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보다 재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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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원 릴레이 인터뷰](9)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고양시정)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야심 차게 영입한 경제전문가다. 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실물 금융 분야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민주당은 총선 전 규제혁신특별위원장을 그에게 맡기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에서 활동하게 된 이 의원을 지난 6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재벌개혁에 대해 묻자 이 의원은 “테이블 밑에 숨길 것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보다 재편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금융사에서 일하다가 직접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해보니 어떠한가.

“국회는 이해관계가 훨씬 더 복잡하다. 회사는 주주와 고객, 노동자처럼 제한적이다. 대부분 숫자로 표현된다. 간단하다. 하지만 정치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중첩돼 있다. 복잡하다.”

이 의원은 6월 18일 자본시장법과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중 보험업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20대 국회에서 화제가 됐지만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명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자산을 평가할 때 취득 주식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는 법이다. 보험회사가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그 보유금액이 보험회사 총자산 혹은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기준이 시가로 바뀔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주식을 크게 줄여야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이 힘들게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삼성에서) 별로 힘들 것 같지는 않다. 뭐가 힘든지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IMF 이후 모든 분야에서 시가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 하나의 예외가 보험업이다. 그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 당시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굉장히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액면 분할이 돼 한 주가 5만원대다. 거래량도 많다. 충분히 팔 수 있다. 단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으므로 해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데 문제가 있다. 하지만 회사 지배의 기본 논리는 자기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을 재벌개혁이나 삼성 문제로 부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런 이슈를 ‘반삼성’이냐는 문제로 치환하면 논의의 내부를 보지 않게 된다. 법(보험업법 개정안)이 바뀌어도 유예기간을 5년으로 뒀다. ‘1호 법안’이냐고 묻지만, 아니다. 1호 법안으로 만들고 싶은 법안이 있지만 복잡해서 준비된 것부터 발의했다.”

-국회 정무위가 늘 재벌개혁 문제로 논란이 돼 왔다.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하루아침에 안 된다. 그렇다고 우격다짐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순환출자의 문제도 하나씩 풀려 나가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재벌개혁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야당도 있기 때문에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다. 테이블 밑에 두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

-독특한 의원실 문화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의원실 내에서 호칭을 영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카카오뱅크에서 해보니 좋았다. 의원실에 도입했다. 의원·보좌관 같은 타이틀을 달고 토론하면 뭔가 잘 나오지 않는다.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나에게는 의원님이라는 호칭 대신 얀(Yan)이라고 부른다. 한 사진가의 이름이다. 이 사진가는 애드벌룬을 타고 사진을 찍었다. 전혀 다른 사진이 찍힌다. 카카오뱅크에서처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역구(경기 고양시정)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배지를 단 곳이다. 김 장관의 제3기 신도시 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서 여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구가 됐다. 총선에서 통합당의 경쟁 후보는 부동산 전문가였다. 어떻게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나.

“경기 분당과 비교해서 주민들이 화가 나 있었다.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자체로 풀 수 없다. 기업을 유치하고 경제를 특화해야 일산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설득했다. 가위바위보에서 김 장관이 ‘바위’를 들었으면 통합당 후보는 ‘보’를 들고 왔다. 나는 ‘가위’를 들고 갔다. 통합당 후보는 과거와 승부했고, 나는 미래로 경쟁했다. 일산 테크노 밸리를 이야기했다. 판교 밸리처럼 IT산업으로 승부한다면 난센스다. 일산에는 대형 종합병원이 여섯 개나 있다. 바이오산업처럼 특화된 산업이 필요하다. 킨텍스가 있다. 전시 관련 사업이 필요하다. MBC·EBS 방송국이 있다. 방송영상 밸리를 발전시켜야 한다. 모두 지역에 특화한 사업이다.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기에 선거에 승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특화사업이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이야기했다.”

-6월 17일 정부에서 새로운 부동산 규제정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문제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돈이 갈 데가 없다. 돈이 갈 곳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금융 쪽에서 투자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부동산은 복합적인 문제와 얽혀 있다. 입시 문제나 학벌 차별 등 사회구조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총선 전 민주당에서 규제혁신특별위원장을 맡았다. 규제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재편이다. 규제란 그 시대의 사회적 합의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개인정보 제한이 조금 풀렸다. 그 사회에서 합의되는 수준이다. 안전에 대한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규제를 지키는 데 돈이 드니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안전은 강화돼야 한다. 규제를 더 해야 한다. 규제가 나쁜 것이 아니다. 전기차 생산은 탄소배출량 규제에 맞춰 부각된 산업이다. 규제가 있음으로써 시대가 재편되는 것이다. 규제 완화는 문제를 숨기는 것에 불과하다.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 규제만 풀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알아서 책임을 져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징벌적 규제다. 책임성이 더 강화돼야 한다.”

<글·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사진·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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