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시대의 종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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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받아온 자유민주주의

<모방 시대의 종말> 이반 크라스테프 외 지음·이재황 옮김 책과함께·1만8000

[신간]모방 시대의 종말 外

소련과 동독 등 사회주의 권역을 대표하던 나라들이 몰락한 이래 자유민주주의는 약 30년간 ‘모범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치학자인 저자들은 지금까지의 30년을 ‘모방의 시대’라고 이름 붙인다. ‘이데올로기의 종언’ 이후 비서방 국가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요받아오면서 결국 반민주적이고 비자유주의적인 일련의 흐름을 낳았다는 것이다. 강요된 모방은 각 국가와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무시했고, 그 결과 누적된 불만과 분노가 이를 이용하는 정치세력을 만나 오히려 시곗바늘을 과거로 되돌리는 반동적 움직임이 퍼졌다는 분석이 전개된다.

책은 세 가지 주요 모방 사례를 중심으로 이를 논증한다. 첫째로 서방국가를 모방하는 기조에 불만을 가진 대중을 이용해 득세한 중부·동부 유럽의 대중주의자들이 있다. 그다음으로는 민주주의를 ‘미러링’하는 전략을 통해 서방의 민낯을 까발린 러시아의 푸틴, 모방 모델로 자리 잡은 미국이 오히려 모방자들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선전해 당선된 트럼프가 있다. 저자들은 러시아가 이전까지 자신들이 진정한 공산주의를 실현한 것처럼 가장했듯 민주주의 역시 가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한다. 미국 역시 다른 나라들이 자국을 모방하도록 헌신한 결과 도리어 추격당해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으로 트럼프가 집권에 성공했다. 두 대국의 지도자가 서로 겹쳐보이는 지점에선 민주주의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음을 독창적이면서도 날카롭게 진단한 시각이 돋보인다.

모방 시대가 저물어간 이후를 바라보는 전망도 나온다. 체제를 통째로 모방하는 대신 핵심적 가치는 유지하며 필요한 일부만 모방해 성공한 나라들의 사례에서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유주의 역시 모방의 대상이자 한편으론 악몽이 되고 만 굴레를 벗을 수 있게 된다.

[신간]모방 시대의 종말 外

▲독립의 오단계 | 이루카 지음·허블·9500원

인간과 인공지능이 일정 비율로 섞이는 게 일반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법정소설이다. 인체 일부를 사이보그화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으로 인정되는 비율을 법정에서 다투는 사회를 배경으로 안드로이드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간]모방 시대의 종말 外

▲어쩌다 도박 | 신영철 외 지음·블루페가수스·1만5000원

도박중독클리닉을 운영하며 15년간 여러 도박중독자를 만난 저자들이 도박의 마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힘겨워했던 중독자 및 가족과 함께한 기록을 담았다. 도박에 중독되고 의존하는 질병은 뇌의 문제라는 의학의 시각에서 정교한 치료기법도 소개한다.

[신간]모방 시대의 종말 外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 박민영 지음·북트리거·1만6500원

현재 사회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차별과 배제를 ‘세대’와 ‘이웃’, ‘타자’, ‘이념’이라는 구분으로 설명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배제한 결과가 나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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