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영어유치원’은 학원법 적용 유아 영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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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법률위원회는 대개 영유아를 키우는 변호사들이 꾸려갑니다. 회의 때면 종종 법률에 어긋난 현실을 바로잡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이때마다 다른 영유아 부모에게도 법률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목마른 변호사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8명의 엄마·아빠 변호사들이 보육·교육기관이나 양육에 대한 법적 이슈를 흥미롭게 풀어드립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8년차 변호사가 됐다. 동기 변호사들도 하나둘씩 부모가 됐다. 교육시민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종종 문의를 받는다. 어느 날 동기 변호사가 물었다. “영유(영어유치원) 보내는 게 좋아, 일유(일반유치원) 보내는 게 좋아?” 영어유치원이 유치원의 한 종류인 듯 인식하고 있다니. 영어유치원이 어떤 기관인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해당 기관의 운영 근거 등을 담은 법령 정보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영유아 부모들은 걱정이 많다.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 살 아들을 둔 필자도 아이를 기관에 보내는 것이 맞는지 고민한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영유아 부모를 위해 법령을 중심으로 어린이집·유치원·영어유치원(놀이학교)의 차이와 특징을 살펴보겠다.

어린이집 vs 유치원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진 일자무식이었다. 아이를 낳고 복직을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이 좋더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입소를 신청했다. 1순위인 맞벌이부부라 여유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웬걸, 대기번호 274번이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선호 때문에 아무리 맞벌이라고 해도 쉽게 들어갈 수 없었다.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 했다. 어떤 기관에 보낼 수 있는지 차이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완전 다른 곳이었다. 36개월 미만의 아기를 맡길 수 있는 곳은 어린이집이다. 보육 기능을 중심으로 영유아보육법 적용을 받는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 유아교육법을 적용받는다. 기관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관할도 다르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 관할이다. 보육이 목적이기 때문에 어린이집은 6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이 대상이다. 교육기관인 유치원은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의 어린이들이 다닌다. 기관에 대해서 문의하거나 행정적 조치가 필요할 경우 어린이집은 구청에, 유치원은 교육지원청에 연락하면 된다.

학부모로서 가장 피부로 와닿는 차이는 비용이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어린이집 보육비용은 거의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 부모가 내는 비용은 정규과정 이후의 특별활동이나 현장학습비 등의 비용(필요경비)뿐이다. 이마저도 필요경비에는 지역별로 상한제가 적용된다.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은 인상률에 대한 상한제만 있다. 일정한 기준에 따른 원장의 판단하에 원비가 책정되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가 어느 정도 지원하지만, 상당 부분 학부모의 부담이 생긴다.

여기서 질문! 만약 어린이집이 필요경비를 상한액을 넘어 걷는다면 환불받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 인천의 어린이집에서 한도를 초과 수령해 구청에서 환불명령과 수납한도 준수명령을 내렸다. 2016년 이 어린이집은 ‘환불명령’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필요경비 수납한도액 제한은 보호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격차를 줄이며 영유아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특별활동을 방지하려는 것이 목적이어서 정당하고, 환불행위 같은 적절한 제재수단 없이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봤다.

영어유치원의 법률상 정확한 명칭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다(놀이학교도 마찬가지 유아 대상 학원이다). 필자도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기 전에는 영어유치원이 ‘고오급’ 유치원인 줄 알았다. 영어유치원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법률적으로만 보면 유치원만큼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설 기준을 살펴보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유치원의 경우 대지와 건물은 설립·경영하는 사람의 소유여야 한다. 대지 안에는 설립·경영자가 아닌 사람이 소유하는 건물을 둘 수 없다. 또한 유해업소·시설이 유치원 설립 예정지와 같은 건물에 있으면 유치원 설립인가를 할 수 없다.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이어야만 유치원 인근에 들어올 수 있다. 학원도 원칙적으로는 교육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유해업소와 같은 건물 안에 설립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연면적 1650㎡ 이상의 건축물은 가까이 붙어 있지 않는다면 같은 건축물 안에서도 허용한다.

영어유치원은 유치원?

코로나19 대응도 다르다. 유치원은 교육당국의 정책에 따라 의무적으로 휴원해야 하지만 유아 대상 학원은 휴원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유아학원이 유치원이라는 오해는 명칭에서 비롯된다.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학원이 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면 과태료 부과뿐 아니라 시설 폐쇄까지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영어유치원이라는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 명칭이 통용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런 오해를 줄이고자 포털사이트와 교육부에 개선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육아정보 카페에 ‘영어유치원’ 대신 ‘유아 영어학원’으로 표현해 줄 것을 포털업체를 통해 요청하며 불법적인 명칭 사용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영어유치원 비용은 정말 비싼가? 정말 비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조사해보니 2018년 서울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월평균 학원비는 약 103만7000원이었다. 가장 비싼 곳은 월 교습비가 224만원에 달했다. 1년에 약 2692만원으로 4년제 대학 연평균 등록금의 4배 수준이다. 학원법에는 교습비조정명령제도가 있다. 교육지원청은 분당 교습비 기준을 넘어선 학원에 조정을 명령할 수 있지만, 실제는 과도한 교육비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17년 12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기준은 분당 255원. 4시간을 운영하면 한 달 비용은 약 122만원이다. 더 많은 시간을 운영하면 학원이 받을 수 있는 비용도 늘어난다.

무엇이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잘하고 있는 학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유치원도 있을 것이다. 다만 공적 책무가 부여된 유치원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은 알아두자. 최근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감염 확산 위험으로 인해 원아 최소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며 교차 등원을 권유하는 안내를 받았다. 국가의 방역 정책이 담겨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을까, 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왔다. 어린이집·유치원·유아학원은 모두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기관이다. 영유아는 기관을 통해 처음으로 사회를 배운다. 기관 관련 제도가 영유아의 유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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