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영·호남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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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 김부겸’ 구도 최악 시나리오… 일각에선 지역 갈등 우려 일축

“전당대회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우려다. 이 의원은 “당권 대결 구도가 심상치 않다”며 “지금 가장 우려할 만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예측했다. 이 의원이 최악으로 예상한 것은 지역 간 정면 대결 구도다.

6월 18일 강원 원주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강원권 간담회에서 이낙연 위원장이 기념촬영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 왼쪽)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16일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18일 강원 원주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강원권 간담회에서 이낙연 위원장이 기념촬영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 왼쪽)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16일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8월 말 치르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현재 이낙연·우원식·홍영표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네 명의 후보는 이미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당내에서 우려하는 구도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정면충돌이다. 두 후보가 호남과 영남이라는 지역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만큼 전당대회 이후 떠안아야 할 상처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2015년 2월 전당대회의 전례가 언급되고 있다. 당시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도전했고, 경쟁 상대는 박지원 전 의원이었다. 영남(문재인 후보) 대 호남(박지원 후보)이라는 가장 예민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문재인 후보가 승리해 결과적으로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1당으로 도약하고, 2017년 5월 대선에서 집권여당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결과는 좋았지만 당내에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2015년 말 호남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분당 수준까지 갔다”며 “민주당에서 가장 예민한 지역 갈등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또다시 나타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대권 주자따라 내년 3월께 또 전대 열 수도

네 명의 후보는 각각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홍 의원은 친문 직계인 ‘부엉이모임’에 속해 있다. 우 의원은 당내 의원모임인 ‘더 좋은 미래’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대구·경북(TK)은 물론 영남지역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호남을 토대로 하지만, 지난 4월 총선을 거치면서 전반적인 당내 기반이 탄탄해졌다. 전대에서 이 의원의 대세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 명의 후보 중 관심은 대권주자에 쏠리고 있다. 이 의원은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다. 김 전 의원 역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당권을 잡을 경우 2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당 대표가 되면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내 한 인사는 “이 말대로라면 만약 8월 전대에서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차기 대권에 출마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그렇다면 또다시 대선 후보 경쟁에서 영·호남 후보가 격돌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지, 선출이 안 될 경우를 가정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권만을 염두에 둔 우원식·홍영표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의 전대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만약 8월 전당대회에서 대권주자가 대표에 선출되면 당권·대권 분리를 위해 내년 3월에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우원식·홍영표 의원은 전대를 몇 개월 사이에 또다시 열어야 하는 상황을 비판하고 나섰다.

당내에서는 당권 구도와 관련해 ‘컷오프’를 주시하고 있다. 2018년 전대에서는 8명의 후보가 출마해 컷오프 후 이해찬·김진표·송영길, 세 후보로 본선을 치렀다. 민주당의 당헌에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자의 수가 4명 이상일 때에는 예비경선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일부에서는 ‘할 수 있다’라는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한 의원은 “‘할 수 있다’고 한 만큼 네 명의 후보가 출마하면 굳이 컷오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당내에서 각각의 지분을 가진 네 명의 후보가 모두 출마할 경우 이낙연·김부겸 후보의 지역적 기반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컷오프에서 세 명의 후보로 추려지고, 이중 이낙연·김부겸 후보가 결선에 올라가게 되면 지역 갈등이 첨예화될 수 있다.

컷오프와 온라인 전당대회 등 변수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변수가 되고 있다. 마지막 선거까지 온라인으로 치를 경우 밑바닥 선거가 아닌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공중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TK 지역의 한 인사는 “온라인 선거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유리할 수 있지만, 두 후보의 격돌 모양새가 예민하게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호남 갈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겉으로는 영·호남 갈등으로 비칠 수 있지만, 부산·경남(PK) 정서는 TK 정서와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PK에서 당원들의 후보 선호도가 제각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친노·친문 의원으로 분류되는 최인호 의원은 이낙연 옹호론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의미에서 영·호남 갈등 가능성을 일축하는 시각도 있다. 호남의 한 인사는 “지금 선거는 지역 투표가 아니라 세대 투표인데, 설마 과거로 가는 선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내 중진인 김두관 의원(경남 양산을)은 지난 6월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영·호남 대결 우려에 대해 “이제는 민주당이 전국 정당화됐기 때문에 당원들이 수준 높은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면서 지역 대결 양상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이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부겸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전대 구도를) 영·호남 갈등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민주당의 비전과 가치를 놓고 후보들이 서로 경쟁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영·호남 갈등이 아니라 친낙(친이낙연) 대 비낙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지금은 이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기 전이기 때문에 영·호남 갈등, 7개월 당 대표, 당헌당규 개정 등의 문제가 언급되지만 막상 출마하게 되면 대권 중심으로 흘러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영·호남 갈등론이 이 의원의 불출마를 기대하는 쪽에서 흘러나오는 우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만간 각 후보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면 대결을 우려하면서 그동안 당내의 기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의 다른 한 인사는 “전당대회가 갈등과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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