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는 ‘메이드 인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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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이자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피라미드는 외계인이 지은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집트 정부가 “와서 보라”며 발끈했다. 외계인 피라미드 축조설은 대표적인 ‘음모론’인데 첨단기술 기업을 대표하는 머스크까지 언급하면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 기자 지역의 쿠푸왕 대피라미드와 인근에 지어진 스핑크스 / 로이터연합뉴스

이집트 카이로 기자 지역의 쿠푸왕 대피라미드와 인근에 지어진 스핑크스 /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는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피라미드는 당연히 외계인이 지었다”고 썼다. 이에 라니아 알마샤트 이집트 국제협력부 장관은 머스크에게 피라미드가 어떻게 지어졌는지, 피라미드를 만든 이들의 무덤을 확인하러 이집트에 오라고 답했다. 알마샤트 장관이 말한 무덤은 1990년대 발견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피라미드가 실제 이집트인들에 의해 지어졌다는 결정적 증거로 보고 있다. 이집트의 저명한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는 소셜미디어에 머스크의 주장은 ‘완벽한 환상’이라고 비난하는 영상을 올리며 반박했다. 머스크는 이후 트위터에 피라미드 건설자들의 삶을 다룬 BBC히스토리 웹사이트 글의 주소를 공유하며 “이 기사에 (피라미드를) 어떻게 지었는지 합리적인 요약이 담겼다”는 글을 남기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라미드는 4500여년 전 지어진 고대 건축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규모 때문에 외계인 축조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집트에는 여러 지역에 크고 작은 100여개의 피라미드가 있는데 이중 기자 지역의 쿠푸왕 대피라미드가 가장 유명하다. 137m 높이로 1889년 프랑스 파리에 에펠탑(324m)이 지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피라미드 건설 당시는 철기를 사용하기 이전이었다. 일각에서는 돌과 구리로 만든 도구만으로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은 지을 수 없다며 외계인 축조설 내지는 아틀란티스 문명설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고대문명의 기술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이집트 문명의 시작점으로 추정하는 가장 오래된 도시의 유적 측정 연대가 기원전 5000년쯤이고, 기자의 대피라미드가 건설된 시기는 기원전 2467년이다. 학자들은 그사이 약 2500년 시간 동안 이집트인들은 지렛대와 도르래의 원리 등을 터득했고, 이를 이용한 기계장치를 통해 충분히 피라미드를 건설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머스크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도 제기된다. 머스크가 태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코미디언 야신 반스는 “백인들은 피라미드를 아프리카인들이 지었다기보다는 외계인들이 만들었다고 믿는 편이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계인 피라미드 축조설은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런 복잡하고 큰 건축물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전제가 깔린 인종차별적인 음모론으로 비난받곤 한다. 실제로 외계인 축조설 대상으로 열거되는 것 중 백인문화권 건축물은 영국의 신석기 유적인 스톤헨지가 유일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 세계의 존재를 굳게 믿어 죽은 이들의 시신과 수장품을 영구 보존하는 피라미드를 짓는 데 최선을 다했다. 피라미드는 이집트인들이 지은 것이 맞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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