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인기 언제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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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할인율에 너도나도 구매… 내년 이후 지원금 불투명

“10% 할인을 바랐는데 아쉽네요. 7% 할인이라도 구매해야겠어요”, “15% 할인 판매할 때가 좋았는데 이제 그 할인율은 없을 것 같아요. 저도 이번에 넉넉하게 사려고 해요.”

지난 7월 13일, 서울사랑상품권 3차 판매가 시작됐다. 온라인에서는 할인율이 낮아서 아쉽다는 반응과 동시에 그래도 많이 사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울사랑상품권은 1·2차 완판에 이어 3차 판매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부 구에서는 판매가 이미 완료됐다.

제로페이 화면. 서울사랑상품권을 제로페이에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제로페이 화면. 서울사랑상품권을 제로페이에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올해 코로나19로 국비 8% 지원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가 인기다. 대구시가 발행한 ‘대구행복페이’는 출시 한 달 만에 580억원치가 팔렸다. 카드 발급 건수는 11만3170건(7월 2일 기준)에 이른다. 대전시 ‘온통대전’도 출시 한 달 보름(6월 28일 기준) 만에 26만명이 가입했다. 이는 대전시 성인인구의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종시 ‘여민전’은 판매 12시간 만에 7월분(150억원)이 완판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2016년 1168억원에서 2018년 3714억원으로 늘었다. 2019년에는 2조800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7배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총 3조원 규모가 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화폐의 인기가 치솟은 이유가 뭘까. 각 지자체에서 내건 높은 할인율이 첫 번째 요인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지역화폐 할인율은 5%에서 10% 사이를 오갔고, 10% 할인율은 읍·면 등에 한정됐다. ‘고향사랑상품권’, ‘소상인사랑상품권’ 등이 인기를 끌지 못했던 이유다.

그러다 2019년 인천시가 내놓은 ‘인천e음카드’가 대박이 났다. 인천시는 해당 카드로 결제할 경우 총금액의 10%를 캐시백으로 ‘무한’ 제공했다. 인천시는 시행 7개월 만에 가입자 89만명, 누적결제액 1조1000억원의 성과를 냈다.

현재 대다수 지자체가 인천시 모델을 따르고 있다. 대구행복페이의 할인율은 10%다. 대구시는 예상보다 반응이 좋자 9월까지만 진행하려고 했던 10% 할인 기간을 연말까지 늘렸다. 대전시는 온통대전 출시 후 2개월 내 사용하는 금액에 대해 최대 15%(코로나19 경제활력 지원금 5% 포함)의 캐시백을 주고 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2차 판매 당시 할인율을 20%(캐시백 5% 포함)까지 높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성을 도모한다는 이유였다.

최준규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에서 주도하는 지역화폐가 이렇게까지 빨리 확장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이 시장을 어마어마하게 키웠다. 전국 모든 곳에서 지역상품권이 존재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기요인은 가맹점 확대다. 대다수 지자체는 프랜차이즈 매장(본사 직영 제외)에서도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7월 현재 서울사랑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매장은 24만9000여개에 이른다. 전체 신용카드가맹점의 48% 수준이다. 카드 형태인 온통대전과 대구행복페이는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모든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인기요인은 곧 지역화폐의 약점이기도 하다. 7~20%에 이르는 높은 할인율은 정부와 지자체의 재원으로 가능하다. 지난해까지 행안부는 지역화폐 발행액의 4%를 지원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발행액의 8%를 지원한다. 국비 지원이 끝나면 할인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자체들의 지역화폐 예산은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대전시는 온통대전 출시 한 달 보름 만에 예산의 23%를 썼다. 인천시는 정부 지원(740억원)을 제외하고도 올해에만 1236억원가량을 캐시백 예산으로 투입했다. 지역화폐의 인기가 한시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부산 동백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1월부터 4월까지 상승곡선을 그리던 동백전 발행액은 5월 반토막이 났다. 캐시백 비율이 10%에서 6%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산 참여연대는 “이런 식으로는 예산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캐시백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각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매장도 허용해 논란

가맹점 확대 역시 지역화폐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 애초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공동체 성격을 가지며 기존 화폐의 대안이 되고자 한다. 지역 내에서 발행, 이용되고 구성원들은 지역화폐로 물건과 노동력을 주고받는다. 가령 서울 노원구 지역화폐 ‘노원’은 봉사활동 1시간에 700노원을 지급한다. 중고가게에 물품을 기부해도 노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받은 노원은 구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 문화센터 등 280여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노원은 서로 주고받을 수 있지만 돈으로 바꿀 수는 없다. 노원구청 마을공동체 관계자는 “온전히 노원구 안에서만 돈다”고 말했다. 현재 가입자는 8500명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의 지역화폐에서는 이런 성격이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가 발행하고 지역 내에서 사용되기는 하지만 결국 돈으로 바꿀 수 있어 지역 내에서 순환된다고 보기 어렵다. 독일의 바이에른 지역 화폐인 킴가우어는 지역화폐를 법정화폐로 바꾸고자 할 경우 5%의 수수료를 매긴다. 가급적 환전을 하지 않아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호혜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 내에서도 전통시장과 같은 소외된 곳을 살리자는 취지 역시 무색해지고 있다. 최준규 연구위원은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을수록 지역 내의 거점상권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상품권을 도입할 때는 획일적으로 상품권을 도입하기보다는 지역의 규모와 특성에 맞춰 장애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지역화폐의 인기가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이런 규모의 예산이 가능하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따라서 지속성을 위해서는 원래 지역화폐가 가지고 있는 성격을 고민해야 한다. 윤성일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 대표는 “인센티브 정책은 한시적이다”라며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공동의 경제, 협동의 경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모아는 마포구의 지역화폐다.

김성훈 사회적경제연구원 사회적협동조합 책임연구원은 “관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는 손쉽게 발행, 유통시킨다 해도 일시적이고 당기적인 처방을 넘어서기 어려워 보인다”며 “지역화폐는 결제수단이라는 정의를 넘어 결제할 대상이 지역사회에 기반을 둬야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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