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표 오디션’의 시대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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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오디션 예능 열풍을 몰고 온 ‘원조 오디션 강자’ 엠넷의 명성이 무색하다. 조작 논란을 빚은 <프로듀스> 시리즈와 저조한 시청률 성적을 낸 <아이랜드(I-LAND)>까지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아이랜드> / mnet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아이랜드> / mnet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2016년부터 방송된 엠넷 <프로듀스> 전 시즌에 대해 방송법상 최고 수준 제재인 과징금을 결정했다. 방심위는 “시청자 참여 투표만으로 그룹의 최종 멤버가 결정되는 것을 프로그램의 주요 특징으로 내세워 유료문자 투표를 독려하면서, 투표 결과를 조작해 시청자를 기만하고 공정한 여론 수렴을 방해했다”며 “오디션 참가자들의 노력을 헛되이 한 점은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방심위는 방송법 제109조(과징금 부과 및 징수)에 따라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와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등을 고려해 과징금의 액수를 결정할 예정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시즌으로 방송된 <프로듀스> 시리즈는 경연에서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시청자들의 유료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는 사기의 공동정범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의 공동정범 혐의, 배임수재 혐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1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안 PD 측과 검찰 양측 모두 항소했다.

이렇듯 오디션 조작 논란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6월 새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 <아이랜드>가 첫 방송됐다. 글로벌 그룹으로 전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와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엠넷이 새로운 오디션 예능을 선보이기에는 시기상조였던 걸까, 이제 오디션 예능의 시대는 지나간 것일까. <아이랜드>는 엠넷과 tvN 동시 방송에도 각각 0.4%와 0.3%(지난 7월 31일 방송,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해 합쳐도 1%대를 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자체 최저 시청률이기도 하지만 앞선 회차들의 시청률 성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는 K팝이 한창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시장인 만큼 반응이 나쁘지 않다. CJ ENM에 따르면 온라인 생중계 글로벌 누적 시청자 수가 1300만명을 돌파했고, 173개국에서 글로벌 시청자 투표에 참여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에 집중한 엠넷표 오디션에 지친 국내 시청자들은 <아이랜드>에 큰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아이랜드> 역시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나뉜 구조 속에서 ‘조언’이라는 이름의 직설과 독설이 난무하는 모습이다. 쓰디쓴 현실을 버텨내는 가운데 개인적 시간을 내 즐기는 예능을 통해서까지 ‘경쟁의 쓴맛’을 느끼게 하는 것은 보는 이들의 피로도를 높일 뿐이다.

<아이랜드>는 지난달 31일 방송인 6회를 끝으로 파트1을 끝냈다. 23명에서 12명으로 좁혀진 멤버들과 함께 14일부터 진행하는 파트2로 새롭게 살아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원희 스포츠경향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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