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언어학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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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담겨 있는 시대 사회상

<거리의 언어학> 김하수 지음·한뼘책방·1만5000원

[신간]거리의 언어학 外

언어는 사회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말과 글은 모둠살이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것이므로 언어라는 그릇 안에는 우리와 남을 가르는 차별과 배제의 논리, 높고 낮음을 가르는 시선이 담긴다. 이러한 사회언어학의 개념을 국어학에 처음으로 도입한 학자인 저자는 언어 자체에만 몰두하던 연구에서 벗어나려 애써왔다. 그런 통찰의 지평을 넓혀온 흔적을 글로 모아 엮은 책이다.

언어학자가 설명하는 언어는 생태계와도 비슷하게 비유된다. 모든 언어가 각기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은 ‘언어 인권’으로 이어진다. 언어란 사람의 인식과 감각, 정서 등이 겹겹이 쌓여 구성된 것이므로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데엔 모어를 존중하는 일 역시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거리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일상적인 언어생활을 날카롭게 관찰한 대목에서는 사소한 잡담이나 사투리의 여러 가지 면모를 뜯어보며 어떤 언어활동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전한다.

그래서 때로는 사라지거나 드물어진 언어 표현에서 그 시대의 가치와 지향을 되돌아보고 지금의 사회를 성찰할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삼팔따라지, 마카오 신사, 꼬방동네’ 등 저자가 꼽는 사라진 어휘들에서는 어두웠던 지난 시절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 한편 ‘오타쿠, 노가다, 무데뽀’ 등 지금도 흔하게 쓰이는 통속적 일본어 어휘를 보면 한·일관계가 어떻게 꼬여 있는지 짚어내는 단초도 발견된다. 국경을 경계로 언어는 갈라지지만 한편으로 서로 맞닿은 지점도 있음을 알게 된다. 세계화 시대에 맞게 외래어가 물밀듯 밀려오지만 지나치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듯, 한국인들이 한글에 대해 품고 있는 자부심 역시 냉정하게 돌아볼 이유도 있다. 자신을 높이고 남을 낮추는 자세는 결국 차별을 언어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신간]거리의 언어학 外

▲나는 홍범도 | 송은일 지음·바틀비·1만5600원

독립군이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에서 당시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던 일본의 정규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지 꼭 100년이 지나 펴낸 대하소설이다. 항일전쟁의 주역인 여천 홍범도 장군이 게릴라전 전략가로 우뚝 서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문학적으로 그려냈다.

[신간]거리의 언어학 外

▲홉스: 리바이어던의 탄생 |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교양인·2만9000원

대표작 <리바이어던>으로 유명한 당대의 문제적 사상사 토머스 홉스의 일생을 홉스 철학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가 되살려냈다. 홉스 시대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그려내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상의 단편도 다루면서 홉스를 둘러싼 의문에 명쾌하게 답한다.

[신간]거리의 언어학 外

▲21세기를 살아가는 반자본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 에릭 올린 라이트 지음·유강은 옮김 이매진·1만4000원

코로나19 때문에 자본주의의 위기를 더욱 실감하고는 있으나 자본주의 이후를 내다보기는 더욱 어려워진 시대에 부합하는 책이다. ‘반(反)자본주의’ 대안을 찾으려 일생을 바친 실천적 사회학자의 유작으로, 자본주의의 틈새에서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찾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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