세 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생가에서 실제로 모차르트가 연주했던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고소현은 이후 10세 때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지휘자 핀커스 주커만의 제의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회에는 고소현의 실제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 ‘치간느’를 연주했는데 고난도의 기교가 필요해 일반 연주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곡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극 중 디테일마저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작가의 이력 덕분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 드라마에 데뷔한 류보리 작가는 음악을 전공했다. 류 작가는 바이올린 전공으로 선화예중·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 작가가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밟은 만큼 자신의 경험담을 그대로 드라마에 넣은 셈이다. ‘취재’라는 간접경험으로 그려낸 특수 소재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이유다.

국내 드라마의 다양성이 강조되면서 특수 직업을 다루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현직 종사자나 전공자들이 직접 드라마 작가로 나서 직업의 세계를 그려내는 일도 많아졌다. 드라마 <검사내전>은 현직 검사인 김웅,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판사인 문유석이 직접 집필했다. 배우 장나라가 육아잡지 기자로 나왔던 <오 마이 베이비>는 실제 육아잡지 기자였던 노선재 작가가 드라마 속 직업의 디테일을 살렸다.

<이유진 스포츠경향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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