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출’로 잡는 입 냄새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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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늘 마스크를 써야 해 불편하면서도 이를 은근 반기는 이들이 있다. 입 냄새로 고통받는 사람들로, 생각보다 진료실을 많이 찾는다. “양치질을 잘하고, 치과 문제도, 편도결석도 아니에요. 그런데 계속 구취가 올라와 민망해요”, “마스크를 써서 차라리 다행이지만 정말 괴로워요” 혈액이나 소변검사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지나친 땀 냄새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창출은 팔다리에 생긴 마비 증상, 황달 등을 치료하고 열을 내리고 음식을 소화시킨다. 가려움증과 두통, 가래를 없애 주고 토하고 설사가 멎지 않을 때도 이용한다./위키미디어

창출은 팔다리에 생긴 마비 증상, 황달 등을 치료하고 열을 내리고 음식을 소화시킨다. 가려움증과 두통, 가래를 없애 주고 토하고 설사가 멎지 않을 때도 이용한다./위키미디어

우리는 왜 몸에서 냄새가 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냄새는 대부분 어딘가 순환이 막히면서 올라오는 가스와도 같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묶어만 두고 규칙적으로 버리지 않으면 어찌 될까? 썩으면서 가스가 나오고 부풀어 올라 냄새가 새 나오게 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배가 늘 빵빵하고, 트림과 방귀가 잦은 분들이 있다. 트림도 딸꾹질도 안 하는데 은은하게 말할 때 폐호흡을 통해서 그 냄새가 전달되는 것이 구취이며 체취다.

불쾌한 체취의 원인을 한의학에서는 습열이라고 한다. 동남아에선 평균기온이 38도를 넘는데 습도도 늘 80~90%다. 꿉꿉하고 음식을 조금만 밖에 내놓아도 쉰다. 제습기와 에어컨은 필수다. 마찬가지로 몸이 습열로 그득할 때는 제습시키고 청열시켜야 한다. 보통 몸에 습열이 그득해지는 것은 ‘고량후미(膏粱厚味)’ 탓이다. 즉 칼로리가 높고 기름지면서 소화가 느린 음식을 많이 먹은 경우, 바닷가나 호수·강과 같은 물기가 많은 습지에서 생활한 경우, 운동 부족으로 심폐량이 떨어지는데 폭식이나 과식을 하는 경우다.

이럴 때 많이 사용하는 약재가 ‘창출’이다. 창출은 국화과에 속하는 삽주의 뿌리다. 맛은 맵고 쓴데 따뜻한 편이라 몸의 습기를 적절히 없애준다. 따뜻한 성질로 비위의 기능을 높여 영양분 흡수와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따라서 창출은 명치가 그득하고 배에 가스가 차오르며, 손발에 힘이 없어지는 권태로움, 자꾸만 누워 있고 싶은 기와증(嗜臥症), 설사와 과민대장증후군, 자주 붓는 증상, 무릎이 부으면서 화끈거리며 아픈 증상 등에 활용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여고생 ㄱ양은 83㎏으로 과체중이다. 어머니는 딸의 폭식증·생리통·피로감·짜증·학습장애를 토로한다. 하지만 ㄱ양이 불편한 것은 따로 있었다. 입 냄새다. 아침마다 입 냄새가 심해 치약 중에서 향이 가장 강한 것을 쓰고, 늘 가글을 하고 다닌다. 그런데 ㄱ양의 표정은 마치 죄지은 사람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여고생에게 입 냄새가 난다는 평은 심리적으로 충격이 될 수 있다.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외모 콤플렉스가 더 심해질 수 있고, 자존감이 약해져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게 된다.

체중 증가의 원인인 폭식증에도 이유가 있다. 바로 비위의 습열이다. 복부에 그득 찬 가스로 음식물은 소화·흡수돼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이 느리다.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 몸은 더 식욕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먹어도 먹어도 헛헛한 느낌이 난다. 쌓인 노폐물은 곧 입 냄새의 주범이 된다. 따라서 창출을 중심으로 비위의 습열을 잡아주고, 제습을 도와주는 처방을 함께한다. 창출은 다만 습기가 있어야 한다. 땀이 많이 흘러 진액이 손상되거나 생리 출혈량이 많은 이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니 진맥 후에 처방받기를 바란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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