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훨훨 나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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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부의 보조금 확대와 친환경 정책 강화에 힘입어

코로나19도 전기차의 질주를 멈춰 세우지 못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가 예년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아무리 못해도 지난해 수준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의 대표주자 테슬라의 주가는 6월 이후 1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천슬라’로 불릴 정도다. 기업가치는 폭스바겐을 넘어 일본 시총 1위 기업이자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기업인 도요타를 제쳤다.

청년취업자에게 르노삼성차 전기차를 지원하는 ‘부산청춘드림카 지원사업’이 출퇴근 시간 단축과 교통비 절감에 기여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차 제공

청년취업자에게 르노삼성차 전기차를 지원하는 ‘부산청춘드림카 지원사업’이 출퇴근 시간 단축과 교통비 절감에 기여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차 제공

당초 전 세계 전기차(하이브리드 전기차 포함) 판매량은 코로나19로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지난 5월 중순 발표한 ‘2020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사상 처음 감소해 2019년 210만 대에서 올해 170만 대로 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6월 15일 발간한 전기차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자동차 연간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기존 2.6%에서 처음으로 3%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두 기관이 상반된 전망을 했지만 시장의 흐름은 IEA의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6월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월간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주요국가의 6월 전기차 판매량을 보면 독일은 1만8598대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16%, 프랑스는 2만990대(259%), 영국은 1만3829대(192%)나 급증했다.

환경 규제 강화로 전기차 판매 늘려야

전기차 수요 증가의 원동력으로 각국 정부의 보조금 확대, 친환경 정책 강화, 즉 환경 규제 강화를 들 수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장도 한몫했다. 충전기는 지난해까지 약 730만 대가 보급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이 완화되면서 대기 수요가 판매로 직결된 것도 판매급증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IEA는 보고서에서 “중국과 유럽이 최근 2022년까지 보조금 제도를 확대했고, 각각 전기차 의무 판매량과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기준을 강화·확대했다”고 밝혔다. 실제 각국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했다. 독일은 6월 코로나19 경기 부양안의 하나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기존 3000유로에서 6000유로로 두 배 확대했다. 부가세도 3% 인하했다. 프랑스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난 6월 1일부터 연말까지 대당 6000유로에서 7000유로로 상향 조정하면서 기존 차량을 폐기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1만2000유로를 보조하는 전기차 지원책을 내놨다. 영국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전기차 교체 보조금으로 6000파운드(약 917만원)를 지급할 계획이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도 금지한다. 정책 효과가 7월부터 반영되기 때문에 하반기 유럽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중국 전기차 시장까지 활성화되면 결과적으로 작년 수준 아니면 새로운 사상 최고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여러 요인 중에서도 특히 환경 규제 강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유럽연합은 내년부터 자동차가 내뿜는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95g 이하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1㎞당 120g을 내뿜는 자동차를 1대를 판매했다면 1㎞당 70g 이하의 완성차도 1대 팔아야 한다. 배출량이 넘는다면 1g당 95유로의 벌금을 물린다. 지난해 자동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121g을 기준으로 하면 26g을 초과해 자동차 한 대당 약 2470유로(약 334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막대한 벌금을 피하려면 내연차 판매를 줄이거나 전기차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 경기침체를 반영해 배출가스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유럽연합은 지난 5월 말 7500억 유로의 경기부양안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친환경 정책을 더 가속화하는 데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친환경차 의무 판매 물량을 올해 12%에서 3년간 매년 2%씩 늘릴 계획이다. 중국에서 차량 250만 대를 판다면 그중 전기차로 30만 대를 채워야 한다.

코로나19로 도로 위 차량이 줄자 대기질이 곧바로 개선되는 걸 눈으로 확인한 것도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높였다. 이항구 위원은 “며칠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자동차 운행이 줄어드니 굉장히 빠르게 대기질이 개선되는 걸 보면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기존엔 전기차와 내연차의 판매량이 역전되는 시기를 2050년으로 봤는데 2035년으로 앞당겨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동맹 구도 속 전장 부품사 육성해야

전기차로 대세가 넘어가면서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회사 간의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면서 미래 배터리인 수명 ‘100만 마일(약 160만㎞) 배터리’를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폭스바겐은 116년간 내연 기관을 생산해온 츠비카우 공장에서 100%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밝혔고,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미국 배터리 업체에 2400억원을 투자했다.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동맹’을 맺고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 전지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CATL·BYD 등 중국 업체들과도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체결하는 양면작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량 4위(점유율 8%)인 현대차그룹도 3위 도약을 위해 ‘배터리 동맹 구축’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만난 후,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 7월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와의 협력이 확대되면 배터리 적시 조달 능력이 강화되고 가격과 기술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 배터리 업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 ‘연합’의 경쟁력은 상당할 것”이라면서 “다만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 부품사들이 전장 부품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항구 위원도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산업을 구조개편하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전장화했다”면서 “관련 부품업체만 전체 20%를 넘는 1200개 정도인데 테슬라가 그렇게 빨리 전기차 시장을 치고 나간 것도 이런 부품사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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