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훈육’으로 행해지는 부모의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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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나 양육권 소송과 같은 가사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를 종종 마주한다. 특히 젊은 부모들이 아동학대의 범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전의 부모들은 ‘사랑의 매’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자녀 훈육의 방법으로 때리는 것을 많이 선택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부모들을 만나보면 사랑의 매를 드는 것에 대해 무식한 부모 취급을 할 정도로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렇다면 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아동학대를 하지 않는 것일까? 때리는 것만이 아동학대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마음을 때리는 행위도 아동학대다 우리의 법은 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 역시 아동학대라고 보고 있다.

네 살배기 자녀 A가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떼를 쓰며 울어댔다고 한다. 아이 엄마는 ‘훈육’한다는 명목하에 아이를 아이 키보다 큰 서랍장 위에 앉혀놨다. 그러고는 “네가 잘못한 게 뭔지 엄마한테 얘기할 거면 엄마 불러!” 하고는 방문을 굳게 닫고 나가버렸다. 이후 아이 엄마는 아이와 함께 먹을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는 어두운 방 서랍장 위에서 아무도 달래주지 않는 설움을 스스로 달래지 못했다.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아이가 계속 우는 모습에 화가 나 다시 방에 들어왔다. 아이의 팔을 붙잡고 흔들면서 “반성 없이는 못 내려올 줄 알아”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나가버렸다. 이런 상황은 아이가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마다 반복됐다.

여기서 엄마와 아이의 신체접촉은 ‘팔을 붙잡고 흔든 것’ 정도였을 것이다. 대법원은 엄마의 행위를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행위”라고 판결했다. 아이를 서랍장에 올려두고 수십분 방치한 행위, 그 위에서 아이를 흔든 행위는 “그 자체로 위험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해아동은 공포감 내지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봤다.

유기나 방임도 아동학대 아이의 솜털 하나 건드리지 않은 경우에도 아동학대일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법은 때리는 것이나 정서적 학대뿐 아니라 유기나 방임 역시 아동학대로 보고 있다.

세 살배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 이야기이다. 엄마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던 걸까. 엄마는 아이가 세 살이 되도록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아이를 집에 두고 가출을 해버렸다. 혼자 남겨진 아이는 극적으로 이웃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하지만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아이 신원을 파악하는 것부터 어려웠고, 기본적인 의료혜택을 받는 것 또한 어려웠다.

법원은 자녀의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자녀를 두고 가출한 부모의 행동을 유기, 방임행위로 보고 아동학대라고 판결했다. 부모는 자녀를 보호, 양육, 교육할 의무가 있는 자이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미성년자녀의 경우, 이들을 방임한 행위는 신체적·성적·정서적 학대행위에 준한다고 판단된다.

반드시 폐지돼야 할 민법 제915조 민법 제915조는 부모의 징계권을 규정한 조항으로, 민법이 처음 생긴 1958년부터 있었다. 그 내용은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을 두고 아동인권단체들은 체벌을 합리화하는 조항이기 때문에 폐지를 주장해왔다. 법무부는 지난 8월 4일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징계권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징계권 조항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에서 아홉 살 아동이 한 발언을 보며 부끄러운 반성을 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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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자주 봐서, 잘 씻지 않아서, 늦잠을 자서, 시험 성적이 안 좋아서, 거짓말을 해서….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들이 제 주변의 형, 누나, 친구, 동생들이 체벌을 받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어른 중에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분, 잘 안 씻는 분들 계세요. 청소 잘 안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리고 노력해도 일이 안 되는 분도 계세요. 하지만 그분들의 버릇을 고친다고 때리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이유로 맞아도 ‘맞을 만했네’라고 합니다. 왜일까요? 어른은 맞으면 안 되고 우리는 맞아도 되는 존재일까요? 이 세상에 맞아도 되는 나이는 없습니다. 맞아도 되는 사람은 더욱 없습니다.”

그렇다. 학대받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학대를 했다면 아동학대를 한 부모에 대해 법원은 절대적으로 아동의 복리를 우선한다. 아동보호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과 지역사회, 국가의 ‘의무’를 넘어 ‘아동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를 범한 부모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아이에 대한 접근금지나 집에서 나가라는 판결을 받을 수도 있고, 친권의 제한 또는 정지 결정 판결까지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정서적 학대나 유기, 방임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아동학대의 증거가 아동의 진술뿐일 때가 많아 아동을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때린 것은 몸에 증거가 남아 있지만, 마음을 때린 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에 증거가 남아 있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또한 아이는 부모의 학대행동을 다른 어른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고자질’은 아닐까 하고 왜곡된 죄책감까지 느껴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할 때도 있다. 법원은 ‘과연 아동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설마 부모가 그렇게까지 학대했겠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학대받은 아이들을 볼 때면 나 역시 ‘제발 부모가 그렇게까지 학대하지 않았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학대사실을 이야기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보면 그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A의 엄마는 “아이를 훈육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깟 위자료를 지급하고 싶지 않아서다. 나는 그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당신의 학대행위를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하길 원한다면 아이에게 한 자신의 행동이 그릇되었음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하기를.

※이번 호를 끝으로 시리즈 연재를 마칩니다.

<김승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법률위원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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