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달콤한 과일 맛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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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단토마토를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단토마토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단토마토는 마치 설탕을 뿌린 듯 단맛이 강하게 나는 토마토입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힘든 건 식욕을 억제하는 일입니다. 배가 고프면 달콤한 군것질거리나 빵 등 소위 살찌는 음식이 간절해지곤 합니다. 반면 단토마토는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단맛을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처음 단토마토를 맛보았을 때 마치 토마토에 설탕을 버무린 것 같은 맛이 나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납니다. 단토마토는 가공식품입니다. 단맛을 극대화했지만, 흔히 시장에서 보는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아닙니다. 가공식품이기에 토마토에 어떤 처리를 한 것 같았습니다. 과일인지 채소인지 알쏭달쏭한 토마토. 그런 토마토가 과일보다 더 단맛을 갖게 된 비결은 ‘스테비아’라는 물질에 있습니다.

스테비아로 단맛 내다

스테비아 토마토는 토마토를 재배할 때 스테비아 성분을 넣은 퇴비를 사용하거나 토마토를 스테비아 용액에 담가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토양에 함유된 스테비아 성분은 토마토의 뿌리를 통해 흡수되고, 줄기를 타고 이동해 토마토에 저장돼 당분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스테비아는 설탕보다 약 150배의 강한 단맛이 나는 천연 감미료입니다. 몸에는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혈압이나 혈당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테비아는 파라과이와 브라질 등에 사는 국화과의 식물 ‘스테비아 레바우디아나(Stevia rebaudiana)’에서 나온 성분으로 1500년 전부터 사용해왔습니다. 원주민들은 스테비아를 두고 단맛이 나는 허브라는 뜻의 ‘스위트 허브’라고 불렀습니다. 스테비아에는 잎과 줄기에 단맛을 내는 ‘스테비오사이드’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스테비아는 식물에서 추출했기 때문에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와 달리 천연 감미료로 분류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테비아의 일일 섭취량을 체중 1㎏당 4㎎ 이하로 권장합니다.

스테비아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지만, 우리가 자주 마시는 음료에는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칼로리가 없고 몸에 흡수되지 않는 특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스테비아는 다이어트 콜라 등 단맛이 나지만 칼로리를 낮췄다고 광고하는 다양한 음료에 들어갑니다.

과일 달게 먹는 방법

여름철 인기 많은 과일을 더 달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먼저 과일은 차가울수록 더 달콤합니다. 통상적으로 과일 온도가 10도 정도일 때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요즘 제철을 맞은 단단한 천도복숭아는 8도, 말랑말랑한 백도는 12도에서 가장 맛있다고 느낍니다.

과일이 차가울수록 더 달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일의 단맛 성분인 과당의 분자 구조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과일의 단맛을 느끼게 하는 성분은 ‘과당’입니다. 과당은 탄소원자 6개가 사슬처럼 연결된 모양입니다. 과당은 온도에 따라 복잡한 모양으로 엉키거나 일직선에 가까운 모양으로 풀리면서 모양을 바꿉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베타형 과당이 알파형 과당보다 많아집니다. 베타형은 알파형보다 더 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차가운 과일이 따뜻한 과일보다 더 달콤하게 됩니다.

소금을 이용해도 단맛의 과일을 먹을 수 있습니다. 소금을 뿌리면 과일의 당도가 올라갑니다. 짠맛이 나는 소금을 뿌려 단맛을 끌어올리는 것이 모순돼 보이지만 사실입니다. 과일에 소금을 뿌리면 혀가 착각을 일으킵니다. 한 종류의 맛에 다른 맛을 약간 넣으면 약간 넣은 맛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본래의 맛이 주목받습니다.

소금의 짠맛이 혀의 미각세포 끝에 달린 이낙(ENAC) 수용체를 자극해 뇌에서의 단맛과 유쾌함을 느끼는 신경중추를 활성화합니다. 이 때문에 수박이나 덜 단 토마토, 딸기에 소금을 약간 뿌린 뒤 먹게 되면 단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 소금을 너무 많이 뿌리면 과일의 단맛이 소금의 짠맛에 묻힐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과일을 주무르거나 때려도 당도가 올라갑니다. 과일에 충격을 주면 에틸렌 분비량이 늘어납니다. 에틸렌은 과일을 익게 하는 식물호르몬입니다. 에틸렌이 분비되면 과일의 전분이 당으로 바뀝니다. 이 때문에 과일이 더욱 달게 느껴집니다. 귤을 먹기 전에 손으로 주무른 뒤 까먹으면 더 달콤하듯 말입니다. 그런데 손으로 주무른다고 해서 과일의 당도가 무한정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갖고 있던 전분이 모두 당으로 바뀐 후에는 더 이상 당도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전분이 모두 당으로 바뀐 뒤에는 과일이 상하기 시작합니다.

과일을 불에 구우면 더 달콤해지는데, 특히 바나나의 경우 더 달콤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과일에 열을 가하면 과일 속의 다당이 열에 의해 단당으로 분해됩니다. 단당류는 몸에 흡수가 더 잘됩니다. 이때 가해진 열은 과일의 세포벽을 허물기도 하고 섬유질을 약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식감이 부드러워지면서 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열에 의해 수분이 증발해 당도가 높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말린 과일이 더 단 것도 수분이 증발했기 때문입니다.

과일을 재배할 때는 당도를 올리기 위해 과일 당 잎의 수를 최대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과일의 당은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뒤 열매로 자당이나 소르비톨 형태로 이동합니다. 광합성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잎에서 탄수화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잎의 수가 많으면 여기서 생성된 탄수화물의 양도 늘어나 과일로 더 많은 양의 당이 이동합니다. 만약 잎에서 광합성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과일의 당도가 떨어집니다. 장마철에 비가 많이 와서 과일이 덜 달다고 하는 것은 햇빛의 양이 줄어들어 그만큼 광합성의 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곧 장마가 끝날 테고 폭염이 찾아올 것입니다. 폭염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에어컨 앞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과일을 먹을 때 가장 시원한 것입니다. 과일이 생각보다 달지 않다면 달게 만드는 방법을 활용해 만들어 먹어 보세요. 과일이 원하는 만큼 달지 않더라도 둘러앉아 나눠 먹는 분위기만은 달콤하겠지요.

<목정민 과학잡지 <에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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