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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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콜센터 상담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경향신문>에서 임금 기획기사를 취재할 때였습니다. 그해 한 달 최저임금은 157만3770원. 매출 3000억원이 넘는 기업의 31세 콜센터 상담사가 받는 월급은 170만원이었습니다. 3년차 상담사가 하루 8시간 일하고 받은 대가는 최저임금을 갓 넘었습니다. 신분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받는 임금에 비해 노동강도는 셌습니다. 상담사들은 불만 가득한 민원인을 하루 종일 응대해야 했습니다. 당시 기사에는 “결정할 권한은 하나도 없는데 최전선의 총알받이처럼 욕은 우리(상담사)가 먹는다”, “전화통화 씨름에 지친 그의 버팀목은 카페인과 당분”이라는 문장이 담겨 있습니다.

2020년 6월, 이번에는 보건복지부 소속 상담센터 상담사를 만났습니다. 노동을 존중한다는 정부에 고용된 상담사들은 처우가 나을 줄 알았습니다. 취재해 보니 2년 5개월 전 사기업 콜센터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라는 신분만 빼고는 말이죠.

신입 상담사들의 월급은 올해 최저임금(179만5310원)을 웃도는 수준이었습니다. 24시간 자살예방 상담사는 야간수당이 붙어 그나마 4~5년차 기준 24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습니다. 일부 상담사들은 복지부가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상담의 기초가 되는 보도자료를 뒤늦게 받고 ‘콜수(전화 응대 건수)’를 늘리라는 압박을 받는 등 노동환경도 열악했습니다. 이번 기사에 담긴 문장도 2년 5개월 전과 비슷합니다. ‘총알받이’ 비유는 상담사의 푸념에서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무조건 콜수를 늘리라는 건, 자살위기에 처한 사람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라는 상담사들의 답답함도 기사에 담겼습니다.

물론 바뀐 게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2018년 11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이른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법 개정 이후 고객의 폭언·폭행 등 예방조치는 사업주의 의무사항이 됐습니다.

그런데 법만 바뀌었습니다. 공직자들의 생각부터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취재 과정에서 “공직에 있다면 코로나19처럼 특수한 상황에선 쏟아지는 민원인을 감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각종 수당 지급 기준은 공무원보다 불리하게 적용하면서 정작 업무에 임하는 자세에는 ‘공직’을 들이미는 이중잣대에 뒷맛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복지부 무기계약직 상담사들은 바쁜 상황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으로 신분을 전환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최소한의 노동조건만은 갖춰달라고 요구했을 뿐입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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