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에서 푸코 읽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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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운동을 통한 푸코의 사상

<‘장판’에서 푸코 읽기> 박정수 지음·오월의봄·1만7000원

[신간]‘장판’에서 푸코 읽기 外

3년 전 장애학생 부모들이 장애인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호소한 적이 있다. 당시 갈등 속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장애 우호적 여론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특수학교 설립은 사실상 ‘통합교육의 실패’를 의미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은 분리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차별의식, 발달장애인이 내 아이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을 극복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프랑스 철학자 푸코가 주목한 ‘안전사회’ 담론에서 살펴보면, 특수학교 설립은 장애인을 ‘정상에서 벗어난 특수집단’으로 타자화화는 일이다. 배후에는 안전에 조금이라도 위해가 되는 존재는 얼마든지 배제할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치료감호소는 최장 21년까지 이들을 수감하는데 사실상 ‘격리’에 가깝다. 푸코 연구자인 저자는 이처럼 장애 운동 속에서 푸코의 사상이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장애 현장의 문제들을 사례 삼아 푸코의 저서를 소개하는 푸코 개론서의 역할을 한다.

[신간]‘장판’에서 푸코 읽기 外

▲나는 노비로소이다 | 임상혁 지음·역사비평사·1만6000원

신분제 사회에서 노비는 재산으로 취급됐다. 얼마나 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있는지에 따라 부를 가늠했다. 재산인 만큼 이를 둘러싼 소송도 끊이지 않았다. 조선 전기에는 임금이 넌더리를 낼 정도로 잦았다. 이 책은 1586년의 결송입안에 나타난 노비소송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저자가 이 책과 함께 출간한 <나는 선비로소이다>도 흥미롭다. 조선 선조 대의 팔문장가로 꼽힐 정도로 당대 최고의 유학자로 추앙받았다가 소송에 휘말려 노비 신분으로 전락한 구봉 송익필의 사건을 다룬다.

[신간]‘장판’에서 푸코 읽기 外

▲맛있다, 과학 때문에 | 박용기 지음·곰출판·1만5000원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요리는 식재료에 일정 시간 동안 열을 전달하는 행위다. 열을 가해 재료의 구조를 바꾸고, 성분 간에 화학 반응을 일으켜 풍미와 식감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저자는 요리를 분자 수준에서 들여다보면서 요리의 전 과정이 과학임을 일깨운다.

[신간]‘장판’에서 푸코 읽기 外

▲난치의 상상력 | 안희제 지음·동녘·1만6000원

크론병으로 투병 중인 20대 청년이 아픈 몸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지적한다. 사람들은 아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자를 의심하며 장애인 옆에서는 ‘비장애인’으로, 비장애인 옆에서는 ‘장애인’으로 대했다. 저자는 질병과 장애를 제거와 교정의 대상으로 보는 데 반대했다.

[신간]‘장판’에서 푸코 읽기 外

▲남극이 부른다 | 박숭현 지음·동아시아·1만7500원

바다와 남극에 관한 과학서이자 여행기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의 연구원인 저자가 25년간 해양 탐사를 해온 여정을 기록했다. 남극권 중앙 해령 최초의 열수 분출구, 열수 생태계를 구성하는 신종 열수 생물, 빙하기·간빙기 순환 증거 발견은 그 성과물이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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